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수 년내에 방송을 통해 접하는 모든 영상 데이터가 디지털화될 것이다. SBS는 세계 최초로 2004년부터 방송 제작과 송출 및 DB 등 전 과정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완전 디지털 방송제작시스템으로 전환한다. 전 세계 미디어그룹들의 눈과 귀가 한국에 쏠리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 중심에 코난테크놀로지(대표 김영섬)가 있다. 엠파스에서의 검색성능 입증으로 인해 웹 검색엔진업체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코난 기술의 결정판은 디지털 방송시대에 빛을 발하게 될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이다.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시장은 2006년 본격적으로 열려 10년 내에 조 단위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99년 설립된 이 회사가 개발한 순 토종의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코난 디지털 아카이브’는 동영상 정보를 관리 및 검색할 수 있도록 해주는 MPEG7 기반의 영상관리 솔루션으로 디지털 방송시스템의 핵심엔진으로 꼽힌다. 현재 SBS의 디지털 방송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에 적용돼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성공하면 SBS와 함께 코난에도 세계의 시선이 꽂히게 된다.
물론 코난의 웹 검색엔진 역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엠파스 이후로 인터파크·국민일보·YTN·한국전화번호부·중소기업청 등이 잇따라 검색엔진을 코난 제품으로 구축 및 교체했다. 최근 개발한 웹검색엔진 ‘도크루저(DoCruzer)’는 한국어·중국어·일본어·영어 등 4개 국어의 동시 검색과 번역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몇몇 포털 사이트들로부터 매각제의까지 받았다.
코난의 실력은 주요 인력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와 미국 벨코어사 객원연구원 출신의 김영섬 사장, 영한자동번역시스템 앙꼬르와 엠파스XP 검색엔진의 개발자인 양승현 연구소장, 코난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공동개발자인 윤덕호 이사를 비롯해 서병락 팀장, 김나리 팀장, 박근현 팀장 등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직원 55명 중 대부분이 개발인력이다. 김 사장은 지난 2001년 12월에는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개발 공로로 정통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영광이 있기까지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특히 주변의 냉정한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다.
“국산 소프트웨어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비판이 빗발쳤지만 디지털 아카이브 시장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아카이브 시스템 출시를 계기로 한국도 세계적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게 돼 개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현재 김 사장을 포함한 창업멤버 3인이 대주주로, 외부 투자금은 1원도 없다. 하지만 검색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기술개발에 사력을 집중한 결과 지난해 매출 100억원에 경상이익 30억원을 거두는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코난은 최근 중국·대만·일본 시장을 노크 중이다. 해외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코난의 모습이 기대된다.
▲ 인터뷰 - 김영섬 대표이사
“지난 5년간 연구·개발(R&D)에 매진해 오면서 제품 구색이 95% 가까이 완비됐고 회사의 모양도 어느정도 갖춰졌습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 수익을 올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호기롭게 시작해 슬그머니 스러지는 용두사미형 벤처들을 숱하게 봐 온 터라 거창한 포부를 공개하는 게 꺼려진다는 김영섬 사장은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짤막한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김 사장의 꿈은 코난테크놀러지의 양대 축인 검색엔진과 디지털 아카이브가 한국보다는 외국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해외 시장이 규모도 더 클 뿐더러 국내에서보다 5∼10배 가량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제값받기를 포기해야 하는 국내 시장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김 사장은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히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시작했고 올 4분기내에 아시아 시장에서 첫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