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서]지식기반산업-e금융

 현물화폐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신용카드 한장으로 왠만한 결제는 가능해졌고 인터넷의 발달로 원격지에서 실시간으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창구에 줄을 설 필요없이 안방에서 계좌이체 등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이쯤에서 끝나지 않는다. 금융업과 통신업의 융합이 가속화되며 휴대폰으로 은행업무도 볼 수 있는 등 불과 몇년전만 해도 공상과학 소설쯤으로 여겨졌던 현실들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금융이 진입단계를 넘어서 정착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당장 금융서비스 전달채널 비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전형적인 창구와 CD/ATM이라는 채널에서 벗어나 텔레뱅킹, 인터넷뱅킹 등이 새로운 전달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2월현재 33.3%에 달했던 창구업무는 지난해 12월에는 29%로 떨어졌으며 CD/ATM도 같은 기간동안 42.8%에서 32.9%로 크게 떨어졌다. 이 빈 자리를 메꾸고 있는 것이 텔레뱅킹과 인터넷뱅킹이다. 텔레뱅킹과 인터넷뱅킹은 각각 2000년 12월 현재 13.2%, 10.7%에 머물렀으나 2002년 12월에는 각각 14.9%, 23.2%로 성장했다.

 특히 인터넷뱅킹은 이용자수로만 봐도 어마어마한 성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국내 인터넷뱅킹 등록고객은 올해 2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99년 7월 국내에 인터넷뱅킹서비스가 도입된 지 3년 11개월 만의 일이다.

 이같은 인터넷뱅킹의 활성화로 전자방식 결제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3년 상반기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일반고객이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하는 소액결제규모는 올 상반기에 일평균 2046만건, 34조14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2% 및 0.9% 증가에 그쳤으나 이 가운데 전자방식 결제규모는 1539만6600건과 15조2588억원으로 각각 4.9%, 14.7% 증가했다.

 반면 장표방식 결제규모는 전년 동기에 비해 건수기준으로 8.7%, 금액기준으로 8.0% 각각 감소한 506만3300건과 18조887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체 결제액 가운데 전자결제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기준으로는 75.3%, 금액기준으로는 44.7%나 된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 하반기에는 건수에 이어 금액부문에서도 전자결제방식이 장표방식 결제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은행공동망 이용실적을 세부적으로 보면 전자금융공동망 이용실적은 인터넷뱅킹 확산 등의 영향으로 건수 및 금액이 각각 전년 동기대비 39.7% 및 53.5% 증가했으나 타행환 이용실적은 건수 및 금액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17.6% 및 22.6% 감소했다.

 증권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놀랄만하다. 사이버 주식거래가 70%에 육박하며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을 훌쩍 앞선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일이다. 올 들어 그 성장추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거래비중의 60%를 사이버거래가 담당하고 있다. 특히 올해들어 기존 증권사를 물리치고 사이버증권사들이 10위권안에 당당히 진입하는 등 3∼4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일이 벌어지고 있다.

 e금융은 무엇보다도 금융업과 다른 산업과의 융합화를 가속화시키고 부가산업으로 전자지불산업 등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전자금융이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자지불산업은 전자금융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파생산업이다. 전자화폐, 전자지불대행 등 서비스 뿐만 아니라 전자지불기기, 소프트웨어, 지원서비스 등 인프라산업으로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전자지불포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지불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31.09%가 증가한 16조 6889억원이나 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5년동안 약 3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이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e금융은 당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금융 산업의 혁신가운데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 변화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산업은 글로벌화, 겸업화의 방향성 아래 공급자 중심의 금융산업에서 수요자 중심의 금융산업 구조로의 변혁을 요구받고 있다. 결국 글로벌화, 겸업화와 함께 금융업의 가장 큰 흐름은 e금융화다. 글로벌화, 겸업화가 기존 금융권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면 e금융화는 금융포털, 인터넷뱅킹, 전자통신업의 부상등에서 시작을 해 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는 기술기반 신금융권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e금융은 국내 금융산업이 전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사실에 주목할만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IT인프라를 갖고 있어 다양한 e금융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다. 또 이를 대중화시켜 세계 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부풀고 있는 것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모바일뱅킹과 TV뱅킹

 새로운 e금융 형태로 모바일뱅킹과 TV뱅킹을 꼽을 수 있다. 모바일뱅킹이야 지난 99년말부터 서비스가 시작됐으니 신선도는 떨어지지만 최근 들어 금융과 통신의 본격적인 융합으로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모바일뱅킹은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인터넷뱅킹의 부가채널로 보는것이 정확하다. 때문에 이 서비스의 제공목적자체도 비용절감차원에서라기보다는 이동하면서 금융업무를 보고 싶어하는 고객 서비스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중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실적은 120만건으로 3월중 113만건에 비해 6.0% 증가했다. 조회서비스는 6.3% 증가한 118만건을 기록했지만 자금이체서비스는 2만3000건으로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아직까지 기존 4대 채널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선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과 통신사업자간 영역갈등탓에 신규 서비스 확산이 더뎠던 탓이다. 그러나 최근 양 진영이 진화된 신기술을 바탕으로 윈윈모델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어 시장 확산이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지난 2001년 11월 첫 선을 보인 모바일 금융거래 서비스인 ‘네모’를 무료화에서 인터넷 뱅킹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이 가운데 대부분을 은행이 갖는 식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고 주요 시중은행과 협의중이다.

LG텔레콤 역시 지난 8월 국민은행과 제휴를 통해 휴대폰에 금융전용칩을 탑재한 ‘뱅크온’ 서비스를 선보였다. 뱅크온은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위한 금융칩을 휴대폰에 내장, 계좌조회·이체·출금·수표조회 등 기본적인 금융서비스와 교통카드 기능까지 제공한다.

 TV뱅킹도 눈여겨볼만하다. 디지털방송 실시로 쌍방향TV서비스의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유렵에서는 약 17개은행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디지털방송 시청가구의 약 6%가 프랑스에서는 쌍방향 TV이용자의 약 30%가 이용하는 등 어느정도 부가채널 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미국, 일본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TV뱅킹의 경우 각 가정내의 브랜치화로 가정에서 언제든지 TV를 통해 은행업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성장가능성이 크다. TV 뱅킹서비스는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집에서’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각 가정에 은행지점을 냈다는 의미로 ‘소파 은행’이나 ‘안락의자 은행’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청자가 몇번의 리모콘 클릭으로 안방에서 편리하게 계좌조회, 자금이체, 신용카드결제와 같은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30년 이상 우리 생활가운데 정보전달도구로 자리매김해온 TV를 매체로 하기 때문에 인터넷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켜볼만하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금융 IT투자 확산에 일조

 e금융의 핵심은 ‘24시간 365일 무정지 시스템’이라는데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e금융을 위해서는 IT인프라에 투자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금융권에 수조원대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진것이 기반이 돼 현재 전자금융거래가 사고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1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IT투자는 수조원에 달하며 국내 IT산업의 질적, 양적인 성장을 이끄는데 큰 힘이 돼왔다. 증권업계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개발에 주력하며 현재의 사이버주식거래의 기틀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은행권에 이어 신용카드와 보험업계에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카드는 ‘밀레니엄비전 프로젝트(MVP)’라는 차세대시스템을 조만간 개통할 예정이며, LG카드도 차세대시스템 2단계 작업으로 회원·가맹점 관리 등 운용계 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비씨카드도 이르면 올해말부터 정보기술아키텍처(ITA) 개념을 도입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도 인터넷보험 판매, 방카슈랑스 등 새로운 영업환경에 맞춰 기존 시스템을 재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금융권과의 인수합병이 또 다시 불거지면서 대형화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다소 주춤했던 금융IT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며, 이것이 계기가 돼 e금융은 더욱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