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정통 액션 영화 두편이 가을 DVD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이 달 초 ‘갱스 오브 뉴욕’이 DVD로 출시된 데 이어 25일에는 ‘영웅’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마니아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두 영화는 이 시대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는 장이모와 마틴 스콜세즈가 각각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웅장한 스케일과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어 동서양을 대표하는 액션물로 자웅을 겨루게 된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물
‘영웅’과 ‘갱스 오브 뉴욕’은 각각 중국 춘추전국시대와 184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왕국간 치열한 세력 다툼으로 인해 전쟁이 난무하던 시기. 통제가 불가능해진 평민사회 역시 무법천지로 전락했다. 영화 ‘영웅’은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진시황제의 포악에 맞선 전설적인 자객들, 그리고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무명의 장수 이야기를 섬세한 화법으로 그리고 있다.
누가 영웅이고 누가 악인인지 구분할 수 없던 시기, 영화 ‘영웅’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정한 영웅의 의미를 새겨주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갱스 오브 뉴욕’은 뉴욕 최고의 슬럼가인 파이브포인츠를 소재로 원주민과 아일랜드 이주민간의 갈등을 사실적인 기법을 통해 보여준다. 아일랜드 이주민의 존경을 받던 프리스트 발론이 원주민파인 빌 더 부처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고 이 광경을 지켜본 프리스트의 아들 암스테르담 발론은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감독과 출연진
두 작품은 감독과 출연배우의 면면만으로도 동서양 최고의 수준임을 자랑한다.
장이모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웅’은 이연걸,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가세했다. 장이모 감독이라면 첸 차이거와 함께 중국 5세대 감독중에서도 손꼽히는 인물로 ‘붉은 수수밭’ ‘국두’ ‘홍등’ ‘귀주이야기’ ‘인생’ 등 숱한 화제작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맞서는 ‘갱스 오브 뉴욕’도 초호화급 배우와 연출진이 대거 가세해 ‘영웅’에 뒤지지 않는다. 헐리우드 최고의 신세대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카메론 디아즈가 주인공을 맡았으며 미국 영화계가 자랑하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 ‘분노의 주먹’을 통해 뉴욕 하층민의 삶을 신랄하게 묘사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갱스 오브 뉴욕’을 필생의 역작으로 남기고 싶어했던 데다 이 영화로 ‘2003 골든 글로브 감독상’을 수상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동양의 美 vs. 헐리우드의 리얼리티
그러나 이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영웅’은 내면으로 숨어드는 아름다운 동양의 미를 배경으로 한다면 ‘갱스 오브 뉴욕’은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생생한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있다.
‘영웅’에서 무사들의 대결은 피를 튀기거나 참혹하지 않다. 오히려 목숨을 건 승부가 한 편의 산수화를 감상하는 듯 환상적이며 아름답게 펼쳐진다. 특히 투명한 호수 위를 가로지르며 벌이는 결투장면은 신선들의 춤처럼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에 비해 한 청년의 복수와 사랑을 그린 ‘갱스 오브 뉴욕’은 1840년 당시 뉴욕과 폭력세계를 극사실적 기법으로 묘사하며 당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사실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웅’과 철저하게 사실을 지향한 ‘갱스 오브 뉴욕’, 동서양의 액션을 대표하는 두 작품 모두 놓치기 아까운 수작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