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비트 컴퓨팅 체계가 기업정보화의 새로운 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들어 인텔의 아이테니엄, AMD의 옵테론 등 64비트 범용칩을 내장한 서버를 지원할 컴퓨팅 운용체계(OS)가 속속 등장하는 데다 데이터베이스(DB),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64비트 이식(포팅)작업에 팔을 걷고 나섰다. 64비트 컴퓨팅 체계가 ERP, 고객관계관리(CRM), e비지니스 등 기업의 기간업무를 처리할 때 32비트보다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전송 성능이 월등하고 확장성과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32비트 체계는 최대 4기가바이트(GB)의 메모리를 지원하는데 그치는 반면 64비트로는 18엑사바이트(Exabytes/billion GB)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정보시스템에 과부하를 초래하는 현상들을 메모리 영역에서 처리,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이 부각되고 칩과 서버, 지원 OS와 애플리케이션 등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요소들이 갖춰지면서 기업정보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OS 및 서버=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64비트를 지원하는 ‘윈도서버2003’을 출시한데 이어 아이테니엄 시장의 강자인 한국HP도 기존 유닉스 OS인 ‘HP UX’를 아이테니엄 지원용으로 바꾼 OS 정식 버전을 이달 중 출시한다.
한국HP의 아이테니엄용 HP UX는 윈도·리눅스와 함께 ‘멀티OS’체제로 하이엔드시장을 공략할 전략적 무기라는 점에서 향후 64비트 컴퓨팅 영업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레드햇·수세리눅스 등 다국적 리눅스 업체들이 64비트 지원 OS를 출시한데 이어 국내 리눅스 업체인 한컴리눅스도 여기에 동참한다. 한컴리눅스는 지난 5일 리눅스엑스포를 통해 64비트용 리눅스 OS 데모버전을 선보이고 11월 중으로 상용 버전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우선 AMD 옵테론을 지원하고 향후 인텔 아이테니엄 지원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서버 진영에서도 한국HP·LGIBM·한국실리콘그래픽스·한국후지쯔·삼성전자 등이 조만간 아이테니엄 서버를 출시한다.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가 홀로 시장을 개척해온 옵테론 분야에도 LGIBM이 10월 초 ‘e서버 325’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가세할 예정이다.
◇DB 및 애플리케이션=DB 최강자인 한국오라클은 수 년전부터 유닉스 기반 64비트 OS 지원제품을 출시했으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64비트 지원강화 전략에 대응, 특정 OS와 하드웨어에 제한받지 않는 범용 솔루션을 선보이기로 했다. SAP코리아도 최신 ERP인 ‘R/3 엔터프라즈’의 CRM 및 공급망관리(SCM) 솔루션을 64비트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계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지시스템·코인텍·케미스 등 마이크로소프트 닷넷(.NET) 협력사들을 비롯해 알티베이스·KAT시스템·비아이씨엔에스·자이오넥스 등 국산 DB 및 애플케이션 업체들도 올해 안에 64비트 지원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특히 SCM업체인 자이오넥스는 모델링 데이터의 사이즈가 방대한 SCM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32비트 윈도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시스템의 한계치인 2GB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64비트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데이터분석 및 CRM 업체인 비아이씨엔에스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지원프로그램을 활용, 올해 안에 64비트 포팅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밖에 코인텍·KAT시스템을 비롯한 ERP 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삼아 연내에 64비트 지원체계를 확립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완 알티베이스 대표는 “올해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2003’은 32비트에서 64비트로 전환하는 컴퓨팅 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64비트 환경이 정착될 경우에는 DB의 크기가 작아 출시를 미뤄왔던 윈도 버전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의 상품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업 정보시스템 환경이 크게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희 changhlee@etnews.co.kr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