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부 경쟁이다.’
대형컴퓨팅 업체들이 회사내 서버 관련 그룹간 내부 경쟁을 조율해야 하는 심각한 고민에 부딪히고 있다.
지금까지 서버 시장의 경쟁 상황은 메인프레임·유닉스·IA서버 등 즉 동일한 플랫폼을 두고 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 경쟁은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유닉스와 IA서버 등으로 그 영역이 파괴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특정 프로젝트의 경우 기업들은 어떤 플랫폼으로 승부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 경쟁을 먼저 치러야하는 기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기업은 ‘이길 수 있는 방법’ 선택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고 제품과 업종을 기준으로 명확히 ‘제 영역’이 구분돼 있던 영업 사원들이 과거에는 다른 그룹 영역으로까지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배경 = 서버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유닉스나 범용 칩 기반의 서버가 과거 특정 업무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서버를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부터다. 기술이 일반화되다 보니 수요처에서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가동하고 있는 고유 칩과 고유 운영체계(OS)에 기반한 서버를 교체할 때 동일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마이그레이션’을 적극 검토할 수 있게 된 것.
특히 아이테니엄이나 옵테론 처럼 64비트 기반의 범용칩 서버가 서버 플랫폼의 신흥세력으로 부각되면서 이같은 상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범용 칩 기반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인텔코리아나 기업용 시장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공략은 결국 유닉스 시장을 대체하는데 주력하게돼 결국 유닉스와 범용칩 서버간 경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기종 플랫폼 경쟁 시대= 서버 플랫폼 경쟁이 메인프레임·유닉스· IA서버 등 으로 국한되지 않고 이기종 플랫폼을 넘나드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이기종 플랫폼 경쟁의 대표적인 예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한국IBM의 메인프레임(z990)과 한국HP 유닉스 서버(슈퍼돔)을 두고 2차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는 다운사이징의 가능성을 높이 점친 터라 유닉스 서버간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IBM이 내부 조율을 거쳐 메인프레임으로 승부하자는 결론을 내리면서 ‘메인프레임과 유닉스간 경쟁’ 상황이 됐다. 또 한국IBM이 최근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를 공급한 현대투자신탁의 계정계시스템은 원래 IBM 메인프레임 기반으로 운영되던 시스템. 일단 경쟁사의 윈백 공략을 자사 유닉스 제품으로 막는데 성공한 셈이다.
◇이길 수 있는 플랫폼을 우선 선택하라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급사들은 프로젝트에서 이길 수 있는 ‘플랫폼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한국IBM은 지난해부터 ESM팀(김재준 상무 e서버메니지먼트팀) 역할을 강화했다. ESM팀에서는 메인프레임에서 자회사인 LGIBM이 취급하고 있는 IA서버(x시리즈까지)까지 어떤 플랫폼을 제안했을 때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지를 판단하고,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는 조율자다. 중형 이상의 IA서버로부터 윈백 공략을 심하게 받고 있는 중형 서버 i시리즈(AS400)의 경우 이기종 플랫폼으로 교체를 원하는 수요처 분위기를 미리 파악, 자매사인 LGIBM에게 영업을 적극 권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HP도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HP는 중장기적으로 64비트 기반의 아이테니엄 칩 기반으로 서버 로드맵이 바뀐다는 점에서 현재 유닉스 서버 고객과 알파·탠덤과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대형 수요처에 대한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기가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HP는 본사 차원에서 ESS(엔터프라이즈스토리지앤드서버)팀을 하드웨어 플랫폼간 영업공조를 통해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이를위해 유닉스서버·아이테니엄서버·IA서버간 영업에서도 적극적인 공조를 취하고 있으며, 이 조직을 통해 프로젝트를 이길 수 있는 플랫폼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