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제 e비즈니스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e비즈니스 관련 국제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올들어 열린 행사만도 6월 `오아시스데이인 코리아`와 `전자상거래 국제표준 세미나` 그리고 이달 들어 `ISO 기술위원회(TC) 서울총회`와 `유엔 전자거래 표준제정 국제기구(UN/CEFACT) 국제포럼` 등이 있다.
e비즈니스가 희망이다
90년대 말 IT붐과 함께 e비즈니스 열풍이 몰아 닥쳤다.
기업들은 e비즈니스 환경에 대처해야만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정보화에 나섰다. 또 온라인이 오프라인 거래를 대처할 것이라며, B2C(기업과 소비자) 및 B2B(기업과 기업) e마켓플레이스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격으로생겨났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e비즈니스 산업 규모는 기대했던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기하급수적 성장이 예상됐던 e비즈니스 시장도 당초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90년대 말 수십∼수백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정보화에 힘써왔던 기업들에게 추가 투자를 어렵게 했으며 또 의욕적으로 e마켓플레이스 사이트를 오픈했던 사업가들에게 폐업의 아픔을 던져주기로 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는 e비즈니스가 싹틀 시점에 너무 커다란 장밋빛 전망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당시 전문가들은 e비즈니스의 긍정적인 면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른 변수를 가볍게 봤다. 하지만 이런 돌출 변수들이 의외로 크게 작용, e비즈니스 산업의 급신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e비즈니스의 미래는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일까.
닷컴 거품이 사라진 이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진정한 e비즈니스는 ‘이제부터’라고 역설한다. 그동안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자상거래 표준체계 혼선, 오프라인과 다른 온라인 사업환경, e비즈니스에 적합한 법제 환경 및 인프라 등 연달아 등장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했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이런 장애물들이 하나씩 벽을 허물며 진정한 e비즈니스 세계로의 길을 인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e비즈니스를 통해 흡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말 수동적으로 기존 오프라인 기업환경에 억지로 끼어 맞추듯이 정보화를 추진했던 기업들보다는 21세기 들어 경영환경 개선과 함께 정보화를 한 업체들 가운데 두드러지고 있다. 정보화라는 것이 경영투명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초기 정보화를 추진한 기업들보다 적은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 높은 성과를 보고 있다. 투자에도 상당한 만족을 느끼며 매년 새로운 e비즈니스 분야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연구조합 송태의 상무는 "많은 기업들이 투자대비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미 e비즈니스 전개에 따른 효용성은 검증돼 가고 있다"고 말한다.
e마켓플레이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실적이 크게 호전하고 있는 e마켓들이 여럿이다. 특히 이들 성공한 e마켓의 공통적인 특징은 온라인적 특성에 오프라인적 요소를 결합하는 등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말 e마켓을 오픈할때만 해도 순수 사이버 시장을 꿈꿔왔으나 여기에 한계를 느기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기업소모성자재(MRO) 및 건설자재 e마켓인 아이마켓코리아의 현만영 사장은 "무조건 e마켓을 오픈하고 기업들이 이용하게 할 것이 아니라 고객인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울러 "e마켓의 경쟁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단지 아직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움"이라며 e마켓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나타낸다.
특히 정부가 e비즈니스 투자에 적극적이다. 인터넷 강국의 기치를 살려 e비즈니스 강국으로 이어갈 태세며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맘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대표적으로 차세대 전자상거래 표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확장성표기언어(ebXML) 부문의 경우 그동안의 집중적인 투자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엔전자상거래및무역촉진포럼(UN/CEFACT)과 함께 ebXML의 개발 및 보급에 나서고 있는 민간전자상거래표준화기구인 오아시스(OASIS)의 페트릭 게논 회장은 지난 6월 방한때 한국 정부와 민간의 전자상거래 표준에 대한 관심에 투자에 매우 높게 평한바 있다.
여기에 산자부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업종별 B2B시범사업도 우리나라 e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는데 훌륭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된 B2B시범사업은 현재 3년간의 시범사업이 종료된 1차업종(9개)을 포함 2차업종(11개), 3차업종(10개), 4차업종(10개) 등 무려 40개 업종에 달한다. 각 업종별로 이런 시범사업이 전개되며 업계 전반으로 e비즈니스에 대한 인식 확산 및 온라인 거래 활성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전자거래협회의 김동훈 부회장은 "B2B시범사업을 통해 업종별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e비즈니스에 눈을 뜨고 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구축된 표준과 인프라 등은 전세계의 대표적인 표준과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진정한 e비즈니스는 ‘이제부터’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리서치는 세계 B2B시장규모가 올해 3조6900억달러에서 내년에는 58.3%가 성장한 6조33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성장 정도를 정확히 점치기는 힘들지만 확실한 것은 고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e비즈니스 부문 개척국으로 그동안 막대한 수험료를 지불해 왔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밑바탕을 깔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준배 joon@etnews.co.kr>
[인터뷰]한국전자거래진흥원 정득진 원장
"e비즈니스를 통해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려면 다수의 경제주체가 온라인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다."
한국 e비즈니스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는 정득진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원장은 e비즈니스 산업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주 요인으로 아직 성장모멘텀이 될 임계치(Critical Mass)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이를 활용한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 원장은 이의 단적인 예로 작년말 실시한 국내기업 e비즈니스 현황조사 결과를 든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e비즈니스 시스템 도입에 투자한 기업은 조사대상 기업의 16.7%였으며 ERP 도입도 23.5%에 그쳤다. 또한 전자상거래를 진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11.7%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특히 86.2%가 앞으로 계획이 없다고 응답하는 등 여전히 투자에 소극적이다.
정 원장은 그러나 e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해 여전히 밝게 보고 있다. e비즈니스가 경영효율화 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이미 여럿 검증됐기 때문에 이럴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보다 손쉽게 e비즈니스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할 것을 주문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e비즈니스도 분명 승자와 패자가 존재합니다. 이들 승자들은 우선 고객중심의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또 트랜드에 편승하지 않고 구체적인 전략하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e비즈니스의 기회와 위기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정 원장은 e비즈니스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우리의 생활은 물론 경제활동 기반이 e비즈니스화되고 있다"며 "이것은 비용 절감, 생산성 증가, 시장 확대 등을 통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e비즈니스에 대한 인식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성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e비즈니스의 도입 및 확산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봅니다. 정보기술의 발전속도와 디지털경제의 네트워크적 속성 그리고 수확체증의 경제원리를 보면 머지 않아 우리나라 e비즈니스가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진흥원이 주춧돌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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