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이 차세대 IT분야에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은 상호간 기술과 표준화 협력, 시장을 공유함으로써 IT산업의 ‘동북아 시너지 효과’를 노린 포석으로 해석된다.
차세대 IT표준화 분야의 협력을 통해 세계의 IT허브로 거듭나자는 이번 회의의 공동목적은 그간 지리적, 문화적 동질성을 갖고도 EU나 북미 등과 같이 공동경제협력체를 만들어내지 못한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15억 인구가 밀집한 ‘시장’과 한·중·일의 IT선도기술이 융합돼 만들어내는 기술표준은 세계 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De-Facto Standard)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일 공동보조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3국협력 무얼 담았나=3국의 협력약정은 차세대이동통신, 차세대인터넷, 공개소프트웨어, 디지털TV/방송, 통신망 안전과 정보보호, 통신서비스 정책,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7개 분야에서 이뤄졌다. 표 참조
3국은 국장급 또는 과장급을 대표로 하고 기업,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 매년 1회의 정기적인 포럼 또는 세미나를 통해 표준협력, 개발촉진, 전문가 교류 등을 추진키로 했다.
실무분야의 첫번째 성과로 공개소프트웨어 협력을 위해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동북아 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 포럼’을 구성키로 하고 12월 4일 첫 회의를 열어 임베디드소프트웨어, PC서버, 국제협력 등 3개 분과의 표준화와 기술개발을 공동추진키로 했다.
◇어떤 배경 있나=한국과 일본은 중국시장을 아우르는 동북아 시장을 통해 차세대 IT분야의 기술표준을 선점하는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CDMA를 채택, 단말기를 대량 수출하는 소득을 얻어냈으나 시스템 수출에 있어서는 성과가 미흡,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2세대 이동통신 등의 분야에서 독자 표준을 고집, 시장을 놓쳐온 일본도 한국, 중국과 공동보조를 통해 시장개척과 표준선점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디지털TV/방송, SI 및 운영기술, 시스템 보안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 시장 일부를 주고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왕쉬뚱 중국 신식산업부 장관은 “한국, 일본은 우수한 IT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협력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올림픽을 치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3국의 협력이 세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IT를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우리나라는 7개 분야에서 3국간 긴밀한 공동보조를 이끌어 낸다면 IT산업 도약의 큰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유럽, 미국의 세계 유수의 통신그룹과 4세대(G) 이동통신 기술개발 협력을 벌이는 등 각국이 별도로 표준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협력의 실효성을 살리는 일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일본이 이번 약정을 구속력이 약한 메모랜덤으로 다루자는 주장을 펼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큰 틀의 협력 속에서도 한·중·일이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협력의 실효성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
<제주=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IT 시너지` 활용 경협 새 틀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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