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연내개정 무산` 업계 파장은

 방송법 개정의 무기한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방송과 통신사업자들에 전가된다. 특히 산업 파급력이 큰 디지털방송사업이 제동이 걸리면 통신과 방송 융합 산업을 선도해 IT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국가전략도 적잖은 차질을 빚게 된다.

 무엇보다 피해자는 국민이다. 국회와 정부가 전략을 제대로 세우려는 논리 싸움이 아니라 정부기관 간 이해관계와 여야간 대치 및 총선 정국 등의 정치적인 이유로 방송법을 개정하지 못하면서 국민은 새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를 향유할 권리를 행사조차 못 하게 됐다.

 ◇예상되는 피해=우선 지상파·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비롯한 각종 신규 디지털방송 서비스의 도입이 지연된다. 사업자들은 진입 절차뿐 아니라 채널 및 편성 운용 방안,규제와 광고 운영 등에 정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사업시기는 물론 투자 규모를 결정할 수 없다.

 투자가 늦어지면 서비스 도입에 맞춰 개발을 준비해온 장비, 단말기, 콘텐츠 등 후방산업계도 그간 쏟아 부은 개발비를 건지지 못한다.

 방송정책 수립과 시행이 불가능한 현행법상 방송위가 방송사업자들을 선도할 위상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한 실정이다.

 ◇방송법 개정 전망=방송위의 방송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발의조차 안됐다. 계류 중인 개정안은 고흥길 의원이 발의한 방송사업자에 대한 처분권한을 일원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등 지난 2년간 7건이 계류돼 있지만 융합서비스와 관련한 제도를 담은 법안은 없다. <표 참조>

 지난 통합방송법 개정 당시 95년 제출한 법안이 4년여의 진통을 겪으면서도 통과가 무산된 것에 비교하면 이번 방송법 개정요구는 첫 단계조차 밟지 않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회는 융합에 따르는 이슈를 논의하는 구조개혁위원회나 연구회 등에 대한 논의는 하고 있으나 이 역시 당간 대결로 설치시기는 묘연하다. 이에 따라 융합에 대비한 의견조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방송법은 올해 중 국회에 발의 되더라도 내년 총선과 맞물려 다음 국회에서나 논의를 재개하는 험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방법은 의원입법을 통해 부분적으로 방송법을 손질하는 것이다. 하지만 융합서비스와 관련해선 정부부처와 의원 간 이견이 팽팽해 난항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관심이 벌써 장외에 가 있어 이러한 방법도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게 의원실 관계자들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현행 통합방송법의 제정 과정

 방송법 개정의 역사는 늘 험난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방송정책 및 행정을 총괄하는 현 방송위원회를 탄생시킨 현행 방송법도 무려 5년간의 진통을 겪었다. 지난 95년 문민정부 시절 정부가 ‘선진방송 5개년 계획안’에 따라 시도한 통합방송법 제정은 99년 12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그간 2건의 정부안과 3건의 의원발의안 제출,그리고 4차례에 걸친 소관 상임위원회의 상정이 있었고 모두 무산됐었다.

 이러한 통합방송법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개정하려는 작업도 유사한 진통을 겪고 있다.여야 대립,선거 변수 등 그 때와 거의 판박이다.

 방송을 산업이라기 보다는 유력한 정치 선전 수단으로 여기는 아날로그적인 사고가 여전히 국회와 정부를 지배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표>현행 통합방송법이 나오기까지

1995.7.14 정부 선진방송 5개년 계획 발표

" 11.23 정부안 제출, 야당(국민회의, 자민련)안 발표

" 12.1 두 법안 국회 상정

1996.5.29 14대 국회 임기만료로 법안 폐기

" 11.20 정부 방송법안 국회제출

1997.7.10 방송관계 법률안 국회상정이후 대통령선거로 논의 보류

1998.2.25 새정부 출범, 방송법논의 원점 회귀

" 11.21 야당(한나라당) 방송법안 발의

" 12.3 방송개혁위원회 출범

1999.2.27 방송개혁위원회 최종보고서 발표

" 7.3 공동여당(국민회의, 자민련) 방송법안 발의

" 17.13 방송사 노조 방송법 통과 요구 연대파업

" 10.1 민주방송법 쟁취 국민운동본부 발족

" 12.28 방송법 국회본회의 통과

2000.1.12 방송법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