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설치 논란으로 원전 및 방폐장의 안전도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4일은 ‘제 9회 원자력 안전의 날’이어서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도가 과연 어느 수준인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전의 국내 경제적·사회적 효과는 막대하다. 현재 국내 원전 수는 78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총 18기, 세계 6∼7위권이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를 웃돈다. 즉,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선 원전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원전을 LNG로 대체할 경우 8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표준형 원전 1기를 대체하기 위해선 태양광 발전소 3만개, 풍력 발전소 3600개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원전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자연히 안정성 문제는 갈수록 첨예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 문제없나=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게 주무부처인 과기부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4월엔 IAEA 원자력안전협약 국가보고서 검토 결과 최우수 사례국으로 선정됐다. 현재 IAEA에는 국장급 2명을 비롯해 30명의 전문가가 진출해 있다.
과기부는 원전 기술 개발에 못지않게 원자력 안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전 관련 기술 개발투자를 총 연구비의 25%(500억원)으로 확대키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현재 가동 중인 원전 18기와 2060여 방사선 이용기관의 사고 및 고장 예방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원자력 이용, 개발의 최우선 과제는 안전성으로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한다.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원자력 이용은 섶을 안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 특히 고리1호기, 월성 1호기 등 국내 원전도 이제 이용 년 수가 크게 늘어 정지사고가 잇따르는 등 안전성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표>
◇방재 대책 어떤게 있나=과기부는 궁극적으로 원자력 및 안전성 면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지난 5월 ‘물리적 방호 및 방사능 방재법’을 제정, 국가방사능방재 체제를 구축 완료했다. 이와 함께 전국 10개 병원에 전국 방사능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했으며 현장 방사능 지휘센터를 월성 원전 지역에 설치, 시범 운용 중이다.
과기부는 원자력 사업자의 안전의식 제고와 안전 문화정착이 중요하다고 판단, 관련 기관, 기술, 제품에 대해 분기별 안전마크를 부여하고 매달 첫째 화요일을 ‘원자력안전 점검의 날’로 지정했다. 원전의 사고 및 고장 예방 차원에서 가동된지 10년이 넘은 원전 전체 평가를 추진 중이며, 원전 주요 부품, 기기의 성능검증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특히 원전수거물 안전 관리와 향후 건설될 방폐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초기 단계서부터 철저히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방사성 폐기물 안전규제팀’을 발족했다. 이와 함께 원자력 이용기관이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데 대응,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안전 진단 장비를 첨단화하는 것을 물론 해당 기관의 불시점검체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원자력의 국제화=원자력은 자원보다 기술에 의존하는 기술집약적 에너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간 한국 표준형 원전 개발 및 성공적 운영을 통해 원전 설계, 건설, 운영의 자립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이젠 관련 기술의 수출까지 가능한 어엿한 글로벌 산업화 수준에 도달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선진국, 개도국, 국제기구 등과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원자력 기술 및 전문인력의 해외 진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인터뷰-과기부 김용환 원자력안전심의관
“현재 가동 중인 원전과 건설중인 원전,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기관 등 원자력 안전 규제 수요가 날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자력의 이용개발에 있어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3년간 오스트리아 과학참사관으로 파견 나갔다가 최근 과기부 신임 원자력안전심의관으로 복귀한 김용환국장은 “파견기간 동안 IAEA 등 선진 원자력 안전규제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원자력 안전규제를 위한 정책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심의관 “세계 수준의 원자력 안전 관리와 국민 참여형 원자력 안전활동, 원자력 안전 규제 인프라 확충 등 최상의 원자력 안전 수준을 유지하고 선진 원자력 안전규제 체제를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이번 ‘원자력 안전의 날’을 맞아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한 이해를 더 높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원자력의 이용·개발은 추진할 수도 없고, 추진돼서도 안된다”면서 “우선 현재 가동 중인 18개 원전의 사고·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원자로안전, 방사선관리 등 전문 분야별로 전문가팀을 구성, 이를 원천봉쇄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