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처럼 부팅없이 곧바로 컴퓨터와 개인휴대용단말기(PDA)의 화면을 켤 수 있는 새로운 자성반도체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K-JIST) 신소재공학과 조명기 교수팀(초전도 및 자성재료 연구실·사진)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세대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칼슘헥사보라이드(CaB6)의 붕소(B)자리에 불순물을 주입해 새로운 종류의 자성반도체를 개발하고 그 형성원인을 구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조 교수팀이 합성시킨 CaB6은 이론상으론 자성체가 될 수 없는데도 300℃의 고온에서는 안정된 자성현상을 보이는 특징을 보여 그 원인을 놓고 학계의 의견이 엇갈려 왔다.
조 교수는 “CaB6의 자성형성 구명을 위해 수많은 시료들을 합성, 분석한 결과 붕소자리에 안정하게 결합한 불순물이 자성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를 이용해 불순물의 양을 조절한 결과 반도체의 성질을 갖는 자성반도체와 전자 구조적 특이성을 구명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자성반도체는 불순물이 안정적으로 결정화함으로써 물질 자체가 자성반도체가 되고 도핑량으로 자기적·전기적 특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특징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자성반도체가 실용화될 경우 부팅없이도 TV처럼 켜지는 컴퓨터· PDA·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며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피지컬 리뷰와 피지컬 리뷰 레터즈 최근호에 실렸으며 다음달 한국물리학회를 비롯 내년 초 열리는 미국물리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기억정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정한 전압이 가해져야 하기 때문에 전원이 꺼지면 메모리가 소실되는 한계가 있다”며 “반도체에 자성을 주입해 만든 자성반도체는 전원이 꺼져도 자성체의 특성 때문에 정보가 소실되지 않아 자기코어·자기디스크 등 비휘발성기억장치에 널리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