5월 “하반기에는 대체수요가 시작돼 PC 내수경기가 회복될 것이다.”
7월 “늦어도 4분기부터 본격적인 노후PC 대체수요가 몰려들 전망이다.”
9월 “솔직히 연말까지도 자신 없다. 내년 초 입학시즌은 돼야 PC경기가 회복될 것 같다.”
하반기가 되면 노후PC의 대체수요로 PC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던 PC업계의 낙관적인 시장전망이 시간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PC제조업계는 그동안 한 목소리로 여름시즌을 넘기면 PC시장이 구조적 불황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하반기 대망론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여름철이 다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시점에서 PC업계 관계자 누구도 하반기 PC경기 회복론을 주장하기를 꺼리고 있다.
IDC자료에 따르면 지난 1·2분기 PC 내수시장은 작년동기대비 각각 8%·1%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3분기도 휴가철과 소비심리 위축, 추석 연휴까지 겹쳐 전 분기보다 감소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작년 3분기가 전 분기(2002년 2분기)보다 증가한 것과 비교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추석경기마저 전례없이 썰렁하자 주요 PC업체들은 4분기 PC시장 전망에 대해 다시 보수적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주요 PC업계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PC 교체주기 4년설에 따라 지난 99년 4분기에 Y2K와 인터넷PC사업에 의해 대량 보급된 PC기종의 한계수명이 닥쳐올 것이라 공언해왔지만 이달 들어 말이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PC내수시장에 대해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다. 내년 초 입학시즌에나 회복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삼보컴퓨터·현주컴퓨터 등 다른 PC업체들도 추석 이후 경기회복 조짐이 불투명하자 올해 내수판매가 작년보다 감소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더욱이 주요 신용카드사들이 재무건전성을 위해 신용 한도를 잇따라 줄이면서 소비자들이 값비싼 PC제품을 구매할 여력이 줄었다. 또 PC 할부판매에 대한 신용카드사의 공식지원마저 사라져 PC제조업체들이 연말에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곤란해진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코리아의 하천타 연구원은 “소비심리의 위축이 장기화됨에 따라 올해 PC내수는 전년대비 5%감소가 불가피하며 PC업체들은 당분간 해외수출로 활로를 찾는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로선 노후PC의 교체수요 도래 시기를 내년 초 입학시즌인 2·3월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