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의료정보화 EMR 부상

종이ㆍ필름 없앤 `디지털병원` 핵심 기술

 첨단 디지털병원을 향한 의료계의 발빠른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이 차세대 의료정보화 테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EMR는 지난 70∼80년대 경영정보시스템(MIS)을 병원 경영에 접목한 병원정보시스템(HIS: Hospital Information System)과 90년대 초반 등장한 처방전달시스템(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 에 이은 제 4세대 의료정보화의 핵심 기술이다.

 그동안 수기 방식 의무기록은 저장공간 확대로 인한 관리 문제와 분실 우려 외에 환자의 의무기록을 여러 의료진이 동시에 이용하기 힘들어 각종 통계 및 연구 자료를 추출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직면해 왔다.

 이에 비해 HIS·OCS·PACS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록과 처방, 검사 및 판독 결과 등을 기존의 수기 방식 기록 작성에서 탈피, 전산 매체를 이용해 이를 저장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진료에 필요한 의료정보를 검색·공유하는 EMR는 디지털병원 구축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인하대병원·삼성서울병원·경희의료원 등 기존 대형 병원과 신설 병원인 광주첨단병원과 분당서울대학병원 등이 잇따라 EMR를 본격 가동하면서 의료정보화 시장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대학병원 가운데 최초로 EMR를 도입했던 인하대병원과 지난 2001년 3월 내과와 정형외과, 안과 등 3개 진료과 4개 병동에 EMR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던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8월 전체 병원으로 확대 적용했다.

 이같은 의료기관의 EMR 도입 확대는 지난 4월 전자의무기록을 규정한 의료법 시행을 계기로 EMR 도입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갖춰짐과 동시에 대규모 투자에 의한 현대화·대형화를 통해 경쟁력 향상을 꾀하려는 의료계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즉 EMR를 통해 의료진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종이에 환자기록을 정리하는 방식보다 의료기관의 업무를 대폭 절감하고 환자의 진료기록을 찾아 진료실에 전달하고 다시 처방전을 받아 조제하는 일련의 과정이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됨으로써 환자 대기시간을 줄여 의료 서비스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정보 전문업계는 EMR가 HIS·OCS·PACS 등 기존 의료정보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의료정보화 부문의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트컴퓨터 전진옥 기술연구소장은 “내년까지 1000개 병상 대형 의료원 3개를 비롯해 총 40여개 중대형병원이 EMR 신규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 4∼5년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EMR의 조기 정착과 저변 확대을 꾀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료기관간 원활한 데이터베이스(DB) 공유에 필요한 DB 작성 표준화 작업과 환자의 생명 및 프라이버시와 직결되는 진료기록에 대한 보안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게 의료원과 의료정보 전문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병원정보시스템(HIS)=초기에는 MIS를 병원 경영에 접목, 경영합리화라는 협의의 개념에서 최근 의료정보화의 급진전으로 OCS·PACS 등을 모두 포괄해 병원 전체를 디지털화한다는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됐다.

 ▲처방전달시스템(OCS)=각종 의학 정보 및 환자들의 진찰 자료를 보관한 데이터베이스와 의사가 환자를 진단한 후 처방전을 통신망을 통해 각 해당 진료 부서로 전달해 주는 시스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X레이, MRI 등 의료영상을 필름 대신 디지털화해 언제, 어디서나 즉시 볼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 필름을 전송,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