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34)유비쿼터스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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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물체에 신(神:컴퓨팅)이 깃든다’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도서관에서 첫 열매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 첫 유비쿼터스 도서관으로 기록될 은평구립도서관(사진)에서 책을 빌려보면 ‘물체에 깃든 신’을 체험할 수 있다.

 우선 은평도서관내 도서실에 들어가 맘에 드는 책을 고른다. 입구에 마련된 현금지급기처럼 생긴 기계에 빌린 책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 그냥 나오기만 하면 된다. 반납할때 역시 같은 방식이다. 대출·반납 전과정에서 도서관 직원과 한번도 얼굴을 마주할 필요가 없다. 이를 실현시켜준 컴퓨팅은 바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다. 흔히 전자태그나 스마트태그로 불리는 RFID는 칩과 안테나로 구성된 일종의 초소형 컴퓨터다.

 은평도서관은 6만여 권에 달하는 장서에 RFID를 부착하고 이를 읽는 리더(해독기)를 통해 전체 도서 관리 환경을 유비쿼터스화했다. 물론 기존 도서관 대출·반납에는 바코드가 있어왔지만 RFID는 정보 기록량에서 바코드와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 또 바코드는 판독 거리가 매우 짧고 판독시 바코드가 인쇄된 면을 수작업으로 맞춰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RFID는 이런 바코드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일견 단순한 차이로 보이지만 이는 도서관 환경의 혁명적 변화를 의미한다.

 우선 이용자의 입장에선 도서의 대출 및 반납에 소요되는 대기 시간이 최소화되는 등 편의성이 증가된다. 그러나 이보다 도서관 사서의 역할 변화가 더욱 주목된다. 사서는 본래 도서관 이용자에 대한 자료 검색, 참고 봉사, 정확한 자료 선정 등이 주된 업무여야한다. 정보의 바다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야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서의 대출 및 반납 업무, 장서 점검(재고관리) 등 단순 반복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비쿼터스 도서관은 사서를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은평도서관의 경우 지난 5월 RFID 환경을 구축해 서비스에 들어간 이후 이용자가 스스로 책을 대출하는 자가 대출기 사용실적이 80∼90%에 달하고 있다. 또 자가 반납기 사용실적은 25∼45%에 달한다. <표 참조>

 또 장서 점검기로 서가를 지나가기만 하면 책이 올바른 위치에 꽂혀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재고관리에 드는 시간도 10% 이하로 줄어든다.

 그만큼 단순작업에 들어가는 사서의 시간과 노력을 아껴 사서들이 고급 서비스를 가능할 수 있게 해 준다. 도서관다운 도서관을 만드는데 유비쿼터스가 선봉에 선 셈이다.

 은평도서관의 권영관 전산팀장은 “RFID를 도입하기 위해 1년정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등 꼼꼼하게 준비해왔다”며 “흡족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자체 평가해 이달 말께 RFID 시스템을 도서실 뿐 아니라 전 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발 더 나아가 대출증을 바코드 대신 RFID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유비쿼터스 도서관이 전국으로 확산되기에는 다소 힘에 부친다. 업계 전문가들은 “RFID 표준이 아직 전세계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표준화 문제가 남아있고 또 도서에 부착하는 RFID 칩 가격이 개당 1200∼1300원으로 비싸다”고 지적한다.

 또 도서관 전산 담당자들이 RFID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존 시스템을 다른 시스템으로 변경하는데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 관계자는 “문광부가 도서관 발전 종합 계획 등을 통해 RFID 시스템 도입에 앞장서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은평도서관의 RFID 환경

 은평도서관이 선보인 초기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은 도서관 시스템 개발업체인 이씨오가 자체 기술을 통해 개발한 RFID 시스템이다. 지난 3월부터 구축에 착수해 지난 5월 10일 구축 완료했다.

 이씨오의 도서관 RFID 시스템은 자가반납기와 대출기, 도난방지기. 사서용 데스크톱 리더기, 장서 점검기, RFID 관리 서버 등으로 구성된다. 사용된 RFID의 주파수 대역은 13.56MHz로서 10cm에서 최대 120cm 떨어져 있는 RFID 태그의 정보를 리더(해독기)를 통해 읽어낼 수 있다. 이씨오는 자체 기술력을 통해 30∼40cm까지 읽어낼 수 있는 미드렌지리더를 개발해 놓은 상태다.

 이씨오의 이종민 상무는 RFID 시스템을 굳이 국산화한 이유에 대해 “외국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관련 소프트웨어를 변경하거나 가동시킬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직접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자체 개발에 따른 경제적 이득은 오히려 크지 않다”며 “눈앞에 이익보다는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RFID 도서관은 지난 98년부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구축을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160여 개 도서관 및 자료실에 설치돼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 도서관에 도입 붐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고

유비쿼터스 도서관과 과제

-이종민 이씨오 상무 leejm@eco.co.kr

  

 불과 몇년 전만 해도 IT의 발전으로 미래에는 도서관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득세했다. 그러나 도서관은 IT를 활용한 정보화의 길을 걸으며 지역사회 지식정보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등 오히려 더욱 강화됐다. 그러나 정보화는 부가서비스로서 IT를 도서관에 도입했을 뿐 정작 기본업무인 대출·반납, 장서 점검 등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처리방식에 별 차이가 없다. 바코드 시스템 도입으로 일정정도 효율화는 이뤘으나 수작업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키 위해 1990년대 말부터 도서관 소장자료에 RFID 인식표(Tag)를 부착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RFID를 적용할 경우 사서의 수작업이 없는 완전한 대출·반납 자동화가 가능해지고 장서점검 효율도 열배 이상 향상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RFID 시스템을 바탕으로 서적의 분류작업 자체를 완전 자동화한 사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서가에 RFID 안테나를 내장, 사서의 PC에서 도서관 전체 장서의 출납 상황 및 배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이른바 ‘스마트 쉘브스(Smart Shelves)’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른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도서관에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즉, 객체(object)들 간 커뮤니케이션 환경 구축이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본질이라고 볼 때 우리는 이미 도서관 RFID 시스템을 통해 그 실체를 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도서관이 제3의 컴퓨팅 혁명인 유비쿼터스의 최선두에 서 있는 셈이다.

 아쉽게도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EU는 물론, 싱가포르보다도 ‘RFID 도서관’ 도입에서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RFID 도서관의 보급에 적극 나서야하며 이는 국가적으로도 득이 된다.

 우선 RFID 시스템을 통해 도서관 자동화 및 정보화를 완성, 국민의 지식정보 생활을 지원한다. 특히 도서관 사서들을 귀찮은 대출·반납이라는 반복 업무에서 해방시켜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도서관 경영 합리화에 기여함은 물론이다.

 게다가 국내 RFID 산업 육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도서관 RFID 분야는 실용성, 파급효과 그리고 투자 대 수익면에서 가장 유효한 분야다. 또 RFID 도서관 구축에 적용된 기술과 노하우는 물류·유통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서관들은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RFID 시스템의 도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민 지식정보서비스의 중심인 공공도서관들은 자체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싱가포르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강력한 예산 지원 하에 단기간에 싱가포르의 전체 공공도서관에 RFID 시스템을 전면 도입, 국가적으로 큰 효용을 창출해냈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공공도서관 디지털자료실구축사업’과 같은 규모의 예산을 공공도서관 RFID 시스템 구축에 지원할 경우 3년 이내 대부분 공공도서관에 RFID 시스템을 보급시킬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유비쿼터스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특별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