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꽃섬, 라스트 파라다이스

 

 꽃섬, 라스트 파라다이스 김진혁 지음 들녘 펴냄 

 눈물이 날 만큼 푸르고 시린 바다 위에 작은 무인도가 있다. 섬은 풍요롭고 먹고 사는 걱정은 없다. 차가운 얼음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거나 단파 라디오를 듣는 정도에 만족한다면 쏠쏠한 문명의 혜택도 가능하다. 해안선을 따라 두 시간 남짓 부지런히 걷는다면 떠났던 자리로 다시 돌아올 만큼 크지 않은 외딴 섬. 이곳에 오두막을 짓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당신은 살 수 있는가? 살 수 있다면 과연 행복할까?

 찌든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때때로 무인도 생활을 꿈꾼다.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로 무작정 떠나 그곳에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건설한다. 이 얼마나 멋진 꿈인가.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회사도 다니지 못했던 한심한 프랑스 청년 씨어리도 그랬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우리처럼 단지 꿈을 꾸는데 머물지 않고 실제로 무인도를 사,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갔다는 점이다.

 이 책은 얼마전 TV로 방영돼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KBS 수요기획 ‘꽃섬, 파라다이스는 있는가’를 연출했던 김진혁 PD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당시 방송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까지 모두 담아 엮어낸, 자유와 자유가 주는 행복에 관한 인간적인 보고서다.

 프랑스 청년 씨어리는 무한경쟁의 도시사회에서 무한자유를 꿈꾸며 저항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원초적인 자유였다. 그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어 직장도 다니지 못하는 그는 누가 보아도 한심한 현실 부적응자일 뿐이었다.

 1986년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 방황하던 씨어리는 고향인 마르세유를 떠나 필리핀에 도착한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3000여 개의 무인도를 헤매며 1년여를 떠돌았다. 마침내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삼을 무인도를 발견해 단돈 8000만 원에 사들였다.

 그 후 그는 아내와 함께 섬을 조금씩 개간해 밀림을 없앴고 바나나와 코코넛, 그리고 망고 나무를 심었다. 제일 먼저 지은 안채 뒤뜰엔 돼지와 닭을 키웠다. 또 1년에 한 채씩 모두 다섯 채의 아담한 오두막(코티지)를 지었다. 대나무와 조개로 욕실의 세면대를 만들었으며 침실은 나무줄기를 손수 엮어 장식했다.

 그로부터 17년 뒤인 2003년. ‘꽃섬’(플라워 아일랜드)이라는 이름의 그 무인도는 이제 씨어리와 그의 아내 로즈 그리고 일곱 명의 아이들이 사는 멋진 파라다이스로 변했다.

 창문을 열면 푸르른 바다가 밀려들고,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 지천으로 널린 싱그러운 과일과 싱싱한 생선들··· 그늘 밑 해먹에 누워 눈을 감으면 시간조차 멈춘 듯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해마다 쑥쑥 커가는 자식들과 자급자족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상이 있다. 20여년 전, 무한자유를 찾아 꽃섬에 둥지를 튼 씨어리! 그는 과연 파라다이스에 이르렀는가?

 씨어리의 삶에는 두 가지 모습이 다 있다. 그는 절제한다. 더 크고 화려한 집을 원하지 않으며, 호사스런 밥상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는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반면 그는 자기 내부의 또 다른 욕망을 위해선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어리와 우리에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을 만들었다. 그는 출근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즐기며 살기 위한 노동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는 무한 경쟁의 세속도시를 떠났다. 하지만 떠났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았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씨어리에게 꽃섬은 파라다이스이다. 꽃섬은 그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267쪽 9800원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