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PC주변기기 수요의 ‘중저가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주기판·그래픽카드 유통시장의 주력 제품이 지난 7∼8월 기점으로 최신 제품으로 이동하는가 했으나 9월 들어서는 지난해 출시된 구형 제품으로 다시 다운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도 보급형 시장 공략을 위해 부가기능이나 부품 스펙을 낮춰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으로 완제품으로 공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운그레이드 현상이 가장 심화되고 있는 곳은 그래픽카드 유통시장이다. 지난 7∼8월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중고가 그래픽카드인 ‘지포스FX’ 계열 제품군의 판매가 확대되듯 했으나 9월 들어 다시 수요가 구형 제품 ‘지포스4 MX440 8X’로 몰리고 있다. ‘MX 440’은 완제품 가격이 5만∼6만원대의 저가 제품으로 단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선을 넘어선다. 특히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시장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일시적으로 칩세트 공급 부족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기판 시장도 하반기 출시된 신제품 인텔의 ‘스프링데일(865PE)’ 모델이 좀처럼 비중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1년 이상 지난 P4X400, 845PE, 845D 칩세트 기반의 구형 주기판이 여전히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전체 판매되는 주기판의 70% 이상이 10만원대 미만의 저가 제품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업체의 제품 라인업도 고가형은 인텔 865PE에 국한되는 반면 저가군은 비아, 인텔, 시스 등 각 칩세트별로 10여종에 달하고 있다.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유통시장도 전체 판매량의 85% 이상이 클록속도 기준으로 2.4㎓ 이하 보급형 제품에 집중되는 반면 2.6㎓ 이상 고성능 제품은 도리어 연초에 비해 판매가 감소하며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선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주기판·그래픽카드 등 신형 칩세트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으나 구형 제품과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저가 편중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저가 모델을 조작한 이른바 ‘튜닝’ 제품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함량 미달 제품까지 출연한 상황이다.
그래픽카드업계의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는 ‘MX 440’ 제품 중에는 메모리 비트와 반응 속도 등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돼 하위 제품인 ‘MX 400’ 보다도 성능이 떨어지는 사례가 있다”며 “제품 구매시 가격과 함께 제품 세부 스펙을 자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그래픽카드·주기판 등 PC주변기기 수요의 ‘중저가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돼 관련 유통업체들이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