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가 차세대 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석유 등 천연자원이 날이 갈수록 고갈되면서 이를 확보한 나라와 차지하지 못한 나라간의 질시와 분쟁이 정도를 더해가며 결국 전쟁으로까지 비화했다.
미국이 테러국가를 처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등의 대의명분으로 시작한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그 내면에는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산업화 여파로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의 소모량이 절대적으로 증가, 에너지원의 확보여부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라는게 적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도 결코 이런 에너지 대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변변한 에너지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자동차 보유 대수가 이미 1000만대를 훌쩍 넘어섰으며, 공업국가라는 명색을 유지하려는 듯 매일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을 소비, 에너지 소비량 측면에서 세계 10위를 기록하는 대국(?)으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석유 소비량은 세계 6위권으로 지난 2000년 기준으로 GDP의 8.2%에 달하는 375억 달러를 에너지 수입에 사용하고 있다. 주에너지원 가운데 하나인 원자력 에너지도 핵 폐기물 처리장을 서로 자신의 앞마당에 들여 놓을 수 없다는 님비(NIMY) 주의가 팽배하면서 더 이상의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천연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세계 각국은 모두 차세대 에너지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그 대안으로 태양열·풍력·조력 등 무공해 에너지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 에너지원의 개발에 앞서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생산국들이 연료전지 개발의 중심에 서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메탄올·천연가스·휘발유·석탄 등의 원료가 가지고 있는 화학에너지를 연소가 아닌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시키는 고효율의 무공해 발전장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연료전지는 수소에너지 시스템을 근간으로 함에 따라 온실가스 등의 환경부하를 줄일 수 있으며, 에너지 변환효율이 커 절약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론적으로 연료전지의 이론상 발전효율은 화력발전(35%)보다 15∼25%가 높은 50∼60% 수준에 이르는 고청정 에너지 발생장치이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해외 각국은 연료전지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는 이미 인산연료전지(PAFC: Phosphoric Acid Fuel Cell)를 상용화한데 이어 최근에는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Molten Carbonate Fuel Cel) 및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PEMFC: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에 대해 실증실험 단계에 돌입했을 만큼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연료전지 부품 관련 산업화가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오는 2005년을 기점으로 2010년까지 다양한 시스템의 연료전지가 실용화 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내 산학연이 하나의 유기체를 구성, 핵심기술·기반기술·관련기술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극제조기술, 전해질 제조기술, 분리판 제조기술, 스택기술, 시스템 기술 등을 핵심기술로 분류하고, 소재기술, 시스템 설계 및 제어기술, 발전기/자동차 설계기술, 성능평가 기술 등은 기반기술 그리고 전력계통기술, 2차전지기술, BOP(Balance of Plant) 기술, 가스터빈 기술, 열병합발전 기술 등은 관련기술로 분류하고 체계적인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선진국들이 발빠르게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이들 나라들과 대등한 경쟁자 입장에 서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연구개발이 최선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은 전력사업용으로 ‘비전 21’, 수송용은 ‘프리덤 카’, 이동용 및 군수용은 국방부 연구계획국(DARPA) 프로젝트로 개발을 진행중이다. 일본은 뉴 선사인(New Sunshine) 프로젝트에 힘입어 발전용 연료전지의 실증실험을 통한 실용화를 준비중이고 수송용의 경우는 이미 보급화에 주력할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다.
또 유럽연합(EU)에서는 제6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 (2002-2007)으로 정지형 및 수송용 연료전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저가격화 및 첨단재료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8년부터 연료전지 개발을 본격 추진해 현재 기본기술은 확보돼 있다. 그러나 발전용 연료전지의 경우 상용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5년 정도로 큰 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들과 벌어진 격차를 만회하고 대체 에너지 시대인 21세기에서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연료전지 기술의 개발이 절실하다”며 “오는 2012년 550억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연료전지 시장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차원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기고]연료전지의 종류와 개발현황
-오인환 한국과학기술원 연료전지 연구센터장
연료전지는 1839년 영국의 법관이었던 그로브에 의해 발명됐다. 시험관을 이용한 연료전지 (fuel cell) 4개를 직렬로 연결해 전기 에너지를 얻은 후 이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하는 데 성공한 것. 연료전지는 지난 65년 미국의 우주선 전원에 사용되면서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우주선용으로 사용되어 오던 연료전지는 고효율에 무공해 발전장치라는 이점에 힘입어 민수용 및 군수용으로의 활용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미래의 신에너지원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범국가적으로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연료전지 실체가 현실화 될 전망이다. 전철과 자동차가 연료전지로 움직이며 수명이 한달이 넘는 휴대폰용 전지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연료전지는 중간의 과정없이 화학에너지에서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되지 때문에 고효율인 동시에 발생되는 생성물이 물 밖에 없어 환경친화적이다.
연료전지는 전해질로 인산을 사용하는 인산연료전지 (PAFC), 탄산리튬과 탄산칼륨의 혼합물을 사용하는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MCFC), 지르코니아 라는 세라믹을 사용하는 고체산화물 (SOFC:Solid Oxide Fuel Cell), 수소이온교환막을 사용하는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PEMFC: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 및 직접메탄올 연료전지 (DMFC:Direct Methanol Fuel Cell), 수산화칼륨을 사용하는 알칼리 연료전지 (AFC: Alkaline Fuel Cel) 등 그 수가 헤아릴 수 없다.
인산·용융탄산염·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주로 발전용,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는 수송용, 직접메탄올 연료전지는 휴대용, 그리고 알칼리 연료전지는 우주선용으로 개발이 진행돼 왔다.
인산연료전지는 미국의 ONSI사가 200kW급을 상용화하여 전세계적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3기가 도입돼 운전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는 실증시험단계로 외국에서 MW급 발전소가 시범운전되고 있어 조만간 수백 MW급으로의 대형발전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차세대 발전장치로 연구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수송용 연료전지로는 80℃의 저온에서 작동되는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가 적합하다. GM, 도요타, 다임러 벤츠 등 선진 자동차회사들은 이미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를 이용한 무공해 연료전지승용차를 선보였다.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는 승용차 이외에 버스, 오토바이 등의 동력원으로도 개발되고 있으며 2차세계대전 때 U보트를 생산한 독일의 HDW사는 연료전지잠수함을 개발해 곧 실전에 배치할 예정이다.
휴대용 또는 이동용 연료전지로는 액체연료인 메탄올을 사용하는 메탄올 연료전지가 적합하다. 메탄올을 카트리지 형태로 하여 연료전지에 부착하면 장시간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카트리지를 교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메탄올 연료전지는 휴대폰·PDA·노트북 등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가전기기 전원으로의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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