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세탁기의 용량에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가전3사는 이같은 논란이 일자 객관적 기준보다는 서로 상대업체들을 비난하며 헐뜯기 경쟁을 펼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출시한 10kg급 드럼세탁기의 경우 세탁조 부피가 적게는 10ℓ에서 많게는 20ℓ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LG전자의 경우 최근 외관크기를 줄인 10kg 트롬 세탁기 신제품은 기존 트롬(10kg)에 비해 세탁조의 용량이 10ℓ 가까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전 12kg급 제품도 기존 10kg 제품과 세탁조의 부피는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하우젠 10kg 세탁조의 부피는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10kg 신제품보다도 10ℓ가까이 적은 83ℓ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제품은 10kg제품의 세탁조의 부피가 75ℓ로 가장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용량의 제품이면서 세탁조의 크기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드럼세탁기의 용량표시기준이 마른빨래(시험포)를 세탁조에 넣고 빨래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검사한 후 시험포의 무게를 측정해 표시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12kg 제품과 10kg 제품의 세탁조 크기가 동일한 점에 대해 LG전자는 “10kg 제품의 세탁조에는 최대 13kg의 빨래를 집어넣을 수 있지만 진동이나 소음문제가 있어 줄여서 표시했다”고 해명했다. 또 “12kg트롬은 모터용량, 댐핑(진동방지) 등 새로운 기술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 12Kg으로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마찬가지로 10kg 트롬 신제품도 기능개선으로 세탁조의 부피가 기존제품에 비해 줄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자체 측정 결과 삼성전자의 하우젠 10kg 세탁조의 부피는 LG의 10kg 신제품보다 오히려 세탁조 크기가 10ℓ 가까이 적은 83ℓ에 불과해 10kg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삼성 드럼세탁기는 기존 전자동세탁기와 동일한 기준으로 용량을 표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또 “LG전자가 수출 모델을 국내에 적용하다보니 오히려 용량을 상대적으로 적게 표시해왔으며 LG 10kg 신제품의 세탁조 부피가 줄어든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또 세탁조 부피차이도 LG주장만큼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10kg제품의 세탁조의 부피가 75ℓ수준으로 가장 적은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타사 제품은 전면 개폐 방식이어서 빨래를 가득 채우기 어렵지만 우리 제품은 상면 개폐 방식이어서 세탁조 크기가 적어도 10kg 용량의 빨래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경쟁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드럼 세탁기 원조격인 유럽의 경우 세탁기의 세탁용량을 무게와 전력 효율 등 2가지로 표시토록 하고 있으며 미국은 세탁조의 부피로 용량을 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탁기의 용량을 객관성있게 측정, 표시할 수 없는 공인기관이 국내에 없다보니 세탁 용량은 업체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좀더 신뢰성을 줄 수 있는 세탁 용량을 표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