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클러스터 최종사업자 낙점, KISTI "고민되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조영화)이 추진하고 있는 PC클러스터 프로젝트(테라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일반적인 관행과 달리 진행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ISTI는 최근 장비심사위원회를 개최해 한국IBM과 삼성전자를 ‘동등한 자격’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한데 이어 최종 경합을 벌이게 된 양사에게 ‘협력방안에 관한 추가 보완 자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 9일 발송했다.

 보통 1개사의 우선협상대상자와 차점자를 선정하는 관행을 깨고 KISTI가 ‘동등한 자격’의 협상권을 갖게 되는 2개사를 선정한 데다가 이미 제출한 제안서 이외에 추가로 ‘협력방안’ 자료를 요구한 것에 대해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이지수 실장은 추가 공문 발송에 대해 “수정 제안이 아니라 제안서에 명시한 협력방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외부 서비스용으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과 센터가 클러스터 기술 확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는 만큼 사업자의 지원방안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KISTI의 이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에서는 ‘KISTI의 진짜 고민’에 주목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에서 1, 2위를 두지 않는 후보 기업을 선택한 것도 그렇지만 두 기업 중 어느 하나를 택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KISTI에 따르면 한국IBM과 삼성전자는 각각 ‘재정지원’과 ‘공동사업’에 초점을 맞춘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우선 KISTI가 각사가 제시한 협력방안의 진실성과 책임성을 재차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한다. KISTI가 지난 슈퍼컴퓨터 3호기 사업자 선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HP를 제치고 한국IBM의 손을 들어준 것은 ‘협력방안’에서 한국IBM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 이후 KISTI와 한국IBM은 계약서 상의 문구 해석을 둘러싸고 큰 이견을 보였고 결국 KISTI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실리’를 챙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험을 거친 KISTI로서는 ‘돌 다리도 두들기고 갈’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외국기업 대 국내기업의 경합’ 상황도 KISTI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한 사업자는 향후 10테라플롭스까지 성능 확장에서 최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슈퍼컴퓨터 3호기가 IBM 장비로 구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클러스터 슈퍼컴퓨터까지 IBM 장비로 구성한다는 것은 국내를 대표하는 슈퍼컴퓨터 기관의 인프라가 IBM이라는 단일 외국벤더 기반으로 운영되게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프로젝트가 시작될 초기부터 국내 기술로 클러스터 시스템을 구현할 가능성도 높이 점쳐졌다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지만 서버 시장에서 명확히 검증받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지만 최종 선택은 KISTI 몫이다. 업계에서는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있다면 양사의 제안서와 협력방안을 공개적으로 비교해보지 않는 한 KISTI의 의도대로 사업자가 선정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KISTI는 이번주까지 보완자료를 받은 후 사업자를 최종 선택할 계획이다. 

<신혜선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