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일류상품의 키워드, "감성을 팔아라"

국내서도 삼성ㆍLG 중심 `경영 화두`로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이른바 ‘감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수한 기술과 감성의 ‘융합’이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경쟁우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소니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경쟁기업들을 따돌리기 위해 제품설계 단계부터 감성의 융합을 주요 제품 컨셉트로 받아 들이고 있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삼성과 LG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TV와 같은 최첨단 제품의 설계에 감성의 융합이 점차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직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선진제품과 비교할 때 아직까지 삼성의 제품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소니처럼 새로운 시장과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할 수 있는 독창적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기술과 감성 융합 전략의 일단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삼성은 지난 5월에 제2기 신경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감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LG도 올들어 구본무 회장이 ‘브랜드 경영’을 강조하면서부터 브랜드 가치에 대한 지속적 관리와 신뢰구축 등 감성경영에 대한 접근방식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LG그룹의 이같은 분위기 전환은 디지털TV, 휴대폰, 자동차 등 세계적인 기술력을 이미 확보한 분야에서 세계 톱 브랜드의 위치를 차지하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성의 융합이 없으면 안된다는 최고 경영자들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술력과 더불어 디자인, 사용 편의성, 복합화, 컨셉트, 색상, 브랜드 이미지 등 차별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욕구가 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기술과 감성의 힘을 결합시켜야만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선도기업들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감성 측면에서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 제춤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대부분 동급의 외국 경쟁기업 제품보다 낮으며, 심한 경우는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데, 이는 애당초 기업들이 신제품 기획 단계부터 21세기의 새로운 흐름인 감성 측면을 도외시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앞서가고 있는 디지털TV 분야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경우 크기와 얇기 등 기술력만 강조한 나머지 디자인 고급화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 반면 소니는 품질 위주의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를 중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휴대전화 역시 노키아는 유럽식 이동전화(GSM)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1위를 고수하면서 감성 서비스와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1위인 삼성전자는 혁신적 디자인 측면에서는 다소 열세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민훈 연구원은 “기술과 감성은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필수 사항으로 기술을 확보해야 선진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고 감성에서 차별화해야 확실한 우위가 가능하다”며 “국내 기업들은 전략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외에 기술·시장 기획 및 조사 강화, 디자인력 향상, 감성적 기업 문화 조성 등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