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들을 노래가 없어! 죄다 애들 노래뿐이니 말이야.”
“우리 땐 좋은 노래가 많았는데 순전히 서양노래 판에, 춤판에 이거 어디 원···”
나이가 든 어른들은 요즘 음악에 넌더리를 친다. 한마디로 ‘부를 노래, 들을 노래가 없다’는 비판 일색이다. 기성세대의 불만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대부분 랩인데다가 템포는 한없이 빨라져 웬만큼 연습하지 않고는 도저히 신세대 가요를 따라갈 수가 없다. 행여 젊은이와 섞여 노래방을 가서 그들이 랩을 능숙하게 하는 것을 보면 민족(?)이 다른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는 사람도 있다.
어른들은 그러면서 언제부턴가 음악시장에서 완전 퇴각했다. ‘너희나 잘 놀아라!’는 투로 신세대 가요 판에 깨끗이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알려진 대로 우리 음반시장 주요 구매층은 10대와 20대 초반이 무려 80%에 달한다. 20대 중반만 넘어서도 레코드 매장을 찾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로트 포크 발라드를 애청했던 기성세대들이 랩과 힙합 그리고 ‘버터’ 냄새 물씬 풍기는 R&B에 감동을 느끼기는 어렵다. 사실 우리 어른들은 젊었던 시절에 ‘흑인음악’을 청취한 경험이 별로 없다. 음악어법이 너무나 달라진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해된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다고 음악듣기를 포기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어른들도 한창 때는 음악을 많이 들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60∼80년대 이른바 대중음악의 황금기를 경험한 ‘음악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음악과 멀어진 탓인지 아니면 상기한 바와 같이 근래 음악에 환멸을 느껴서인지 음악과 철저히 담을 쌓고 있다. 음반 수요자 가운데 40∼50대 어른의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용돈으로 음반을 구입하는 신세대와 달리 ‘자기 돈으로’ 음반을 사는 건강한 구매층이 적다는 것은 곧 국내 음악시장의 빈약함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가슴 아픈 일이다. 물론 기성세대들에게 들을 것 없다는 신세대 가수들의 음악에 대해 억지로라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권하는 것은 아니다.
요지는‘찾아보면 그들이 살만한 음악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최백호 전인권 이정선 전영록 한영애 등 베테랑들이 잇따라 앨범을 냈다. 트로트 거장들의 음반 출시도 끊이지 않는다. 최고스타 조용필도 막 열여덟번째 신보를 출시했다. 하지만 앨범을 내기 전 그는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만약 그들의 신보가 싫다면 과거 그들의 노래를 담은 CD를 살 법도 하지만 판매 수치는 미미한 편이다. 그리하여 제작자들은 여간한 용기가 아니면 베테랑의 앨범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음반시장이 더더욱 10대와 20대 신세대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음악계에 성인음악의 지분이 자리 잡으려면 ‘성인음악을 들어주는 성인’이 있어야 한다. 요즘 노래에 대한 반감만을 드러내고 자신들이 한창 때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에 무관심하다면 시장은 더욱 신세대 판으로 전락한다. 한번 여유를 갖고 매장에 들러 성인음악을 찾아보는 성의가 필요하다. 가요계가 정상화되려면 기성세대들도 분발해야 한다. 불평만이 능사가 아니다.
임진모(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