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류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이를 엄연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 쇼핑몰을 중심으로 버젓이 거래가 이뤄져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작 담당 부처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계에서는 이 기회에 온라인에서 주류 판매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이슈화할 태세다.
◇온라인 주류 판매 성업=인터넷에서 주류 판매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행 주류관련 세법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지만 전문 쇼핑몰을 중심으로 주류 상거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특히 추석 대목을 맞아 온라인 예약 판매나 공동 구매가 성행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쉽게 접속할 정도로 주류 사이트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부 쇼핑몰은 아예 광고성 e메일, 파격적인 가격 할인 이벤트를 통해 일반 쇼핑몰에 버금가는 공격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는 기본 성인인증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있다. 일부 쇼핑몰은 버젓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 약관을 준수한다는 신뢰 마크를 부착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주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주류를 판매는 소비자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수방관’=인터넷 쇼핑몰 등에서의 주류 판매는 엄연한 불법이다. 현행 주세법은 세무 규정 제74조 ‘주류 통신판매 고시’를 통해 주류의 인터넷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단지 전통 민속주에 한해서는 우체국에서 1인당 5병 이하로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류를 인터넷 등에 의해 통신 판매할 때 거래 상대방의 확인이 불가능해 청소년 등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국세청을 제외한 다른 정부 부처는 물론 심지어 소비자단체에서도 이 조항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불법인 이상 정부의 지속적인 지휘 감독이 필요함에도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소비자보호원 측은 “온라인으로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실토했다.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 문제에 민감한 공정거래위원회도 “주세법의 주무 부처는 국세청”이라며 “공정위 차원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실태 파악 중’이라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쇼핑몰, 이제는 ‘허용해야’=인터넷 쇼핑몰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온라인을 통한 주류의 음성적인 판매를 우려하면서도 무조건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유통 채널로 정착된 시점에서 ‘비대면 거래는 미성년자와 성인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현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용 카드의 본인 인증이나 별도 시스템을 통해 성인 인증을 거치는 등 안전판을 마련하면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통 특산물이나 농산물에 특화된 쇼핑몰은 지방업체의 판로를 위해서도 주류 판매가 절실한데, 유독 우체국만 허용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전자상거래·통신판매협회 박윤태 국장은 “인터넷쇼핑이 일반화되고 일부 사이트에서 주류가 공공연히 판매되는 상황에서 옛날 기준에 따라 무조건 안된다는 것은 건전한 시장 육성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추석을 앞두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류 판매가 활발한 가운데 이를 두고 정부와 산업계가 합법화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