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과학기술 연구예산 중복투자 `해답` 없나

 과학기술 수준이 결정적 역할을 할 21세기 국제경쟁시대를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장단기 과학기술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그 목적달성을 위하여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5조5000억원이 넘으며, 지난 해에 우리나라에서 투자한 총 연구개발비는 17조3000억원(민간투자 포함)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엄청난 액수의 돈이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구개발에 쓰이는가. 과연 낭비요소는 없는가. 연구개발비 투자결정 과정 및 지원 과정에 개선·보완될 점들은 어떤 것일까.

 기업에서 투자하는 연구개발비에 관한 것은 해당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국가지원 연구·개발비는 그야말로 중요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정부 관련부처와 연구수행자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복투자’는 동일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되며 그 결과 그 분야의 발전을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 낭비적인 비효율적 투자로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연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세금을 조금이라도 낭비할 수는 없다. 동일 연구분야에 중복투자는 피해야 한다. 동일 연구과제(내용) 중복지원도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획예산처는 각 부처의 예산검토과정에서 종합적으로 부처간 중복투자 여부를 검토하지만 수박 겉핥기 수준일 수밖에 없고, 각 부처는 되도록 많은 예산을 획득하려고 자기부처 계획의 당위성만을 주장하게 된다. 그 결과 국가지원 연구·개발 계획에는 동일분야 연구에 대한 중복투자의 가능성이 항상 있다.

 연구개발에 중복투자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가(연구비 수혜자가 될 수 있음)들의 양심적인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연구비 지원 각 부처는 지원연구분야 우선순위 및 적정지원규모 등을 결정하기 위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이 필요하고, 연구자들은 연구비를 확보하려고 자기들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부서 담당자를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도 동일분야에 대한 중복투자가 생길 수 있다.

 또 최근 정부가 확정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도 중복투자의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연구내용에 관하여, NT(첨단 과학·기술분야)로 지원하고, 동시에 디스플레이(차세대 성장동력 산업기술 분야)로 지원한다면 또 하나의 중복투자이다. 이런 점들도 역시 마음을 비운 전문가(연구비 수혜자)들의 협조가 있어야 해결될 점들이다.

 정부의 정책인 연구비 중복투자와 중복지원 불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연구자들 사이에 심각한 현안인 연구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복투자와 중복지원 불가 원칙 때문에 중요한 분야의 기초연구지원이 줄지 않아야 한다. 일정비율을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할 여러 기초연구가 국가우선지원(선택과 집중) 정책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배려가 필요하다.

 ◆ 진종식 한국과학재단 기초연구단장 cschin@kose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