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B2B 거래 인증 서비스인 아이덴트러스(Identrus)에 대한 관심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전자무역환경이 조성되면서 그동안 아이덴트러스 가입에 관망세를 보였던 국민은행·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공동 도입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 조흥은행·외환은행 등 기존 도입은행들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스템 확충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아이덴트러스를 채용한 인터넷 기반의 국제 은행결제망(스위프트넷)이 내년부터 가동되고 국가간 외환거래의 결제시차를 극복할 수 있는 실시간 결제 방식의 CLS(Continuous Link Settlement) 은행 가입 등 전자무역환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전자무역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판단, 고비용이 소요되는 아이덴트러스의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국민 우리 농협 기업은행 등이 아이덴트러스 공동 가입을 적극 추진중이다. 이들 금융기관은 특히 지난 3월 기존의 신용등급기준과 준비금 10억달러를 보유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삭제되고 신용등급 및 자산규모에 관계없이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금융기관이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덴트러스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은 또 아이덴트러스에 가입한 후 인증서 등록기관(CA)인 외환은행·조흥은행 등의 시스템을 공동 이용하는 방안도 적극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방법은 등록대행(RA) 시스템만 구축하면 되므로 구축비용 및 기간을 절감할 수 있지만 기존 참가기관의 CA 시스템 정책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융결제원 위탁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금결원에 이를 위탁하게 되면 금결원은 인증서 등록기관인 CA를, 은행들은 발행 기관인 RA 역할을 각각 수행하게 된다.
이에따라 지난 2001년 아이덴트러스에 가입했던 조흥은행과 외환은행 등은 지난해 아이덴트러스 시스템을 시험 가동한데 이어 본격적인 가동에 나설 태세다.
조흥은행은 지난 4월 재경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음에 따라 내달 베트남 국내외 점포간 기업용 인터넷뱅킹 서비스에 아이덴트러스를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초 테스트 시스템을 구축,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인증서 발급에 나선다.
외환은행도 시스템 확충과 안정화를 통해 선발업체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나갈 예정이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이와 함께 신규 참여 희망 은행들에 대해서도 CA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할 경우 중복투자로 인한 국가재원낭비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이미 구축된 자사 CA시스템을 이용할 것을 권장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아이덴트러스 인증서를 적용할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아이덴트러스에 참가하는 글로벌 기업고객을 통해 수익기반을 다질 수 있고 전자상거래 및 전자무역 과정에서 금융권의 역할을 크게 제고할 수 있어 이제는 적극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