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오리온,온게임넷 프로리그 우승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잠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좁은 연습실에서 고생했던 순간들과 프로리그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정규 선수가 임요환 밖에 없어 ‘임요환 원맨팀’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던 일, 그리고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군요.”

 지난달 30일 열린 ‘2003 KTF배 온게임넷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한빛스타즈를 4 대 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 이 리그의 원년 우승팀으로 길이 남게된 오리온팀의 주훈(31) 감독은 “내 눈에서 눈물이 나올 줄 꿈에도 몰랐다”는 한마디로 그날의 감동을 표현했다.

 사실 오리온팀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엔트리를 구성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팀원이라고 해야 총 5명인데 그나마도 최연성과 백대현은 당시 아마추어 선수였고 프로게이머로 활동중인 선수는 임요환과 이창훈, 김성제 등 불과 3명 뿐이었다.

 2차 라운드가 시작되고서야 1차 라운드 진행 도중 영입한 박용욱과 김현진을 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엔트리 구성에 숨통이 트였다. 그렇지만 오리온은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전에 직행하는 투혼을 보여준데 이어 정규리그 1위인 한빛스타즈를 잡고 원년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요환이가 맏형으로서 솔선수범했고 연습을 하면서도 선수들 모두가 실전처럼 여러가지 빌드와 대응방안을 동원하는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그동안 분석해 놓은 상대팀 선수들의 습성과 상생관계 등을 모두 고려해 최적의 선수를 배치한 것이 주효했어요. 데이터가 정말 소중하더군요.”

 주 감독은 그러면서 이번 우승은 선수들 모두가 열심히 해준데다 평소에 초시계를 들고 다니며 타이밍을 재면서 마련해 놓은 상대 선수들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가 큰 몫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그를 두고 임요환은 “앞으로 다른 구단 감독님들도 훈이형(임요환은 주감독을 그렇게 불렀다) 때문에 바짝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슨 얘기냐고 묻자 “그동안 감독은 선수들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매니저처럼 생각했는데 훈이형을 통해 프로 감독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며 “오리온의 우승을 계기로 다른 게임단 감독님들도 앞으로는 훈이형과 같은 프로 감독이 되려고 할 것 아니냐”고 설명한다.

 오리온팀은 이번 우승으로 달콤한 결실을 하나 더 얻게 됐다. 후원사인 동양제과측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 이에 대해 주 감독은 “후원사인 동양제과 사장님께서 직접 금일봉을 주신데 이어 계획에 없던 추가 지원도 약속하셨어요. 특히 이번 우승을 계기로 모든 팀원들과 정식계약을 제안해 왔고 회사차원에서 오리온팀을 농구단과 같은 정식 프로게임단으로 출범시키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어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후원사의 지원이 늘어나면 그동안 예산이 없어 미뤄온 도구와 설비를 구입해 연습 효율을 높이고 데이터를 토대로 한 관리를 보다 체계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팀원들 모두가 메이저리그 본선에서 활약하고 나아가서는 팀원들간 결승전을 치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리온팀은 이번 온게임넷 프로리그 우승으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