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고비용과 복잡성을 소환하라(Recall cost & complexity)!”
IT기업 CEO 중에서 독설과 달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소환돼있는 상황을 빗대 자사 소프트웨어 전략을 이같이 요약했다.
16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개막된 ‘선네트웍스 2003’ 기조연설에서 맥닐리 회장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재정비, 솔루션 기반의 하드웨어 비즈니스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공개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소프트웨어 전략은 선이 보유한 23개 소프트웨어 군을 타깃 시장별로 구분해 6개군으로 통합하고 단일한 라이선스와 가격제도를 적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자바 소프트웨어를 자사의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로 강조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했던 소프트웨어 브랜드 ‘선원’ 대신에 ‘선 자바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재정비했다.
◇ 6개군으로 통합된 선 SW =‘선원’이라는 이름으로 라인업됐던 소프트웨어는 6개 분야로 재정비됐다. 그간 ‘오리온’ 프로젝트로 알려진 엔터프라이즈 시장용 소프트웨어 전략은 ‘선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이 정식 명칭. 선의 모든 네트워크 서비스 아키텍처의 통합을 통해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무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차원에서 디렉토리 서버를 비롯해 아이덴티티, 포털, 커뮤니케이션 및 협력, 웹애플리케이션서버 등의 소프트웨어군이 단일한 패키지로 묶인다.
일반 사용자용 시장의 경우 선은 ‘매드해터’ 프로젝트로 알려진 ‘선 자바 데스크톱 시스템’으로 최대 경쟁자인 MS의 윈도·오피스 패키지와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MS의 약점으로 알려진 보안을 강화해 10월에 공식 선보이는 스타오피스7 버전을 비롯한 모질라 오픈소스 브라우저, e메일 및 통합 애플리케이션, 리얼네트웍스, 리얼원, 매크로미디어 플래시 등 모든 클라이언트 솔루션을 통합했다.
◇ SW 쉽게 사서 쉽게 쓰자=선의 통합 소프트웨어 전략은 가격, 공급(딜리버리), 라이선스 등 소프트웨어의 세가지 요소를 단순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품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기준이 달라 매우 복잡한 SW의 사용을 쉽게 하자는 것. 업그레이드 주기도 달라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수십개의 소프트웨어마다 업그레이드나 라이선스를 별도로 관리하는 단점도 개선하겠다는 생각이다.
선은 이번에 발표한 6개 소프트웨어 군을 1인 사용자 당 100달러로 가격을 통일했으며 업그레이드 주기도 동일하게 분기당 1회로 동일하게 맞출 계획이다.
조나단 슈왈츠 소프트웨어 그룹 수석 부사장은 “서버·PC·스마트카드·개발자·운영자 등 모든 다른 구성요소들이 통합된 자바 에코시스템을 기반으로 보다 쉽고 가볍게(RTU : Right To Use) 사용할 때가 됐다”며 “5년 후면 IBM이나 MS와 같은 경쟁사의 3분의 1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솔루션 사업 강화 통해 HW 매출 신장=선의 이같은 전략은 무엇보다 솔루션 기반의 하드웨어 영업이 주축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선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에 포함된 WAS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IBM은 웹스피어라는 자체 제품을, HP는 독립벤더인 BEA와 막강 파트너 관계를 맺고 시장 공략에 적극 임하고 있다. 선 역시 소프트웨어 분야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제이 퓨리 아태 총괄 부사장은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의 판매는 서버·스토리지와 같은 하드웨어 플랫폼의 판매를 동반하게 되기 때문에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한 하드웨어 매출 상승 효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퓨리 부사장은 “웹 서비스의 경우 초기 시장인만큼 경쟁사의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이라 할 지라도 우리 솔루션으로 교체하는 데 무리가 없다”며 ‘윈백(win-back)’ 공략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선의 이런 전략은 BEA와 IBM과 본격적인 경쟁관계가 형성될 뿐 아니라 기업용 시장으로 진출을 공격적으로 행하고 있는 MS와 경쟁이 OS 분야로 국한되지 않고 오피스를 중심으로 한 클라이언트 솔루션 전반으로 확대, 일대 전면전이 예고되고 있다.
한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오는 11월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정식 버전이 출시되는대로 한국 시장에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사진설명 :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16일 오전 9시(현지시각) ‘제2회 선 네트워크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오는 18일까지 3일간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네트워크 컴퓨팅의 비용 및 복잡성 문제를 해소하고 보안을 통해 기동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개발된 선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정보가 중점 소개된다. 개막 행사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맥닐리 회장(왼쪽)과 조나단 슈왈츠 소프트웨어 그룹 수석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