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의주 특구 지정 1년…경과와 전망

 북한이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전격 지정한지 이달로 1년을 맞는다. 양빈 사건 등 그간 세계적 화제를 몰고 다녔던 신의주 특구는 아직도 미완인 채 외부 투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진행됐나=북한은 지난해 9월1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통해 ‘신의주특별행정구’를 지정한 이후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 발표(9.19), 신의주특별행정구 개발·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9.23), 특별행정구 장관 임명(9.24) 등 일련의 조치를 추진했다.

 북한이 관련법을 제정한 것은 중국의 홍콩처럼 ‘1국 양제(兩制)’를 도입해 대외개방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신의주가 경제특구로서 가진 장점은 서해와 접해 있어 물류에 이점이 있고,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중국의 단둥과 접경지역이라는 점이 꼽힌다. 또 경공업 중심의 공업이 주력산업이어서 외국기업들이 들어와 임가공 등의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게다가 남북이 연결공사를 시작한 경의선이 복선화돼 남북한간에 연결되면 남-북-중의 물류와 교역의 주요기지로 부상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지난해 9월 특구 행정장관에 중국 어우야(歐亞)그룹의 양빈 회장을 임명하면서 개발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양빈 장관이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신의주 특구는 좌초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특구지정 초기 고조됐던 남한 업계의 관심 역시 멀어졌다. 신의주 특구 계획 발표 직후 남측 재계에서는 신의주 현지에 투자시찰단을 보낼 것을 검토하다가 양빈 사태가 터지자 백지화했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북한은 신의주 특구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후임 특구장관을 놓고 북한 계승해 내각참사가 임명됐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최근에는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이 사르샹 전 미국 플러턴 시장이 내정됐다고 전하는 등 소문이 무성하다.

 ◇어떻게 될까=신의주 특별행정구는 북측의 청사진과는 달리 중국의 태도와 북핵 문제, 북한의 개혁의지 등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재추진되더라도 성공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신의주-개성-금강산-나진·선봉 등 4각 특구개발 비전을 갖고 있는 북한은 내부적으로 아직 ‘신의주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있고 암중모색 중이다. 북한 당국은 양빈 체포와 동시에 핵 문제가 불거지는 등 대외 관계에 장애가 조성되면서 신의주 특구 건설을 당분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주재 북한 총영사관 관계자가 최근 “신의주특구 준비작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곧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쟁지역이 될 신의주 개발을 내심 경계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과 북한 핵 문제, 특구장관 등 현안이 해소돼야만 재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또한 중국이 입장변화를 보이고 북핵문제가 호전되더라도 신의주 특구의 경쟁력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남측 기업들의 경우 양빈 사태 이후 진척이 없는 신의주보다는 개성공단에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신의주 특구는 중국과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한 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결정한 사업이기 때문에 중단될 가능성은 작지만 상당기간 지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8월 말 방북해 리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김성호 민주당 의원은 “리 부위원장은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신의주특구는 당분간 추진하기 어렵고 개성공단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