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서]전략산업-디지털콘텐츠

 ‘진정한 IT코리아, 디지털 콘텐츠에 달렸다’

 이동전화 가입자 3300만명, 인터넷 사용자수 2800만명, 초고속통신망 설치 가구 1000만호.

 4500만 인구·1600만 가구수를 보유한 우리나라의 남부러울 것 없는 IT인프라 지표이다. 인구 100명당 75명이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60명은 매일 인터넷으로 생활하며 세집 가운데 두집에는 초고속망이 들어오는, 이 같은 IT신천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잘 빚어진 그릇과는 달리 내용물(콘텐츠)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올해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불과 1%. 내수를 제외한 연간 수출액 5억달러를 감안하면 더욱 쪼그라든다. 우리가 디지털에는 앞선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콘텐츠 수출액 43억달러에 비해서는 8분의 1이 채 안되는 초라한 수준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이 비율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오는 2005년 1700억달러로 예상되는 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먹을 수 있는 ‘떡’은 산술적으로 17억달러에 불과하다. 그것도 무선 인터넷의 급성장으로 인한 내수 시장 증가를 감안하면 수출시장에서는 그다지 기대할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요포화로 대부분 감소 혹은 정체를 보이는 세계 IT시장에서 이 같은 높은 성장잠재성을 갖고 있는 디지털콘텐츠 분야를 놓쳐서는 안되는 첫번째 이유가 여기 있다. 

 이 같은 당위론적인 전제를 들지 않더라도 디지털콘텐츠는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는 올초 정통부, 문화관광부, 산자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를 통해 콘텐츠 육성계획을 마련하는 등 올해부터 본격적인 산업 육성지원에 나섰다. 최근에는 정부가 5년후, 10년후 국가산업을 이끌고 갈 10대 차세대 IT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콘텐츠를 선정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정부가 디지털콘텐츠를 우리나라가 5∼10년후 먹고 살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본 것은 무엇보다 이 분야가 갖고 있는 부가가치와 성장가능성에 기인한다. 세계 시장이 아무리 커져도 100원 팔아 10원도 못 남긴다면 미래 성장동력이 못된다. 또 아무리 부가가치가 높아도 우리나라의 산업기반이 취약하거나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면 의미없는 시장이다.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부가가치는 이미 입증되고 있다.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 에서만 2400만명을 동원한데 이어 수천만장의 DVD타이틀 판매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각종 캐릭터 팬시용품 산업까지 견인하면서 만들어낸 시장규모는 수조원대를 넘어선다. 유명 게임인 파이널판타지는 11번째 시리즈까지 출하되면서 개발사인 스퀘어의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이는 단적인 사례다.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평균 수익률은 30%를 훌쩍 넘는다. 제조업의 이익비중이 한자리수 혹은 10%대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같은 규모를 팔아도 손에 거머쥘 수 있는 이익은 3배 이상인 것이다. 특히 1차 생산하는 시장보다 이를 가공하고 다른 형태로 재판매하는, 일명 원소스멀티유즈라고 하는 2, 3차 파생시장이 더욱 크기 때문에 더욱 디지털콘텐츠의 부가가치는 수치로 가늠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풍부한 문화자산, IT와 접목된 제작기술, 양산능력의 우수성은 오히려 부차적인 요인이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내수시장이 뒷받침된다. 1년에 1억명 이상이 영화를 관람하고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을 하는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는만큼 국내 시장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지난 2000년 시작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3년만에 1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는 것은 내수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업체인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은 “우리나라가 모바일 콘텐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성공은 탄탄한 우리나라 IT인프라와 내수시장이 어느 정도 담보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콘텐츠 산업에 일찌기 눈을 뜬 미국은 군수산업에 이은 2대 산업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구사할 정도다. 영국은 액션플랜으로 이 분야 매출액을 GDP 대비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장기 청사진에 따른 세부계획과 실천, 그리고 산업구조의 선진화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기고]디지털콘텐츠 산업발전을 위한 제언

-임학순 팀장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정책개발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디지털도메인의 스콧로스 회장은 세계경제가 제조업기반 경제에서, 지식기반 경제로, 이제는 콘텐츠기반 경제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것은 지난 2000년 리프킨이 `접속의 시대`라는 책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경제 패러다임이 산업생산에서 문화적 체험, 창의력, 상상력이 가치 창출의 핵심요소로 작용하는 문화생산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문화콘텐츠산업을 10대 차세대성장산업으로 선정하고 세계 5대 문화콘텐츠산업 강국 육성 의지를 표명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콘텐츠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성장 잠재력에 불구하고 현재 국내 콘텐츠 산업의 자생력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올해 ‘오세암’, ‘원더풀데이즈’, ‘엘리시움’ 등 창작물이 발표되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공사례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첫째 문화콘텐츠산업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내수시장 중심의 가치사슬 구조를 수출증진을 통한 글로벌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우리 문화콘텐츠산업의 수출은 약 5억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산업이 미국시장에서만 43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열악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내수시장 기반이 수익모델을 제시할 만큼 다져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수출종합지원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유럽에 이어 신 문화산업 블록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지역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해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고 우리나라가 콘텐츠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아울러 현재 국내시장에서 0.7%에 머무르고 있는 지방문화산업의 생산기반을 확대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문화의 자생력을 높임으로써 현재의 중앙집권적 산업구조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역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둘째, 이야기, 창작소재개발, 문화유산 디지털정보 등 창의적인 기획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창작산업임에도, 우리의 기획환경은 매우 취약하다. 우선 인문학·예술·디지털기술·산업 등 학제간 공동개발 활성화, 미래 영재발굴, 산·학연계 등 사회전체의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저작권기반의 콘텐츠 유통 및 이용환경을 정립하여 문화콘텐츠산업을 저작권산업, 라이센싱산업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창의적 인력 양성, 차세대 문화콘텐츠 R&D, 투자환경 개선 등 문화콘텐츠산업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소위 원소스 멀티유즈 환경을 조성하여 문화콘텐츠산업의 가치사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감성체험 수요와 미래 콘텐츠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산업화 뿐만 아니라 콘텐츠 이용문화를 발전시키는 작업도 요구된다.

 

◆부상하는 모바일콘텐츠  

 ‘디지털콘텐츠 효자둥이는 모바일’

 모바일에서 금광을 캐기위한 디지털콘텐츠 업계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미 국내에서 1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는 탄탄한 내수기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컴투스, 모바일컬처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반 콘텐츠와는 달리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잠재성 높은 분야이기 때문. 영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일반 디지털콘텐츠 시장의 경우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어 진입이 쉽지만은 않다. 10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 기업은 이미 과점이라 할 수 있는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거대한 자본력과 유통망, 오래된 연륜, 막강한 내수시장이 바탕이돼 이 같은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는 틈새시장 개척이나 일부 응용분야를 제외하고는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그러나 모바일콘텐츠의 경우는 다르다. 수년이상의 수준차이와 개발격차가 있는 기존 분야와는 달리 우리나라가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CP)는 게임 분야의 300개를 비롯해 수천개에 이른다. 무엇보다 1000만명에 이르는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수는 콘텐츠 산업확대의 든든한 자산이다. 한 모바일콘텐츠 사장은 “한국은 지난 3년동안 실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성숙해왔다”며 “관망자세만을 유지하던 유럽이나 중국시장에서는 금방 따라오기 힘든 자산”이라고 자신했다.

 최근들어 모바일콘텐츠 글로벌화를 위한 지원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현지화 제작 및 테스트에 이르는 콘텐츠 수출 전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원스톱 수출지원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 10월부터는 수출용 모바일 콘텐츠를 국내에서 개발, 테스트해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어서 관련업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세계 각국의 최신 무선 통신환경(GSM·CDMA·GPRS 등)을 구축, 국내에서도 해외에 직접 나간 것처럼 다운로드 테스트 등 서비스 문제들을 미리 점검할 수 있다.<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