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업체인 A사. 이 회사는 얼마전 반도체 웨이퍼 가공공정에 사용되는 RF제너레이터 수주를 받아놓고 해당 장비의 플라즈마 출력을 재는 측정기의 품질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반도체 분야가 고정밀도를 요구하는 산업인 만큼 측정기의 정확성과 정밀성은 제품 신뢰성과 직결되는데 RF제네레이터의 측정기 정확도를 국내에서 검증할 만한 교정 업체는 물론 교정 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중소 업체들의 이같은 고민은 쉽사리 해결될 전망이다.
하이닉스에서 분사한 현대교정인증기술원(대표 이현희)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RF제네레이터 측정기를 교정하는 ‘캘로리미터&파워시스템’을 외국에서 도입, 반도체 제조 공정 관련 측정기의 교정 업무를 위탁할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이 회사를 비롯,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분사한 삼성교정기술원(대표 문명희)과 LG-ITS(대표 김윤태) 등 교정 업체들도 올들어 경영기반을 다지기 위해 서비스 영업의 활동 폭을 기존 ‘캡티브(captive) 마켓’에서 일반 중소업체로 앞다퉈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부품·휴대폰 등 중소 업체들은 대기업에서 갈고 닦은 이들 교정업체의 측정기 교정 노하우를 직접 접할 수 있게 돼 측정기 품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한층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까지 이들 교정업체는 삼성·LG·하이닉스 등 캡티브 마켓에만 치중해 교정업무를 수행해왔다.
현대교정인증기술원 이현희 사장은 “교정 서비스의 품질도 업체별로 그 편차가 매우 크다”며 “측정기 교정 수요가 적은 분야라 하더라도 향후 고객수를 늘리고 교정 물량을 수주받기위해 과감한 투자를 시행, 시장을 선점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교정 업체는 출장교정 활동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교정 업체가 적은 수수료로 출장을 꺼린 탓에 측정기를 생산라인에서 뺄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공장가동이 일시 중단돼 정기적으로 교정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성교정기술원 한 관계자는 “교정수수료가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 그동안 출장 교정 서비스를 자제해왔다”며 “그러나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며칠 걸리던 교정 시간을 단축,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출장서비스에 힘쓴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