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안목서 IT산업화 `가속`
이웃 일본은 최근 새로운 IT전략인 ‘e재팬Ⅱ’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의 요지는 앞선 ’e재팬’ 전략을 토대로 정비한 IT산업 기반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자는 것이다.
일본이 공을 들인 이 전략의 목표는 IT를 활용한 경제 재활성화와 이를 통한 새로운 산업과 시장 창출이다. 이를 위해 의료, 식품, 생활, 중소기업 금융, 지식, 취업 노동, 행정서비스 7개 분야가 대표적인 IT화 대상으로 꼽혔다. 일본은 미국의 신경제가 활황을 보이고 있을 즈음,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에 빠져있었다. 장기불황의 근본 이유중 하나는 기업의 설비투자와 개인소비 감소로 성장활력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이 구상한 것은 미국보다 뒤쳐진 IT분야의 발전을 위해 범부처적인 ‘e재팬’ 구상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20세기형 공업사회에서 21세기형 정보사회로 탈바꿈하는 패달로 정보통신 기반을 삼은 것이다. 기반을 만드는 고도정보통신네트워크사회형성 사업에 들어가는 연구개발 촉진 예산만 해도 올 한 해 동안 1990억 엔, 올해 총 예산은 1조5358억엔이 투입된다.
#사례2=미국 역시 80년대 말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었으나 성장 잠재력을 확충, 생산성의 향상과 기업의 설비투자 회복, IT와 BT 등 지식집약산업 발전으로 90년대 말 장기호황을 구가했다. 당시 클린턴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를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통신 금융 분야의 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촉진시켰고 상무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IT, BT, NT 등 첨단기술의 육성과 투자촉진을 위한 장기발전전략과 국가 혁신체제를 구축했다. 기업도 보조를 맞춰 생산공정의 정보화와 지식집약산업을 집중육성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전기 전자 등 전통산업의 경쟁력이 부활했고 IT BT NT 등 신기술의 산업화가 이뤄졌다.
#사례3=유명한 `영국병`을 앓았던 영국도 마찬가지. 제조업의 공동화와 경쟁력 상실로 활력없는 경기에 빠져있던 영국경제가 기력을 회복한 것은 대처 정권 이후 지속된 규제개혁과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의 쌍끌이 정책 때문이었다. 블레어 총리는 20개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및 경쟁력 향상 정책을 제시하는 예측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한 전자상거래, 나노기술, 생명공학, 신소재 등 첨단기술의 진흥을 위해 지난 2000년 전자상거래 국가전략을 수립했으며 올해 6월에는 나노 기술전략을 수립해 산업의 구조조정을 이끌어 냈다.
#위협1=지척을 쫒고 있는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른바 10·5 계획인 10차 5개년 계획기간중 경제구조조정,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완비, 대외개방 확대를 추진한다는 것. 동시에 10·5 계획기간중 첨단기술 개발에 150억 위안(약 2조 3000억원) 규모의 R&D 자금을 투입, 오는 2005년에는 총 무역액 6800억 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이가운데 첨단기술 제품의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와 함께 경쟁정책을 통한 통신산업 발전, 정보화선도공업화 발전전략을 통한 정보산업 육성 등으로 성장동력의 패달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외국의 선례와 위협은 지난 94년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10여년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새겨야할 사례로 받아들여 진다. 국가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지 못하고 고질병을 앓고 있을 때의 해결책은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의 투입이라는 처방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구조개혁을 발목잡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선점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IT산업의 심화와 신기술 분야인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의 산업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준다. 아직 우리나라의 산업은 기업의 재무구조은 물론 미래 신기술의 산업화 기반이라는 기초체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소득 2만 달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수 요소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인터뷰>황수찬 항공대 전자정보통신컴퓨터공학부 교수
전자신문이 선정한 ‘한국의 성장파워 50’은 정부가 선정한 10대 차세대성장동력을 구체화 한 것이다. 10대 차세대성장동력과 ‘한국의 성장파워 50’에 대해 전문가인 황수찬 교수(항공대 전자정보통신컴퓨터공학부)와 얘기를 나눠봤다.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선정한 의미라면?
▲차세대성장동력은 10년동안 넘지 못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기 위한 성장 호르몬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지와 희망을 갖는다는 차원에서 의미있다. 이같은 역할은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 경제침체의 어두운 그늘을 경험한 국가들의 선례에서도 확인 된다. 신산업이야 말로 구조개혁과 함께 선순환의 전기를 만드는 굴림쇠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전자신문이 선정한 ‘한국의 성장파워 50’에 대해.
▲전자신문이 산업계와 시장의 동향·전망, 기술발전 로드맵, 국내 산업의 경쟁력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50개의 미래 성장파워를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50대 파워는 기간산업인 자동차와 차세대 통신, 전략산업인 스마트홈과 디지털 가전, 지식기반산업인 게임 e러닝 등이 포함돼 있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 파워는 각 분야별 이정표가 되는 품목으로 우리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생산시스템의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다.
-특징적인 것이 있다면.
▲소프트 파워로 대표되는 콘텐츠와 서비스 분야에서는 게임, e러닝, 디자인, e금융 등 다양한 가능성 있는 분야가 선정됐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분야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나 산업 자체가 한계비용이 제로인 대표적인 신산업이어서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물론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성장파워로 포함되지 못한 분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분야는 분야대로 역량을 키워가면 될 것이다.
-어떻게 육성해야 하나.
▲미래의 컨버전스(융합)시대에는 ‘모든 산업이 성장파워’가 된다. 따라서 무엇을 성장파워로 육성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육성할까에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이같은 현상을 직시한다면 정부의 역할은 자명하다. 단기간에 걸친 육성책도 효과가 있지만 이같은 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의 시스템화, 산업의 시스템화, 인력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같은 사회 전반의 시스템화를 통해 선진국 진입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50대 성장파워 무엇이 있나
우리나라 앞으로 10년, 아니 20년 먹고 살 성장산업군으로 50개군만 자로 잰 듯 선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영위되는 산업이 가능성이 있든, 없든 몇가지 요소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에서 사양산업이라고 지칭하는 섬유산업의 경우도 어느 면에서는 수출효자산업, 먹거리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첨단산업이라고는 하지만 첨단소재 산업이나 비메모리, 핵심부품 산업에서는 여전히 선진국의 종속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론 핵심부품 산업의 해외 의존성이 높기는 하지만 그것을 가공, 상품화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화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먹거리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 최근 부가가치가 높고 우리나라가 선점이 가능한 차세대 산업위주로 10대 미래전략산업을 선정한 바 있다. 예컨대 △지능형 홈 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소프트웨어 솔루션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SoC) △디지털TV·방송 △차세대 디스플레이 △차세대 이동통신 △차세대 전지 △바이오 신약·장기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각 분야 전문가나 타 부처로 보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농림부의 경우 △BT이용 고부가 농축산물 생산기술 △유용 동식물 지원보전 및 이용기술 △농산물의 기능성규명 및 활용기술 △임상 기능성 신물질을 성장동력으로 꼽았고, 복지부는 △질병 진단용 단백질칩 △치료용 백신개발 기술 등을, 환경부는 △맑은 공기 확보기술 △친환경 소재개발 등을, 해양수산부는 △심해저 광물자원 △청정해양에너지 등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같은 점을 감안, 정부가 선정한 차세대 성장산업군과 각 부처별로 선정한 주요 성장동력 산업, 각계 전문가가 추천한 산업군을 망라해 IT를 기반으로 한 기간산업군, 전략산업군, 지식산업군 등 임의적으로 3개영역으로 나눠 50개 성장산업군을 선정했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이들 산업군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과 관계자에 따라 다른 이견을 제시할 수 있음을 첨언해 둔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