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기업 우회상장 급증

심사 까다롭고 자금회수 압박 받자

 장외기업이 상장 및 등록사와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에 오르는 우회등록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상장 및 등록 심사 요건이 강화되는 추세인 데다 상장·등록 절차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초기에 투자했던 창투사나 엔젤들의 자금 회수에 대한 압박도 장외 기업들의 우회 등록시도를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위원회 강홍기 시장관리팀장은 “우회등록의 경우에도 장외기업에 대해 등록심사에 준하는 요건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우회등록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지만 기업 인수&합병(M&A)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볼때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회등록 이후 기업의 주가나 가치 역시 시장의 평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며 그 결과는 회사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례 급증세=장외 기업이 상장·등록사를 인수해 시장에 상장 등록하는 것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인프론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다이알로직코리아는 오는 22일 합병 주총 결의를 남겨두고 있다. 코닉시스템은 앤콤정보시스템과 합병을 통해 우회 등록을 시도중이다. 티지코프-이노디지털, 휴이트-넥스텔, 현대시스콤-비티아이, 싸이더스HQ-라보라 등도 우회 상장·등록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근 사례의 두드러진 특징은 주사업 없이 지주회사를 표방한 기업들의 사례가 크게 줄고, 직접 사업을 하는 주체들간의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M&A컨설팅 업체들이 우회등록 관련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는 등 우회 상장·등록 사례는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심사 까다롭고 자금 회수압박도 반영=코스닥 심사에서 2회 보류 판정을 받고 등록사 인프론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다이알로직의 한기원 대표는 “등록심사에 몇년간 매달리다보니 영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회사 이미지 손상 우려도 있었다”며 “3번째 심사를 앞두고 썩 괜찮은 등록기업이 매물로 나와 이를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등록 심사에 대한 회사의 위험을 회피하고 사업 시너지까지 노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우회등록을 준비중인 장외 S사 관계자는 “최근 불황으로 실적이 둔화돼 직접 등록은 어려운 상태인데 반해 기존 주주(창투사·엔젤)들의 자금회수 요구가 많다”며 “우회 등록 압박이 높아지고 있어 인수할만한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적정성, 향후 사업성 따져야=우회 등록에 따른 기업의 위험요인으로는 시장의 부정적 인식을 꼽을 수 있다. 피인수 상장·등록사의 경우 대부분 흠집이 나거나 부실 기업인 경우가 많다. 비교적 쉽게 공개기업이 될 수 있지만 부정적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회 기업에 대한 투자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회 등록 사례에 대한 증권사의 분석도 찾아보기 힘들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우회등록이 주가에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개별 사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합병 기업간의 사업상 연관성, 향후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해 철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