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없이 ‘성장’을 운운하지 말라’
게임 포털 넷마블은 올 상반기 329억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55%나 늘어난 것도 놀라운 대목이지만 같은기간 영업이익 150억원은 게임산업의 놀라운 부가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100원어치를 팔아 무려 50원 가량을 남긴 셈이다.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이다
로열티 미지급문제로 지난해부터 중국 샨다와 지루한 분쟁을 벌여온 액토즈소프트는 최근 협상이 타결되면서 300억원이라는 거액을 벌어들였다. 샨다는 액토즈소프트에 로열티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르의 전설2’에 대한 중국내 서비스를 2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2년동안 샨다가 액토즈에 벌어다줄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두 사례는 내수 시장에서의 게임산업 부가가치와 해외시장에서의 수출 잠재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 비디오 게임, PC게임, 아케이드 게임, 게임장 등을 비롯한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2002년 3조 4026억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국내 총생산(GDP)이 596조원임을 감안하면 0.57% 수준의 비중있는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더욱이 매년 20∼30%의 성장률을 기록, 오는 2005년에는 5조원대를 돌파하고 2007년에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들의 오락거리나 비생산적인 문화의 표상으로 여겨졌던 게임이 이제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외화까지 벌어들이는 효자둥이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된 디지털콘텐츠 분야 가운데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음반 분야가 세계 시장 규모대비 한국의 점유율이 0.4∼0.9%에 그치는데 반해 게임은 547억달러 시장 가운데 1.5%의 비중을 점하고 있다. 반도체와 메모리, TFT/LCD 등 주력 IT제조업을 제외하고 통상 세계 시장의 1% 안팎인 국내 산업규모 가운데 게임의 지표는 단연 돋보인다. 오는 2010년까지의 성장률 예측에서도 음반 15%, 영화 18%, 방송 25%에 비해 게임은 33%로 가장 높다.
무엇보다 게임산업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개척하고 만들어가는 온라인 게임 및 모바일 게임의 세계화 가능성 때문이다. 게임산업은 전통적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따라서 비디오 게임, 아케이드 게임과 PC패키지 게임이 강세를 보여왔다. 80년대 초반 형성된 우리나라 게임 시장도 초기 10년 이상은 아케이드 게임이, 90년대 중반이후는 PC 패키지 게임이 장악해 많은 로열티가 외국으로 빠져나간 것이 사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우리가 종주국이다. 모바일 게임은 내수시장에서 가장 먼저 불붙고 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버티고 있는 비디오 콘솔게임의 아성을 뚫어야하는 과제가 있지만 전망은 밝다. 전세계 브로드밴드 인터넷이 확산일로에 있으며 게임문화도 혼자서 즐기는 문화에서 함께 커뮤니티를 통해 즐기는 방향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일본의 경우 1조5000억엔에 이르는 게임시장 가운데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0억엔 미만으로 5%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는 지난해 500만개에 불과했으나 올 5월 기준 1000만개(DSL+케이블)를 돌파하면서 밝은 전망을 던져주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동시 성공을 예감하게 해준다. 오는 2005년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3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 이상이 광대역 인터넷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전화 가입자 역시 2005년경 3억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이나 미국 시장과는 달리 중국의 이 같은 인터넷, 모바일 인구의 증가는 게임 수요 확대와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중국 신식산업부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의 43%가 온라인 게임을 사용하고 있으며 온라인이 안되는 게임은 낙후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리니지’, ‘뮤’, ‘미르의 전설’과 같은 게임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일본, 중국 시장에서 외화까지 벌어들이는 알짜 상품이 됐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높은 완성도 뿐만아니라 커뮤니티를 염두에 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다운이나 느려짐을 최소화하는 서버 및 네트워크 기술이 총체적으로 결합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와 제휴하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공세를 펴는 것도 이 같은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이다.
게임은 걸음마에서 이제 달리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날개까지 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개발 시스템, 기획과 관리력을 갖춘 매니저급 수준의 고급인력 양성, 효과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부상하는 게임포털
‘게임포털 산업을 주목하라’
국내 게임산업 구조가 자금력과 막강한 사용자 접점을 갖춘 게임포털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바람의 나라’, ‘리니지’와 ‘뮤’ 등 시장을 주도한 게임의 경우 개발사가 개발한 후 자체 퍼블리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정설이었다. 엔씨소프트, 넥슨, 웹젠과 같이 인지도와 자금력, 서비스 노하우를 갖춘 게임 개발업체의 경우는 별문제 없으나 대부분의 영세한 게임개발사는 개발한 작품을 마땅히 뿌릴 곳을 못찾아 괜찮은 게임이라도 불가피하게 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게임포털은 이미 방대한 사용자 접점을 갖춘 포털 영역에 게임 서비스를 접목하는 모델로 게임산업의 질적 변화하는 점에서 주목된다. 게임개발사 입장에서는 게임을 퍼블리싱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음을 의미하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한 사이트에서 여러가지 장르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게임이 올 상반기 368억원, 넷마블이 329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만 봐도 게임포털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음이 감지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게임산업은 누가 더 좋은 게임을 개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나은 게임포털을 통해 선보이냐(퍼블리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들어 한게임과 넷마블의 고속성장을 부러워만하던 인터넷 기업들이 하나둘씩 게임포털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네오위즈, 엠파스, 야후코리아, 네이트닷컴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게임전용 포털 등을 개설하며 게임파트너사 물색에 나섰고 전통적인 온라인 게임 개발사인 엔씨소프트, 웹젠, 그라비티 등도 종합 게임포털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의 우산속에 게임 퍼블리싱이 진행될 경우 게임산업 자체의 자생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내수시장에서는 게임포털을 통한 수요확산이 먹혀들지 몰라도 철저히 대형포털 아래서 주문형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하청구조로 전락할 경우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고]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제언
-정영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원장
여기저기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성장 산업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과정에서 미래 한국을 이끌어간 산업의 공동분모는 고부가가치의 지식집약형 산업이라는 데에 의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산업은 단기간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며 그 과실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의 경우 세계적인 기업인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IBM 등이 게임사업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판단하여 본격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2005년에는 세계게임시장이 반도체시장을 추월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큰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일부분이기는 하나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있어 고무적이다. 온라인게임은 이미 중국시장의 대부분을 선점했으며 모바일게임도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국의 게임 콘텐츠 성장 경쟁력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불어닥친 인터넷 열풍은 전국을 정보인프라망으로 무장시켰으며 이제는 유선을 너머서 무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전국 2만여 개의 PC방 인프라는 우리나라 정보화의 상징으로 세계 각 국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이러한 과정들이 중국, 일본 등 세계 각지로도 번져나가고 있다. 유럽 각 국도 오는 2007년 즈음에는 초고속망이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네트워크 기반 게임의 시장 선구자인 국산 게임 콘텐츠 수출의 길도 활짝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아울러 일부 분야에서 보유한 핵심기술과 5000년 문화 속에 잠재돼있는 높은 창작 능력은 국산 게임 콘텐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게임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이 같은 잠재성을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세계 5대 수출 확대 현지거점 확보 및 글로벌 교류협력 강화, 글로벌 공동 프로젝트 전개 및 게임분야 해외투자유치 기반조성, 온오프라인 게임전문가 양성을 통한 인력수급 불균형 해소, 핵심 응용기술 개발, 게임창작 활성화 지원 및 투융자 사업의 확대, 게임산업 시장연구 확대 및 게임산업 지식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정보제공 등이 그 내용이다.
이제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 육성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5년 이내 세계문화산업 5대 강국” 실현을 앞당기는데 게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