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전력선통신(PLC) 주파수규제 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1.6∼30㎒ 고주파수 대역를 사용하는 고속 PLC에 대한 신뢰성과 허용 시기 등을 놓고 최근 정보통신부측과 산업계측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전력선을 토대로 데이터를 수백㎑∼수십㎒ 대역의 고주파 신호에 실어보내는 유선 홈네트워킹 기술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PLC 서비스 주파수대역을 제한한 현행 전파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해당 업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정보통신부 등은 450㎑를 초과한 고주파 대역까지 서비스를 허용하면 기존 동일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던 아마추어무선(HAM)·해상통신·조난신호 등 통신에 혼선을 줄 우려가 있어 당장 제도에 손을 댈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진영의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는 정통부가 산자부의 홈네트워크산업 주도권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정통부는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규제 풀어야’=내년 상품화를 위해선 PLC 주파수 대역을 9∼450㎑로 제한한 현행 전파법을 올해 개정해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이다.
이 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상용화 성공’이란 선언적 수준에 그칠 뿐이다. 멀티미디어 등 대용량의 데이터를 고속 전송하기 위해선 1.6∼30㎒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원 및 업계는 주파수사용 대역을 1.6∼30㎒로 확대해줄 것을 정통부측에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통부가 연내 전파법 개정을 위한 근거를 마련코자 지난 7월께 제주·창원 지역에 고속 PLC 구축 시험사업을 허용, 연구원측이 2개월간의 신뢰성 입증 자료를 제출했지만 정통부는 의견 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게다가 제도에 손을 대기 위해선 고속PLC에 대한 기술기준 제정 등이 병행돼야 하는 데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발표되지 않고 있어 PLC 업계는 올해 법개정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젤라인의 한 관계자는 “고속 PLC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한 결과, 주파수간섭·전송속도저하 등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통부가 주파수 규제를 푸는 데 있어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이러한 시간 끌기가 우수한 고속 PLC 기술을 퇴보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속 PLC가 신기술인 만큼 타임투마켓(Time To Market) 전략이 중요한데 기술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자칫 구식 기술로 바뀌거나 주도권을 선진국에 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기연구원 김요희 박사는 “PLC 기술이 가전·전등을 제어하는 ‘저지능형(?)’ 홈네트워크 기술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고속으로 나아가야 하는 데 정부의 전파규제가 PLC 지능 발달의 발목을 집요하게 붙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기 상조 = 정통부는 아직까지 고속 PLC 기술을 전적으로 신뢰할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국내 고속 PLC 주파수 대역과 다른 통신 대역간 신호 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어 주파수 규제를 푸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골자다.
정통부 주파수과 조규조 과장은 “ITU·CISPR 등 국제단체들이 PLC와 기존 통신간 간섭 영향을 현재 연구중에 있다”며 “그 결과와 연구원측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최종 결정한다”고 밝혀 연내 법개정이 힘들 것임을 시사했다.
즉 국내 PLC 기술에 대한 신뢰성 및 안정성 데이터만을 갖고 무턱대고 연구원과 업계 요구를 수용할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정통부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만이 PLC 주파수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일본 보다 먼저 빗장을 푸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고속 PLC 서비스를 정식으로 허용할 경우 만의 하나 신호간섭현상이 발생, 기존 같은 대역의 주파수 사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것을 우려, 이를 방관하고 있다”며 정통부의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와 함께 가전업체간 미들웨어가 통일되지 않는 등 걸림돌이 많아 고속 PLC 상용화 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학계는 지적한다. 현재 PLC포럼이란 단체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심리탓에 론웍스와 HNCP 란 미들웨어를 각각 사용해 사실상 한 가정내에서 양사 제품간 PLC 통신 사용이 불가능하기때문이다.
삼성전자 이강석 상무는 “어떤 기술도 홈네트워킹의 모든 것을 대변할수 없다”며 “PLC 기술이 나름대로 적합한 응용 분야가 있지만 고속 PLC 기술엔 제약이 많아 오디오·비디오용으론 무선 LAN 등 홈네트워킹 기술이 유용하다”고 밝혔다.
◇국내외 사례=PLC는 전송속도에 따라 중·저속(60bps∼1Mbps)·고속(1∼10Mbps)으로 나뉜다. 중·저속 PLC는 신뢰성을 입증받아 가전기기및 공장 제어에 사용되고 있다. 고속 PLC 기술은 아직 시장 검증 단계 수순을 밟고 있다.
PLC의 가장 큰 매력은 경제성. 세계적으로 전력선은 이미 가설돼있어 소규모의 투자비로 가정내 홈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다. 또 xDSL·케이블모뎀 등 네트워크가 미치지 못한 사각 지대를 커버할 수 있다. 전화보급율은 낮고 전기보급율이 높은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고속PLC를 통한 인터넷 및 전화서비스사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고속 PLC를 이용한 인터넷 상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자원부 지원하에 전기연구원이 젤라인등 벤처 업체들과 지난 99년부터 고속 PLC 기술 개발 사업에 착수, 내년 9월 종료한다. 현재 제주도(100가구)와 창원(50가구)에 10 Mbps급 고속 PLC 기술을 활용한 시범단지를 지난 7월부터 구현중이다.
선진국도 마찬가지. 미국에선 최근 전력회사 중심으로 고속 PLC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현장실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 기존의 전력판매 이외에 자동원격검침·전력설비관리 등을 포함한 부가수익에 초점을 두고 PLC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도 내년께 고속 PLC허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기고 - 고속 PLC가 풀어야 할 숙제
전호인 경원대학교 교수
오랜동안 가장 큰 각광을 받고 있는 홈네트워킹 기술이 PLC 이다. 그러나 고속 PLC 기술이 실생활에 사용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우선 PLC 모뎀 제조 업체간의 표준화된 인터페이스 부재를 손꼽을 수 있다. 같은 속도를 지원한 PLC 칩이라도 변·복조 기술은 업체마다 모두 다르다. FEC(Forward Error Correction) 기술도 대부분 틀려 동일 칩이 아니면 데이터 송·수신이 이뤄지지 않게 돼 홈네트워킹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구입하고 싶은 기기의 종류를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
둘째는 멀티미디어 홈네트워킹을 위한 광대역성 지원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전력선엔 냉장고·다리미 등과 같은 제품들이 수시로 온·오프되면서 전력선의 임피던스가 변한다. 이같은 문제로 최대 14Mbps의 전송 속도를 보유하더라도 실제 전송 가능한 속도는 7Mbps를 상외할 수 없다. 최소 32Mbps의 데이터를 실전송할 수 있는 PLC 기술에 대한 개발이 시급하다.
또 세계 어떤 가전사도 PLC 기술을 채택한 DTV·DSTB를 제조한 적이 없다. 따라서 PLC기술의 광대역화와 함께 오디오·비디오 기기의 PLC 인터페이스 지원이 중요한 데 이를 해결하려면 많은 정치적인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 PLC 기술은 유비쿼터스 네트워킹 환경 지원이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일례로 PDA 기기를 사용한 가입자는 외부에서 CDMA와 같은 낮은 속도의 네트워킹 서비스를 받다가 댁내로 들어오면 고속의 WLAN 네트워크로 자연스럽게 연결돼 고속의 동영상서비스등을 받는 것이 유비퀴터스 환경인데 PLC 기술은 벽에 설치된 콘센트와 연결돼야 서버에 접속이 되므로 선의 속박을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PLC는 여러 관점에서 우수한 홈네트워킹 기술이다. 홈 네트워킹 백본으로 사용하기에 매우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 PLC 기술이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 문제점들을 해결함으로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어 미래의 지능형 홈 네트워크 기술 분야에서 다른 기술들과 함께 핵심 기술로 사용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제언 - 고속 PLC 주파수 대역 허용해야
김요희 전기연구원 전문위원
현재 전파법(제 58조)에선 9∼450KHz의 주파수를 사용한 PLC는 정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게 돼 있다. 특히 Mbps급 고속 데이터 통신을 위해선 1.6∼ 30MHz의 주파수 대역이 필요한 데 국내에선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는 정통부가 고속 PLC주파수 대역과 햄(HAM)·단파방송·조난구조신호용 등 동일 주파수 대역간 혼선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현재 제주도와 창원에서 실증 실험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PLC탓으로 방송·타통신에 지장이 발생하는 현상은 지난 2개월간 발생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통부는 MHz의 고주파수를 사용해 고속PLC를 사용할 수 있게 끔 연내 법개정을 통해 고속 PLC를 상용화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유럽·미국등 선진국에서도 우리처럼 PLC 주파수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규정은 없다. 다만 전자파관리 차원에서 아직 PLC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 FCC 파월 의장은 고속PLC를 통한 광대역서비스의 효용성을 극찬하며 PLC가 타 통신방식에 비해 차별규제를 받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할 정도다.
일본도 지난 3월 ‘고속전력선통신추진협의회’ 법인이 설립돼 전파법규 개정의 추진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초에 법규 개정이 가능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따라서 정통부는 고속PLC가 가능한 1.6∼30MHz의 대역을 허가해야 한다. 또 PLC는 설치시 각 통신계통마다 정통부장관의 허가를 받게 되는데 이를 제품에 대한 형식승인으로 대체해야 한다.
특히 형식승인을 위한 기술기준 제정시 외국 기술의 진입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아직 중국·일본은 고속PLC의 원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기술 기준은 전력배선 환경이 비슷한 아시dk권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고 이를 통해 우리의 기술이 아시아 표준이 되고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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