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동북아 시대]동북아시대를 앞당기자

 국민의 정부가 빚장을 푼 ‘동북아시대’의 비전이 참여정부를 맞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중·장기 목표로 내건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은 우리의 핵심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동북아 협력기반을 구축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 실현에 적극 기여 하겠다는 것이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남북 관계의 개선을 통해 중국·일본 등 주변국가와의 협력관계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 동북아 시장에서의 창조형 국가혁신체제의 구축을 통해 동북아 신 국제분업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참여정부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도약을 위해 인천-기흥축을 오는 2007년까지 첨단기술의 연구개발허브로, 부산·광양을 물류·부품산업과 신소재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한편, 경의·동해선연결을 통해 대륙과 육로연결체제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개성공단까지 그 효과를 확산하겠다는 ‘그랜드플랜’을 마련했다. 나아가 2010년까지 동북아 에너지협력체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서(FTA)을 체결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는 인천·부산·광양지역을 동북아 중심 물류기지로서 남북한 및 유라시아 대륙연계교통망과 종합정보망을 구축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와 동시에 IT인프라 확충을 통해 첨단산업과 부품·소재, 기술개발 및 사업화 중심기지로 육성하고 세계적 기업을 유치해 ‘산업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북아 중심국가의 실질적 수단이라할 수 있는 외국기업 유치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양적 투자유치로부터 산업발전전략과 연계한 질적 투자유치로의 전환 및 다국적기업의 연구개발 및 물류 지역본부 등 거점형 투자유치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세제·입지지원 등 기존의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한편 현금보조제를 새로 도입해 인센티브의 실효성을 크게 높이고 각종 인·허가를 대행하는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를 구축·운영키로 했다. 한마디로 ‘국제기준’이 통하는 비즈니스 중심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남북간 교류협력 및 일본·중국 등과의 대외협력이다. 이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목표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시금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대외협력분야에서는 자유무역협정, 금융협력 등 경제통합 기반 구축, 에너지·IT·과학기술분야 협력 및 사회문화 교류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연내 한·중·일 경제협력 원칙을 3국간 공동선언 형식으로 천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히, 남북협력 분야에서는 남북·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지역 철도 현대화 및 재원조달 방안을 수립하고, 동북아 산업입지를 고려한 개성공단 개발이 중점적으로 추진된다.

 이 가운데 남측의 기술력과 국내·외 시장개척력, 북측의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개성공단은 남북이 분단 50년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수출공업단지를 공동 조성, 경협의 새로운 장을 연다는 큰 의미가 있다. 남북은 이미 지난 6월 말 착공식을 가진터여서, 내년부터는 개성에서 남측의 건설 중장비와 북측의 인부들이 어우러져 길을 닦고 공장을 짓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은 상대적으로 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한 경공업 분야 중소기업은 물론 정보기술 벤처기업의 진출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성공단 사업 못지 않게 경의·동해선 임시도로 연결사업도 남북 경협은 물론 동북아 경제중심국가의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경의선 철도·도로가 연결될 경우 부산-인천-서울-개성-평양-신의주를 잇는 거대한 남북 경제축이 형성되고, 앞으로 중국횡단철도·시베리아횡단철도 등과 연결되면 한반도는 새로운 경제·물류 중심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남북 경제협력은 다행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8월 말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남북은 직거래를 확대하기로 새롭게 합의했다. 남북이 중국·홍콩 등 주로 제3국을 통해 간접교역 방식으로 진행해온 남북간 거래를 직교역 방식으로 전환할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와 동시에 남북 IT·경제협력 활성화의 단초가 될 4대 경협합의서가 본격 발효돼 남북간 경협의 가속화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투자보장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얘기만 오갔던 경협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북측의 변화도 눈에 띈다. 7·1경제관리개선조치, 신의주 특구 개발 천명, 개성공단 건설 공동추진 등 미흡하지만 개방과 개혁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의 섬’ 한반도에서 남북간 교류협력의 끈을 계속 이어가는게 중요하다. 남북간 경제협력 활성화는 안보 비용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동북아시대를 열기 위한 지렛대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경제협력 사업들은 6.15 공동선언에서 표방한 민족경제공동체 건설의 취지에 부합되는 사업들이다. 그리고 이는 참여정부에서 새롭게 제시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목표 달성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동북아시대로 나아가자면 남북 경협도 속도를 내는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동북아 주변국의 발전속도에 뒤쳐져서는 오히려 동북아 시대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남북 교류와 경제협력은 생산 비용 절감을 통한 남측 기업의 경쟁력 제고 및 남북한간 긴장해소·신뢰구축, 북한경제의 개혁·개방 유도라는 단기적 목적은 물론, 남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해 비교우위를 갖춘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 및 동북아경제 중심국가로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 기고 - 남북경협과 동북아 중심국가 추진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동용승 팀장 seridys@seri.org

 동북아경제중심국가의 건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중요한 국정 아젠다 중의 하나이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지역에 놓여 있다. 역사적으로도 주변 열강들은 한반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만큼 한반도의 위치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수동적으로 열강들의 노림수를 피해 가는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생겼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이렇게 중요한 만큼 지향점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21세기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좌표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은 한반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를 지향함에 있어서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 남북한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반도는 남북 분단으로 지정학적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반도국가로서의 이점, 주변 열강들이 만나는 접점으로서의 이점 등이 그것이다. 남북한의 협력은 협력적이며 대외지향적인 민족화합이라는 공감대에서 출발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이러한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우리도 북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부지불식간에 주변국들에 대해 배타적이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한반도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풀어내는 지혜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둘째, 우리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동북아의 경제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참여국가들이 중심국가라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어떤 나라도 하지 못하는 것을 과감하게 이루어 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가장 경제활동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에 가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완비되어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이것이 비현실적이라면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도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 다른 것들도 같지만, 특히 국가정책은 멀리 내다보지만 현실에 바탕을 둬야 한다. 남북관계도 그렇고 내부적인 시스템도 그렇다. 더욱이 중국, 일본, 러시아와 비교하여 경제력 규모로 볼 때, 우리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를 지향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일 수 있다. 한반도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국가들은 하나 같이 세계의 중심국가임을 자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동북아의 경제활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한반도에 구축해 보자.

 이를 위해 동북아 각국이 공통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한반도에서 추진해야 한다. 특히 동북아 철도, 가스관, 전력 연결 등 자원을 개발하는 공동 사업들을 착수해 보자. 미래의 부는 자원이 흐르는 곳에 같이 있을 것이다.과거에는 한반도가 열강들의 무력 각축장이었다면, 이제는 한반도를 관통하는 허브 시스템을 활용하여 부의 각축장으로 만들자. 부가 흐르는 그 곳이 바로 중심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