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권석철 하우리 사장(3)

 회사 설립을 앞두고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부분 중 하나가 실패 기업에 대한 연구였다. 성공기업보다는 IMF 시기에 문닫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기업들이 왜 실패했는지 분석해야 같은 길을 가지 않으리란 이유에서였다.

 29살의 젊은 때문인지 나는 로비나 유명 인사들과 친분만으로 덩치를 키워가는 기업들의 전철은 절대 밟지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제품과 기술에 자신있었고 창업동지들도 투명경영을 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언젠가 억단위의 발주가 난 정부 기관에 백신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워낙 큰 건이었기에 직접 백신을 들고 벤치마크테스트에 들어갔다. 일단 담당자 공무원의 부하직원과 미팅을 했다. 그의 첫 마디는 “우리 담당자께서는 골프광이니 골프장에서 제품 도입 건에 대해 얘기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이를 단번에 거절했다.

 인맥을 통한 로비와 접대로 얽힌 사업관행을 젊은 사람들이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때문이었다. 결국 제품공급을 못했지만 경영신념을 지켰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한참 후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는 나를 나무랐다.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이기 이전에 기업을 책임진 CEO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비록 가치관에 어긋나고 껄끄럽지만 매출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당신은 깨끗하고 정직한 직원의 자격은 있는지 몰라도 훌륭한 CEO의 자격은 없다.”

 경영인이라는 직책이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가를 또 한번 절실히 느꼈던 날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처음 기업을 세우면서 세운 건전한 기업을 만들자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비리와 조작에 얽혀 결국 무너지고 마는 수많은 벤처기업들 속에서 지금까지도 당당하게 버티는 하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우리 회사는 ‘펀(fun) 경영’을 도입했다. 24시간 업무에 시달리는 보안업체의 특성상 활기찬 환경을 만들어 최대한 직원들이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조직이 와해된다는 생각아래 젊은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직원식당에서 식사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직원과의 대화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려 노력한다.

 직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에 최대한 부합하는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부분에 대해 확신이 없는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카페테리아식 복리후생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따금 경영인으로서의 균형잡기가 필요할 때 나 자신을 눈물짓게 했던 그 지인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진정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직원들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건재할 수 있는 탄탄하고 깨끗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생각을 다시 되새긴다.

 ◆ 권석철 하우리 사장 sckwon@haur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