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업무와 관련한 고질적인 부처간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 설립 또는 격상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아니라 운영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어 향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3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최근 신성장동력, 이공계 인력 양성 등 정책 과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처간 주도권 다툼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 일각에선 전문성과 강력한 조정 능력을 갖춘 기구를 설립하거나 기존 기구를 격상시켜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과위의 간사인 과기부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힘을 실어주거나 국과위에 비해 실질적 조정 기능을 가질 수 있는 자문위의 위원장과 간사를 대통령과 보좌관이 맡도록 하는 방안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태유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은 최근 과기정위 국회의원들과 만나 어떤 방안이든 직접 조정기능을 행사하는 기구를 둬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구를 명시하지 않은 채 “신성장 동력정책 추진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부처 내 정책추진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상위조정기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특히 자문위 격상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박상희 의원은 “과학기술 정책의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대통령이 자문위의 위원장을 맡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도 “자문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이 맡으면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같은 레벨로 과기정책의 결정, 추진체계를 만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반면 야당은 과기정보통신 정책체계를 뒤흔드는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형오 의원실은 “갈등을 조정하라고 만든 국과위에서 조정이 잘 안되는 것 대통령이 간사에게 힘을 안 실어줬거나 사람을 잘 못 뽑아 그런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시스템 문제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무총리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과학기술자문회의(자문위), 과학정보기술 보좌관 등에서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해 혼란을 빚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과기부장관이 간사인, 과학기술관련 최고 결정기관인 국과위는 참여 정부 이후 제대로 관계장관 회의가 열리지 않아 유명무실해졌다. 자문위는 민간인이 위원장인 데다 기구 성격상 의사결정 기구가 아니어서 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보과기보좌관은 국과위에 참석할 수 없게 돼 있으며, 국무총리실도 조정기능을 자문위에 두는 게 좋겠다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개입하지 못하는 상태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김용석 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