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패러다임을 바꾸자](6/끝)기고-서울대 공대 한민구 학장

 지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확정된 ‘이공계 전공자 공직진출 확대 방안’을 보면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2013년까지 5급 공무원 신규 채용의 절반 이상을 과학기술전공자로 충원하고, 내년부터 행정고시와 기술고시를 행정고시로 통합하고, 2005년부터 3급 이상 행정·기술직급 구분을 없애기로 하는 등 상당히 파격적이다.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라는 면에서 보면 이같은 조치는 상당히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과감한 조치가 실현 가능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2000년 7월 도입된 개방형 임용제를 보더라도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방안은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이나 이공계를 우대하겠다는 데서 출발해선 안된다.

 과학기술의 전문성을 국정운영에 최대한 활용하고 과학기술문제가 광범위한 행정에 직접 연결되는 정보화 및 지식경제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새로운 정책이 돼야 한다.

 합리적인 과학기술적 마인드와 지식을 바탕으로 국제화되는 행정체제의 구축을 위한 하나의 밑거름이 되는 정책으로 거듭되어야 한다. 우리 행정은 과거 규제 중심에서 국민서비스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상대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민간부분을 이끌어갈 잠재력을 제고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공직은 연구소나 민간기업, 대학과는 엄연히 다르다. 국제적인 연구결과를 추구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과는 달리 정부의 일은 전문성은 물론 다양한 주변여건과 접합점을 찾아 국민적 욕구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공계 전문가들이 범하기 쉬운 좁은시야로는 복잡한 행정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어렵다. 우리 이공계 전문가들도 이제 본인의 연구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기술과의 연관성, 투자의 우선순위, 과학기술의 파급효과 등을 철저히 분석, 연구실의 고민을 밖으로 끌고 나올 수 있는 개방된 마인드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전문성만으로는 복잡한 국가행정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경제, 사회, 법 등 다양한 훈련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계가 스스로 과학기술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재교육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대학의 교과과정도 전공은 물론 다양한 사회과학분야의 부전공을 제공, 이공계 학생들의 균형감각과 과학기술의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분석할 수 있는 마인드 구축이 더욱 필요하다.

 이공계 공직진출확대 등 정부의 과학기술우대정책에 부응하기 위하여 우리 과학기술계도 거듭나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과학기술마인드와 공급자중심의 과학기술에서 우리 사회가 필요한 수요자 중심의 과학기술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과학기술 투자의 극대화는 물론 과학기술의 사회봉사에 큰 역점을 두어 우리 사회가 아끼고 사랑하는 과학기술계가 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기 성찰과 노력이 요구된다.

 ◆ 서울대 공대 한민구 학장 mk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