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인 디지털TV(DTV)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시스템온칩(SoC) 개발에 나선 가운데 외국 반도체업체들이 국내 시스템업체들과 함께 DTV용 SoC를 속속 상용화,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조란·ST마이크로·ATI·커넥선트·브로드컴 등이 국내 TV 및 셋톱박스업체들과 손잡고 표준형(SD) 디지털TV에 이어 고화질(HD) TV용 SoC 양산에 들어갔다
이는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자체 칩을 개발, 주력 모델에 탑재해온 LG전자와 삼성전자가 DTV 수요확산에 대응하고 일본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외국 칩업체들로 공급처를 다원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중인 DTV SoC 개발과제가 부처간 이견 조정 등으로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외국업계의 세확산을 저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ST마이크로로부터 SD급용 ‘DTV50’을 공급받아 중저가형 DTV 개발을 마치고 양산 준비에 나섰다. LG는 또 이 회사로부터 HD급 ‘iDTV칩’도 공급받아 하이엔드 디지털TV를 개발, 내년 초 내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DTV 연구소에서 HDTV급 SoC를 개발해 국산화한 LG전자는 고성능 제품에는 자체 칩을, 가격경쟁이 필요한 SD급은 아웃소싱하는 전략이었으나 고성능 모델을 다양화하기 위해 일부 모델을 아웃소싱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조란으로부터 HD급 SoC를 공급받아 고화질 TV를 개발, 생산한다. 삼성은 또 이 회사가 공급한 SD급 SoC로 저가형 DTV를 개발해 양산에 들어갔다.
반도체총괄에서 보급형 DTV용 SoC를 개발, 탑재한 삼성전자는 HDTV급 개발을 진행중이나 개발이 늦어져 우선 외산 솔루션을 도입, 시장 팽창에 대응키로 한 것이다.
휴맥스·한단·팩산 등 디지털 셋톱박스업체들은 ATI·커넥선트·브로드컴 등으로부터 DTV SoC를 공급받아 셋톱박스를 개발한데 이어 미주 및 유럽시장을 겨냥한 셋톱박스 일체형 DTV 개발을 추진중이다.
이와관련, 반도체업체 한 관계자는 “DTV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산·학이 모두 매달리고 있지만 자체 칩을 개발한 삼성과 LG도 외산칩을 쓰고 있다”면서 “향후 국책과제로 개발할 제품들을 상용화할 수 있는 대안도 미리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LG전자와 삼성전자 관계자는 “DTV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일본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칩을 자체 개발해 탑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핵심 SoC는 자체 개발하고 가격 및 제품을 다양화할 수 있는 칩들은 외국 것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