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경쟁자로"

한솥밥 먹던 옛 동료들 선의의 라이벌로 부상

 ‘동료에서 경쟁자로’

 모기업에서 나온 이후 서로 다른 영역의 길을 걸어왔던 부품소재·홈네트워크 등 일부 업체들이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경쟁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또 그룹이란 한 울타리 내에 있지만 신사업을 벌이면서 경쟁체제로 돌아선 기업들도 있다.

 새한마이크로닉스와 도레이새한. 새한마이크로닉스 전신은 반도체재료사업부, 도레이새한 전신은 가공필름사업부로 양사는 새한에서 5년 전만해도 한솥밥을 먹던 동지였다. 그러나 지난 99년 가공필름사업부가 모기업을 떠나고 뒤이어 반도체 재료사업부도 나온 이후 올들어 양사는 경쟁자로 돌아섰다.

 새한마이크로닉스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반도체 재료에서 연성기판용 동박적층판(FCCL) 등 기판재료 분야에 진출, 도레이새한과 시장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새한마이크로닉스가 이제 걸음마 단계인 만큼 명승부를 펼치기까진 일정 시간이 필요하지만 경쟁 체제로 돌아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새한마이크로닉스 장철규 사장은 “새한 재직시 FCCL을 개발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아직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반도체 재료 시장은 물론 기판 재료 시장을 확대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대통신산업·현대디지텍·아이콘트롤스 등 현대그룹 출신의 기업들도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IMF 시절 하이닉스(구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이후 현대통신산업과 현대디지텍은 각각 홈오토메이션(HA)사업과 노래반주기 및 세트톱박스 사업을 운영, 그동안 충돌없이 잘 지내왔다.

 그러나 현대디지텍이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6.8인치 크기의 TFT LCD를 채택한 컬러 비디오도어폰을 작년말 출시하면서 양사는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는 처지로 변했다.

 또 현대산업개발의 전기부에서 나온 아이콘트롤스는 설립 당시 시장 타깃이 아파트시스템통합(SI)시장이었으나 올들어 HA 단말기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현대통신산업·현대디지텍 등 현대 출신 기업들과의 수주 경쟁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현대통신산업 현익기 부장은 “HA 분야에 먼저 진출, 확고한 시장 입지를 구축해놓고 있다”며 “현대디지텍·아이콘트롤스 등 과거에 한 식구였던 동료가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수년전 삼성전자 HA사업부를 흡수한 서울통신기술과 삼성물산이 설립한 씨브이네트 등 양사도 삼성그룹이란 한 울타리에 있지만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씨브이네트가 구조조정본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콘텐츠 서비스 분야에서 HA단말기 사업에도 참여하면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LG그룹에 뿌리를 둔 희성전선과 LG전선. LG전선이 희성전선이 장악하고 있는 일반 전선 시장에 뛰어든 이후 양사는 한 식구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혈전을 벌이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