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가 산업계에도 속출하고 있다. 매미로 인해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대형 크레인 4분의 1 가량이 줄줄이 넘어지면서 수출입 화물 처리에 비상이 걸렸으며 정전사태로 공장가동이 일부 중단되는 등 경기침체로 허덕이고 있는 산업계에 또다른 시름을 안겨줬다.
전자업계는 휴대폰과 반도체 등 일부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장이 휴무였던 관계로 현재까지 수출물량 선적에 차질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산자부 관계자는 “무역업종의 경우 추석연휴로 태풍에 따른 수출입 선적 차질이 없어 피해 산정이 어려운 상태”라면서 “15일부터는 심각한 물류난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본 산업계는 14일 휴일에도 불구, 일제히 비상 근무체제를 가동하면서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일단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매미로 인해 남부 지역에서 정전 및 통신 불통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한국전력과 이동통신 3사 등 기반시설 관련 기관 및 업체들은 파손된 배전선로와 통신시설 등에 대한 긴급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오후부터 남부지방 147만가구에 끊겼던 전기가 속속 복구되고 정전으로 인한 피해를 본 이동통신 기지국에 대한 복구작업도 대부분 완료되는 등 빠르게 정상을 되찾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14일 정오 현재 송전차질을 빚고 있는 가구는 11만7878가구로 전력 복구율이 92%에 도달했다. 송전선로 장애 등으로 가동이 중단된 고리 원자력발전소 1∼4호기와 월성 원전 2호기에 대한 복구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있어 과학기술부의 안전 승인을 거쳐 15일 재가동될 예정이다.
KT는 태풍으로 인한 정전, 침수, 도로유실 등으로 7만4000여 회선에 대한 통신시설 피해가 발생했으나 14일 오전 10시 현재 82.7% 가량을 복구했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KT는 모든 고장전화에 대해 전화 불통시간부터 복구 후 확인시간까지 기본료와 월정액 형태의 부가사용료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SK텔레콤도 피해 고객 대상으로 회선당 5만원 이내에서 요금을 감면해준다. 또 임대 단말기 5000대를 마련해 침수로 인한 단말기 고장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KTF는 14일 오전 11시 현재 전국 1262개의 기지국이 피해를 봤으나 이중 972개는 복구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기지국에 대해서도 15일부터는 정상 가동시킬 예정이다.
LG텔레콤은 기지국 정전으로 인한 피해를 14일 현재 대부분 복구했으며 피해 가입자에 대한 지원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이번 폭풍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피해 대리점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서비스 정예요원들로 ‘전담팀’을 구성해 수해 지역에 급파하는 등 본격적인 수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경상남북도에 소재한 중소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매미로 교통이 마비된 대구시 달성군에 소재한 PCB업체 이수페타시스의 관계자는 “현재 협력업체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확인될 경우 자칫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창원에 위치한 희성정밀도 몰아닥친 강풍으로 조립식 공장의 지붕 일부가 날아가 복구중에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부분라인을 가동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나 휴무 중인 근로자들이 모두 복귀하는 15일 생산라인 전체를 가동해봐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태풍으로 인한 정전사태에서도 불구하고 유선전화는 정상적으로 소통돼 재난 통신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정전 피해 지역에서 휴대전화가 불통된 것과는 달리 유선전화의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
KT 관계자는 “전체 시내전화 2000만 회선 중 0.2%에 불과한 3만7000회선이 불통됐으며 이는 도로유실 등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