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컴퓨터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로 하드디스크는 용량으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선보이는 하드디스크들은 기가바이트(GB)라는 단위가 무색할 정도로 날로 용량이 커지고 있다. 모 쇼핑몰의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여름의 가장 인기있었던 하드디스크 용량이 어느덧 80GB에 이르렀을 정도다.
용량만 커진 것이 아니다. 하드디스크 성능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회전속도는 어느덧 7200rpm급 제품이 완벽하게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미 상당수 하드디스크 제조사들은 오랫동안 보급형으로 사랑받았던 5400rpm급 제품을 단종했다. 심지어 스카시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만rpm이 넘는 제품도 나왔다. 묵묵히 데이터를 저장하던 하드디스크 시장에 적지 않은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발전과정을 생각해본다면 80GB가 인기를 누리는 기간도 그리 길지는 않을 듯 싶다. 이미 하드디스크를 이루는 플래터 1장당 용량은 80GB까지 이르렀다. 즉 한 장의 플래터만으로도 80GB라는 엄청난 용량을 기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를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40GB, 60GB, 80GB라는 가장 기초적인 라인업이 앞으로는 80GB, 120GB, 160GB로 바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얼마나 제조사가 적당한 값으로 비용을 낮추는가하는 점이 시간을 당길 수 있는지, 또는 그렇지 못한 지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 살펴보아야 할 하드디스크는 80GB보다는 120GB제품, 그것도 7200rpm에 버퍼 8MB의 고성능 제품이 돼야 것이다. 이에따라 웨스턴디지털, 시게이트, 히타치, 맥스터 등 대표적인 하드디스크 제품 4종을 벤치마킹했다.
◇총평=성능 테스트를 통해 알아본 120GB, 7200rpm, 8MB 버퍼의 고용량 제품들은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뛰어난 사양에 걸맞은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제품마다 약간의 성능 차이와 특성이 있으므로 쓰임새에 맞는 선택요령이 필요하다. 실험에서 각 제품간 성능상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하드디스크 제조사의 기술이 엇비슷하다고도 판단할 수 있으며 이는 하드디스크를 장만할 때 성능보다는 값이나 사후서비스(AS) 등의 다른 요소들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테스트에 참가한 모든 제품들이 실제 몇 개의 총판이나 공급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비자가 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AS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제안으로 컴닷코에서는 통합 AS센터를 제안한다. 즉 어느 수입원에서 수입하던지 소비자들은 수입원을 보고 제품을 장만한 것이 아니므로 제조원에 따라 AS를 받을 수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능 테스트 결과 웨스턴디지털의 캐비어 1200JB는 한마디로 무엇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싱글채널이나 레이드 모두 그렇다. 물론 1등을 하는 항목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시그널은 하드디스크에 담기는 데이터를 생각해보면 적지 않게 든든함을 느끼게 해주는 항목이다. 빠른 접근 시간으로 체감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만 플래터 장당 용량이 작아 전송속도가 뒤지는 점은 보완할 점이다.
시게이트의 바라쿠다 7200.7 120GB는 여러 테스트에서 매우 뛰어난 결과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제품의 장점은 발군의 전송속도다. 스피드로 경쟁상대를 제압하는 셈인데 이는 탄탄한 하드웨어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발열과 소음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레이드 구성에서 있어서의 문제점도 상당히 해결됐다. 다만 전송 그래프가 그리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약점이다. 아무래도 레이드 구성보다는 하나의 제품으로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IBM에서 이름을 바꾼 히타치 데스크스타 180GXP(8MB)는 하드디스크를 제조하지 않고 하드디스크의 표준을 만든다는 제조사의 기술력이 그대로 녹아있다. 대부분의 테스트 항목에서 1, 2등을 놓치지 않은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증거이다. 소음이나 진동 등 물리적인 성능도 매우 좋은 편이다. 대신 약점을 들자면 처음의 전송속도가 그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처음 전송속도는 매우 좋지만 이를 끝까지 이어나가는 스태미너가 부족해 보인다. 레이드 구성의 그래프 등에서도 이런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속도가 빠르면서도 무난한 제품을 찾는 이들, 예전 IBM 하드디스크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권할만하다.
맥스터의 다이아몬드맥스 플러스 9 120GB(8MB)는 기존 740DX를 단종 시키고 선보인 맥스터의 야심작이다. 하드웨어적인 스팩에서 가장 앞서고 비교적 가장 최근에 선보인 제품답게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빠른 전송속도에서는 안정적인 시그널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점에서 빠른 전송속도와 안정적인 전송성능을 모두 보여준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변화이다. 대신 레이드 구성에서 읽기 성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뒤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얼마전 실험을 했던 시리얼ATA의 제품에서도 읽기 성능에 비해 지나치게 뒤지는 쓰기 성능이 문제가 됐는데 컨트롤러가 ICH5R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레이드 문제는 시급히 고쳐야 할 점이다. 주로 DivX파일을 많이 만드는 이들이나 대용량 파일을 자주 쓰는 경우에 권할만하다.
◇제품 스펙 비교
구분 웨스턴디지털 캐비어 1200JB 시게이트 바라쿠다 7200.7. 120GB 히타치 데스크스타 180GXP(8MB) 맥스터 다이아몬드 맥스 플러스9 120GB(8MB)
용량 120GB 120GB 120GB
인터페이스 울트라DMA-100 ATA/100 ATA/100
회전속도 7200rpm 7200rpm 7200rpm 7200rpm
버퍼메모리 8MB 8MB 8MB
평균 시크타임 8.9ms 8.5ms 8.3ms 9.3ms
가격 14만 3000원 15만원 15만 1000원 19만원
◇제품 리뷰
-웨스턴디지털 캐비어 1200JB
<그림. WD-정면.jpg / WD-뒤.jpg : 전형적인 웨스턴디지털 디자인. 칩은 보이지 않는 구조로 돼있다.>
120GB라는 대용량에 7200rpm의 회전속도, 여기에 8MB라는 엄청난 크기의 버퍼를 자랑하는 제품이다. 다른 제조사보다 발 빠르게 8MB 버전을 선보인 회사다운 움직임이다. 생김새는 전형적인 웨스턴디지털의 디자인이며 제품번호를 자세히 보아야 정확한 제품 사양을 파악할 수 있다.
다른 제품과 달리 각종 컨트롤 칩과 버퍼 메모리가 기판에 숨겨있는 구조로 돼있는데 이는 충격 등에 대비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생각된다. 이런 디자인의 차이점말고도 웨스턴디지털 제품에는 ‘데이터 라이프가드’라는 독창적인 데이터 손상예방 기술이 담겨있다. 플래터 장당 용량은 40GB이므로 플래터 3장으로 만들어진다.
-시게이트 바라쿠다 7200.7
<그림. 시게이트-정면.jpg / 시게이트-뒤2.jpg : 바라쿠다 시리즈의 최신 모델인 7200.7.>
인기모델이던 바라쿠다 시리즈의 최신 모델. 8MB 버퍼 메모리와 7200rpm의 회전속도는 물론 플래터 용량 80GB라는 최신 사양을 만족시킨다. 시게이트 특허의 소프트소닉 유체 다이내믹 베어링 모터를 써서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겉모습에서도 이 제품은 작은 변화를 보인다. 무엇보다 기판을 감싸고 있던 시쉴드가 사라져 기판이 그대로 노출된다. 시쉴드는 소음을 줄이고 충격에서 하드디스크를 보호하기 위해 쓰였지만 방열 성능을 떨어뜨려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다. 시게이트는 시쉴드를 없앨 수 있었던 것은 탐색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유체 베어링을 써서 소음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통합 칩세트를 적극적으로 쓰게 되면서 부품의 수가 줄어 굳이 시쉴드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히타치 데스크스타 180GXP
<그림. 히타치-정면.jpg / 히타치-뒷면.jpg : 버퍼가 8MB로 늘어난 히타치 데스크스타 180GXP.>
IBM에서 히타치로 이름을 바꾸어 생산하는 제품. 우선 눈에 띄는 특징은 8MB에 이르는 넉넉한 버퍼를 들 수 있다. 버퍼메모리로는 64Mbit, 133MHz SD램을 쓰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장당 60GB 플래터를 쓴다는 점이다. ‘태그&식(Tag & Seek)’이라는 기술도 눈에 띈다. 이 기술은 원래 SAN 등의 서버용 스토리지에 쓰이던 ‘커맨드 큐잉’을 응용한 것으로 작업시간을 단축시켜 DVD 파일을 DivX로 만드는 작업같은 엔코딩, 디코딩 작업에서 더욱 부드러운 작동을 한다. 뒷면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개의 칩을 볼 수 있다. 하나는 메인 컨트롤러 칩이고 다른 하나는 펌웨어 컨트롤러 등을 담당한다. 여기에 소음을 줄이기 위한 유체 다이내믹 베어링, 열 감지 시스템을 이용한 디스크 온도 조절 등 최첨단 기술도 포함하고 있다.
-맥스터 다이아몬드맥스 플러스 9
<그림. 맥스터-정면.jpg /맥스터-뒤.jpg : 핵심칩이 노출된 구조.>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만드는데 남다른 재주가 있는 맥스터의 제품이다. 디자인에서는 별 다를 것이 없지만 길어진 이름만큼 다양한 성능과 최신 기술을 듬뿍 담고 있다. 무엇보다 플래터 장당 80GB의 고밀도라는 점이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다. 플래터 장당 용량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전송률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유체 베어링을 써서 소음, 진동, 발열 등 물리적인 성능도 상당히 개선했다.
또 다른 핵심은 2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보다 빠르게 처리하는 듀얼 웨이브 기술이다. 늘어난 데이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맥스터가 자체적으로 주도하는 ATA-133으로 연결되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다는 것은 약점이다.
<분석=컴퓨터닷코리아 김영로 팀장 tester@computer.co.kr, 정리=김인진 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