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정보통신 정책방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통신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얼마나 어려움이 많은 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들은 사업권 출연금 제도, 무선랜 시장 활성화, 2.3㎓ 휴대인터넷 사업권 향배 등 민감한 현안들이어서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정보통신정책 가운데 가입자 선로 공동활용 제도 개선, 셀룰러와 PCS사업자간 전파사용료 차등화 등은 지금까지 후발사업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문제이고 이미 예고된 사안이지만 장관의 발표 형식을 통해 시행 의지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그동안 애매한 입장을 보여오던 통신서비스의 유효경쟁 환경 조성에 본격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져 기대된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새로운 주파수 할당 등을 포괄한 전파산업 진흥책이다. 차세대 통신사업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 주파수 정책방향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신규 통신서비스의 도입 발걸음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서비스가 휴대인터넷을 비롯한 유무선통합서비스 등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어 업체들의 준비가 시급한 점을 감안하면 시의 적절한 발표임에 틀림없다.
특히 2.3GHz 휴대인터넷서비스를 도입하면서 IMT2000용으로 할당된 시분할방식(TDD) 대역 50MHz를 추가 할당하겠다고 밝혀 사업자수를 3개 이상으로 늘릴 것임을 예고했다.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휴대인터넷 사업 진출 채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는 통신시장 전반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을게 분명하다. 특히 정부가 2001년 IMT2000 사업자 선정시 시장수요가 불분명해 분배하지 않았던 TDD 주파수를 우리나라가 세계 처음으로 빌딩이 밀집한 도심지역의 고속 데이터 통신방식으로 상용화하는 것이어서 기대감을 갖게한다.
전파사용료 차등화 방안과 관련, 정부는 주파수 할당을 현재 사업자의 이용 계획을 심사해 할당하는 데서 벗어나 주파수 자체의 가치를 계상해 사용 대가를 지불하는 대가 할당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파자원에 대한 효율적 활용을 넘어 전파관리제도의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파자원에 대한 경쟁적 수요가 심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주파수 경매제 도입이 필수적이고 이에 앞서 주파수의 재산권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연도별로 내는 출연금이 사실상 폐지되고 주파수 가치에 대한 대가를 한번에 내야하는 만큼 재정적 부담요소가 많아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현재 주파수 자원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된 현실에서 거액의 주파수 사용료를 내야만 사업할 수 있게 할 경우 주파수가 자금여력이 튼튼한 대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시행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2.4㎓·5㎓ 대역의 무선랜 서비스를 개방형으로 바꾸고 상호 연동시킨다는 방안은 이미 예견돼 왔지만, 사업자간 공동 활용을 의무화할 경우 초기 시장조성에는 당장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선랜 사업이 신규 수종사업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어느 누가 막대한 돈을 들여 구축하겠는가를 고려하면 매우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중복투자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분위기를 해치는 정책은 재고해야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