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첨단 영상산업의 메카로의 부상을 꿈꾸며 착실한 기반 다지기 작업에 여념이 없다.
부산은 내륙의 산에 가로막혀 좁은 해안을 따라 도시가 발달, 남북으로 지나야 하는 교통량이 모두 동서를 관통할 수 밖에 없는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유난히 교통난이 심각하다. 때문에 국가산업단지나 지방산업단지 대부분이 바다 끝이나 도시가 끝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성되고 있다.첨단 영산산업단지를 조성중인 센텀시티도 그래서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부산시청이 들어서 있는 부산의 중심 연산동. 이곳에서 남쪽으로 5㎞정도 차를 몰면 바다와 인접한 수영만에 도달한다.
바로 부산시가 지난 2000년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야심차게 시작한 117만2191㎡(35만4588평)의 부지위에 센텀시티 조성이 한창이다.
아직은 허허벌판에 몇몇 건물만 덩그러니 들어서 있지만 앞으로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나 대전의 엑스포 과학공원, 나아가 미국의 헐리우드를 넘어서는 세계적인 첨단 영상산업 복합단지로 육성하려는 야심이 가득찬 부산시의 기술·문화의 핵이다.
이미 벤처단지 건물과 해저케이블 양안국, 국내 최대의 컨벤션센터인 벡스코 등이 들어서 일부는 가동에 들어가 있다. 이곳에 상주할 인력의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택지 개발과 아파트 건립 또한 한창이다. 이른 바 태평양과 대륙을 잇는 신경제 라인의 중심으로 디지털 계획도시를 일군다는 복안이다.
이곳에는 오는 2010년까지 부산센텀시티의 핵심인 디지털 미디어 존과 테마파크, 도심 엔터테인먼트 센터,국제비즈니스 센터, 복합상업유통지역, 워터 프론트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기반 조성 공사가 내년 말까지는 완공될 것입니다. 기반 조성이 아직 되지도 않았지만 전체 부지의 63%가 이미 분양이 완료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산시청 개발행정담당관실의 성덕주 사무관(49)은 “센텀시티가 부산시의 산업구조를 탈바꿈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분양률이 시민들의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고 역설적으로 설명했다.
부산시가 센텀시티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부산시가 우리 나라 제2의 도시이지만 사양길에 들어선 신발산업이나 삼성-르노 자동차 공장외에는 변변하게 내놓을 만한 변변한 산업모델이 없는 것. 이에 따라 신발 등 전근대화된 산업을 IT중심의 디지털 산업으로 부산의 대표 산업을 바꿔야 할 필요가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산업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쉬울리 없다. 센텀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겪은 우여곡절은 말로 다 못한다는 것이 센텀시티를 이끌고 있는 남충희 사장(부산시장 경제고문)의 말이다. 최근에는 예산부족으로 주택지를 먼저 개발하면서 센텀시티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여론의 지탄까지 모두 뒤집어 써야 했다.
“어느 시도나 마찬가지지만 정부의 예산지원은 어렵고, 그렇다고 재정자립이 넉넉하지 않은 부산시의 도움만을 마냥 기다려야 합니까? 예산을 만들 방법이 있고 단지 조성을 하루라도 빨리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선분양도 하는 등 뭐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습니까.”
센텀시티 부지의 분양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김휘관 팀장(40). 그는 센텀시티 조성은 말그대로 우여곡절을 겪지 않은, 사연없는 사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업 진행이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고 설명한다.
“단지내에 있는 벤처단지를 왜 ‘봉이 김선달 빌딩’이라고 하는지 아세요. 벤처를 위한 빌딩은 필요한데 마땅히 예산을 확보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궁여지책으로 경제 및 문화분야 예산 30억원을 뺏다시피 챙겨놓고, 서로 다른 성향의 업체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센텀시티의 벤처단지는 전체 7개 층가운데 2개층이 정보통신 관련 업체이고 소프트웨어 업체를 비롯, 외국 벤처기업 2곳도 입주해 있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려하다보니 자연 ‘잡탕밥’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센텀시티 최성문 기술대리(36)의 설명이다.
그러기에 단지 조성팀으로 꾸려진 센텀시티는 매사에 적극적으로 일을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었고, 또 그러한 마인드와 지혜가 일의 결실을 맺어 가고 있다.
센텀시티는 내년 말까지 기반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와 병행해 조성하고 있는 건물들의 준공을 오는 2005년께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본격적인 영상산업의 메카로 부상할 준비기로 보고 있다.
핵심시설인 디지털 미디어 존에는 최첨단 광통신망을 기반으로 정보 인프라를 구축한다.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신규 창업 기업을 수용하고 영화, 애니메이션 등 각종 최첨단 멀티미디어 산업을 구현할 방침이다.
이곳에는 포스트 필름 프로덕션과 디지털 박물관,디지털 스튜디오 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미 센텀시티가 최근 완공한 센텀벤처타운에는 IT관련 영상업체 30여개가 이미 입주해 가동중이다.
또 이 부지에는 국내외 인터넷 및 통신의 접속 포인트인 IDC기능을 겸비한 해저 광케이블 육양국이 들어서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조만간 SK 유무선 통신 기지국과 부산 민영방송인 PSB도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벤처타운에는 일본 쉐이코의 현지 법인인 쉐이코 아이텍코리아가 입주,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고 노르웨이의 선박관련 운영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HKM도 둥지를 이곳에 틀었다.
디지털 스튜디오 유치를 위해 다각적인 외국업체 접촉은 물론 영상후반시설의 원스톱 서비스를 위해 현재 세계적인 필름 현상업체인 캐나다의 레인메이커, 일본의 이매지카를 비롯한 미,스위스, 호주 등의 업체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엔터테인먼트 센터가 조성되면 현재 들어서 있는 컨벤션센터인 벡스코와 더불어 게임과 영화, 오락이 모두 한군데서 서비스되는 엔터테인먼트의 본고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