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들은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산업화 이후 국가경쟁력 제고의 핵심 과제로 정하고 지방분권화와 지방특성화산업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아직 산업화 단계에 있는 일부 국가들은 개발 초기부터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별 주요산업 육성방안을 연계해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지역간 불균형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한 방안인 산업클러스터는 지난 90년대 중반 OECD가 각국의 사례를 분석·발표하면서 각국의 경쟁력 제고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및 추진현황을 살펴본다
◇미국=미국의 지역균형발전의 토대는 바로 산업클러스터다. 미국은 이미 50년대 이전부터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산업클러스터 형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IT클러스터의 원조는 역시 실리콘밸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명성은 아이디어에서 상품화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에 기초한다. 헐리우드도 대표적인 영화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샌디에고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공사례도 전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미국 40개 산업클러스터의 로드맵과 실천계획을 작성하는 ‘클러스터 지도제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별 클러스터 발전에 적합한 최적의 정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캐나다=캐나다 정부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혁신클러스터 형성을 위해 기초자치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캐나다는 특히 민간부문 클러스터들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생명공학, 정보처리기술, e커머스, 해양기술, 나노기술, 건강기술, 연료기술 등의 클러스터군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첨단 클러스터를 적어도 10개 이상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2005년까지 캐나다 전지역에서 초고속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 지역클러스터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반시설(대학·전문대학·의학연구소·기술연구소 등) 설립에 필요한 자금 및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영국 정부는 최근들어 낙후된 지방에 대한 중점지원과 적극적인 기업활동 지원을 통해 전국의 균등한 발전을 지향하는 새로운 지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지방의 연구개발, 혁신 및 기술이전을 촉진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및 하이테크분야의 최신기술 제공을 위해 최고의 대학혁신센터와 신기술연구소 등을 지방에 설립했다. 특히 ‘클러스터 정책추진 그룹’을 결성해 클러스터의 지도화 및 정책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개발청이 주도하고 있는 동북부의 화학, 전자, 자동차 클러스터 육성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클러스터인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에는 IT와 생명공학(BT) 벤처기업만 1500여개(연구원만 4만여명)가 몰려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케임브리지대의 우수두뇌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아일랜드=아일랜드 정부는 오는 2006년까지 추진되는 국가개발계획(NDP)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로 지역간 균형발전을 설정해 놓고 있다. 아일랜드는 뒤쳐진 지역 개발촉진에 역점을 두는 한편 도시지역의 인프라 부족 완화, 도시 및 농촌의 빈곤 해결,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통한 자연과 경제계획의 조화 등을 포괄해 주친할 예정이다. 특히 기존의 거점도시들을 보완하기 위한 거점도시(도심성장센터)를 추가로 지정, 육성한다. 아일랜드는 낮은 세율과 개방체제를 무기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중국은 연해와 중서부간의 균형발전을 지역균형발전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서부대개발전략, 중부지역 발전 가속화를 통한 동부와 중서부간 균형발전 및 특색있는 지역경제 형성이 목표다. 이 계획은 향후 50년간 크게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1단계(2000년-2005년)는 개발계획 수립 및 인프라 건설 가속화 2단계(2006년-2015년) 서부개발 능력 제고와 투자규모 확대 3단계(2015-2050년)는 서부의 도시화·시장화·국제화 수준 향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앙재정의 중서부지역 지원을 강화하고 은행대출 확대, 토지사용 우대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중서부 지역 장려업종의 경우 세제 우대기간을 두고 있다. 중국의 IT클러스터로는 베이징 중관촌이 대표적인데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등의 연구개발센터가 있다.
◇대만=대만의 대표적인 클러스터는 신츄과학공업원구다. 반도체·컴퓨터 등의 관련업체들이 약 600개 가량 모여있으며 8만명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또 국립청화대, 교통대 등의 대학과 공업기술연구원 등 산학연 연계기반이 조성돼 있다. 대만정부는 관리국(SIPA)을 운영하면서 입주업체들간의 네트워크를 장려하고 있다. 또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 세금 감면과 규제완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의 초.중등학교에선 영어와 중국어의 2개 국어로 수업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싱가포르 정부는 사이언스파크 인근에 있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싱가포르 폴리테크닉 등을 하나로 묶어 2013년까지 이 일대를 세계적인 사이언스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단지 내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연구·개발·생산·판매가 모두 도시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기타=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지역경제의 활성화 및 세계에서 통용되는 새로운 산업의 창출을 목표로 ‘산업 클러스터계획’을 시행중이며 전국 19개 프로젝트에 3400개 기업과 18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소프트웨어 메카인 방갈로르가 대표적인 클러스터다. 주위에 500여개 IT전문대학이 밀집해 800여개 소프트웨어개발업체에 두뇌를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사이버자야에 멀티미디어 집적단지를 조성, 세계 정상급 클러스터에 도전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 산업클러스터 정책 소개 및 향후 과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60년대 이전부터 경쟁력강화 전략으로 클러스터를 적극 육성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단계다. 물론 우리나라가 구상하고 있는 클러스터는 기존 선진국들의 추진상황을 바탕으로 IT·네트워크 기술을 연계한 산업클러스터라는 점에서 향후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산업클러스터는 지역혁신체제 구축의 대안이기 때문에 참여정부 또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클러스터(cluster)란 비슷한 업종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기업·기관들이 한 지역에 모으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연구소(연구개발 기능)와 대기업·중소벤처기업(생산.아이디어), 벤처캐피털·컨설팅 등의 기관(각종 지원기능)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정보.지식 공유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고 산업클러스터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도 1만개 가까운 기업연구소를 묶어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한국은 산업클러스터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집적공단들이 다소 만들어져 있다. 산자부와 중기청은 이들 집적단지에 연구기능을 부여하고 IT인프라를 확충하면서 클러스터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 판교, 서울 상암지구 등의 IT집적단지는 향후 대표적인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할 것이 기대된다.
산자부 김종갑 차관보는 “과거에는 불도저로땅 밀고 공단을 만들어 공장을 입주시키는 방식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려 했지만 경제가 혁신주도형으로 바뀌면서 이런 방식으론 생산성을 높일 수 없게 됐다”며 “이제는 기업 뿐만 아니라 노동력·학교·연구기관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가야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지식공유를 기반으로 한 집적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 광역적인 혁신체계를 위해 클러스터를 구상하면서 산업지도작성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실질적인 추진은 지자체에 맡김으로서 지방분권을 앞당긴다는 복안이다.
참여정부는 산업클러스터 추진의 기본 방향을 설정해 놓고 있다. 우선 산업생산체계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체계와 기업지원체계의 연계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 클러스터 형성이 초기단계인 점을 감안해 중앙과 지방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초기형성단계에서는 중앙 중심으로 추진하고 향후 지자체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구역을 초월함으로서 광역적 개념의 산업클러스터를 육성해 지역간 이기주의에 따른 병폐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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