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라는 슬로건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 빛이 바라는 게 전임 정권의 국정 지표인데 동북아 중심국가라는 명제는 오히려 참여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12대 국정 과제로 재확인하고 전담 기관으로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또 물류와 금융· 연구개발(R&D) 허브 건설을 3대 중심 축으로 확정했다.
이는 한마디로 21세기 우리의 성장 엔진을 ‘동북아 허브’에서 찾겠다는 얘기다. 동북아 경제 허브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동북아가 장차 세계 경제 중심이 될 것이란 사실에 근거한다. 실제 주요 시장 조사 기관은 2020년 쯤에는 동북아 시장이 세계 GDP의 30%로 북미 경제권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으로 점치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의 허리라는 경제적인 이점,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을 이어주는 전략적 위치라는 이점을 상품화하면 동북아 시대의 중심 국가라는 비전이 결코 꿈이 아니라는 자신감도 한몫 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이유는 중국에 ‘쫓기고’ 일본에 ‘밀리는’ 우리 경제의 절박한 현실이다. 중국은 세계적인 생산 기지로 급부상하고 일본은 날로 첨단화해 가는 시점에서 우리만의 성장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동북아 경제 중심은 우리의 생존 전략" 이라며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발전 단계에서 일본과 중국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라는 강점을 활용하면 충분한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전략은 한 마디로 동북아 지역에서 경제 자원이 이동할 때 우리나라를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우선 시장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개방하고 다른 나라에서 따라 올 수 없는 ‘독특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만의 경쟁력은 IT와 R&D 허브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뒤집어 이야기하면 글로벌 경제 전쟁 시대에 우리의 기초 체력인 제조업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현실의 반영이다. 나아가 세계 생산 공장으로 급부상한 중국과 정면으로 맞붙어서는 더 이상 제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연유한다.
반면 탄탄한 인터넷 인프라와 이를 활용한 e비즈니스, 게임 등 콘텐츠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 인력과 인프라는 갖췄지만 이를 활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일본 사이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동북아시아 IT벨트’와 ‘연구개발 클러스터’ 라는 얘기다. 이미 서울 상암동 미디어센터를 비롯한 경기도 파주시, 대덕연구단지, 인천 송도 테크노파크 등은 이를 위한 거점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해 가능하다. 기업 활동을 옥죄기보다는 정상적인 경쟁 활동을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경제특구와 자유 무역· 외국인 투자 지역 확대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외국인이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 제도를 과감히 손질하고 금융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높여야 할 것이다.
물류 허브 망 구축도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를 위한 선결 조건이다. 물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인천 공항과 부산항· 광양항을 동북아 허브 포트로 조성하고 송도 신외항, 평택항, 목포 신항 등 주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종합 물류 정보 시스템의 보완과 남북 철도 연결을 통한 ‘철의 실크로드’ 구축도 넘어야 할 과제다.
다른 동북아 주변 국가와의 관계도 새로 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매년 100억 달러가 넘는 대일 무역 적자를, 중국도 100억 달러에 이르는 대한 적자를, 일본은 매년 200억 달러가 넘는 대중국 적자를 내는 것은 3국의 무역이 상호 의존적 임을 보여 준다. 새로운 동북아 3국의 협력 관계와 이 속에서 우리의 역할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배순훈 동북아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포함한 정치사회의 안정과 예측 가능한 행정, 기업하기 편한 나라 구축 등 동북아 중심 국가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과제 뿐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적인 인프라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브즈 앨런& 헤밀턴 보고서에서 "21세기 한국의 제조업은 더 이상 고속 성장을 보장 못한다" 며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관계에서 넛크래커의 ‘호두’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의 건설은 앞으로 10년 후에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닦아 나가는 생존 해법인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 기고- e코리아, 동북아 중심 국가로 도약
; 김동훈 부회장 한국전자거래협회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동북아시아 중심에 있다. 동북아시아는 EU, NAFTA와 더불어 세계 3대 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폴 등은 자국을 아시아 경제의 비즈니스 거점으로 삼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반해 그동안 우리 경제를 먹여 살렸던 전통 산업은 날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IT· BT· NT 등 첨단 산업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견인차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신에 기존 전통 산업은 e비즈니스와 접목해 돌파구를 찾아 나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와 지정학적 위치, 경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에 이르는 제조업 기반, 우수한 노동력으로 동북아 중심 국가 도약을 위한 필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국제화 마인드와 불안정한 노사 관계, 미흡한 제도, 경영의 불투명성 등은 아직도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이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우리의 강점을 기반으로 일본· 중국에 앞서 대외 개방을 추진하고 글로벌 기업 환경을 조성해 나가면 동북아 중심 국가로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의 출발점은 바로 e비즈니스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의 디지털화가 선행돼야 한다.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구조에 온라인 기술 요소를 도입해 디지털 경영 기반을 구축하자는 것이 목표다. 또 디지털 경제의 효과적인 구축을 위해서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으로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협업이 필수 불가결하다.
성공적인 동북아 시대의 디지털 경제 중심지로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디지털 경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목표를 설정한 뒤, 목표를 위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구성원이 이런 필요성과 목표, 방법과 관련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산업계· 국민 세 주체가 동북아 시대 경제 중심 국가라는 ‘비전 공유(Vision Sharing)’를 이뤄낼 때 비로소 우리 미래의 청사진도 현실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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