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 기업 통제기구의 작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공식 보고서가 정부 ‘시장개혁 태스크포스(TF)’에 제출됐다. 또 이같은 ‘소유-지배권간 괴리’를 좁히기 위해 앞으로 3년간 출자 총액 규제를 유지하고 기업의 내·외부 통제 강화를 위해 독립적 사외이사의 경영진 추천이나 집중투표제 확대 등의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는 권고안도 제시됐다.
정부 ‘시장개혁 TF’는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출한 이같은 내용의 ‘시장개혁 추진을 위한 평가지표 개발 및 측정’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37개 재벌 총수 일가의 보유지분율(현금흐름권)과 계열사 지분 등 영향력 행사 지분율(지배권)간 차가 18.6%포인트이며 실제 보유지분 보다 5∼6배 가량 많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상장사 사외이사,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95%가 임원 임용이 총수나 구조조정본부에 의해 이뤄지고, 76%는 이사회가 특수관계인간 거래를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지배-소유권간 괴리가 클수록 사외이사제 등 기업의 내·외부 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출자비율 상한 규제가 없으면 총수는 자신의 부담없이 계열사간 출자를 늘려 지배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이는 소유-지배권간 괴리를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들어 당분간 출자 총액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장사들의 기업 내·외부 통제시스템에 대해 보고서는 주주권리보호, 이사회구성과 운영, 기업 투명성 등을 평가한 결과 겨우 평균 38점으로 벤치마크 대상인 미국의 제약회사 파이저의 97점에 절대적으로 미달하는 수준이며 그 이유 역시 지배-소유의 왜곡에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이 69%에 불과한 반면, 찬성률은 99%로 독립성이 약하다며 3년내 실시할 1단계 조치로 독립된 사외이사의 사내이사 추천, 독립된 사외이사로 보수위원회 및 내부거래위원회 구성, 집중투표제 확대, 총수의 CEO-이사회 의장 겸임시 별도의 사외이사 임명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홍기범 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