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주5일 근무제-`생산성 높이기` 발등에 불

내년 7월 주5일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묘안찾기에 분주하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상승이 불을 보듯 뻔한 데 그렇다고 임금을 깎을 수는 없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여 인건비 상승분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주5일근무제 시행에 따른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평균 15%의 임금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그 상승률이 2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모든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 대책 마련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주40시간 근무 실시에 따른 뚜렷한 생산성 제고 대책이 없다는 것이 골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이달초 ‘10%의 생산성 높이기 운동’을 선언, 목표치를 내놓은 채 ‘허리띠를 바짝 조이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못했다.

 삼성그룹은 인건비 상승 폭과 그에 따른 생산성 향상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제품 불량률을 낮추고 일반관리비를 절감한다는 기본 원칙만 확인했다. 그래서 급한 대로 해외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전계열사와 협력사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TPS(Toyota Productivity System)를 배우라고 지시를 내린 것.

 TPS란 일본 도요타가 인력과 설비 등의 생산 능력을 필요한 만큼만 유지하면서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작업정보를 긴밀하게 교환하게 개발한 협력생산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국내외 법인의 임직원들을 일본 도요타에 보내 생산혁신 운동을 연수함으로써 전 사업장이 고르게 우수한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계획이다.

 삼성전기도 94명의 임직원을 일본 도요타의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인 기후차체공업에 보내는 ‘TPS연수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가절감시스템·후공정 및 물류운영시스템·외주업체 품질관리·도요타 조립라인 등을 생산 현장에서 벤치마킹한다.

 LG전자는 지난 8월 초 노무 담당자들로 구성된 ‘주5일근무제 TF’를 발족시키고 ‘주40시간 근무’ 실시할 경우 인건비 상승분을 어떻게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상쇄시킬지 연구하고 있다.

 LG화학 한 관계자는 “주5일제가 도입되면 휴일근무수당 등 제반 비용증가가 예상되지만 별도의 대응 방안은 마련치 않고 있다”며 묘책 찾기가 어려움을 내비쳤다.

 대우조선은 복잡한 업무를 통합하고 표준화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 생산성 향상에 나설 방침이다.

 임금 삭감 없는 주5일근무제를 도입키로 한 현대자동차는 생산직원들의 숙련도를 제고하고 공정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인다.

 중소 기업의 경우 주5일근무제는 그야말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생산성 향상도 문제지만 주 5일제를 대기업보다 늦게 시행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력들이 자칫 주5일제를 실시하는 대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에 따라 중소 기업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집안단속’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판 업체인 대덕전자 한 관계자는 “저부가 제품은 단계적으로 중국으로 이전,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인력난을 예방책으로 생산직에 한해 주5일근무제를 조기에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중견 이하 대다수기업들은 두가지 숙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사회 전반 `변화의 물결`예고

 지난달말 주5일근무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주 5일 근무 시대를 맞게 됐다.

 내년 7월 공기업과 금융, 보험 및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우선 도입될 주5일근무제는 오는 2007년까지 20명 이상 소규모 사업장으로도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주 5일 근무시대 개막은 단순히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의미를 넘어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산업계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는가 하면 노동자들의 근로환경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직장 풍속도와 여가 문화의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계 파장=주5일근무제는 우선 제조업체 경영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장 가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생산성이 그만큼 저하되는 데다 기존 임금을 보전할 경우 인건비 상승효과까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최근 기업인 12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주5일근무제 시행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9%정도 늘어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대기업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 시설투자시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업체의 경우 대기업과 근로조건 격차가 더욱 심해져 가뜩이나 심각한 인력난이 가중되는 결과도 예상된다.

 하지만 관광·레저·엔터테인먼트산업은 주5일근무제 특수를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올해 3억4000만명이던 국내 관광객 수는 내년에 3억7400만명, 2005년에 4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늘어난 여가로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연 5% 이상 성장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더불어 보안 경비원, 귀중품 보관사, 애완동물 관리사, 레저강사 등 새로운 유망 직종도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휴일이면 평일보다 통화가 10∼30%씩 감소하기 때문에 통신업체에는 비상이 걸릴 형편이다.

 ◇달라지는 풍속도=여가 문화 확산으로 직장이나 가정의 생활패턴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에서는 줄어든 근무시간을 생산성 향상으로 벌충하기 위해선 노동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이 이미 시행 중인 집중근무시간제가 확산돼 사업장마다 정해진 시간에는 가급적 자리를 뜨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는 풍경이 속속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중에 과음을 자제하거나 회식날도 금요일에서 목요일이나 수요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 일요일을 가족과 알차게 보내려는 현상이 잦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주말여행 형태도 단거리 중심에서 제주도나 동남아 등 원거리로 옮겨갈 것으로 기대된다. 일요일에 몰렸던 여행수요가 분산되면서 휴일 교통체증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내년 7월 금융기관에 이어 2005년부터 공무원까지 주5일근무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주중에 모든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각종 후속대책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주5일근무제가 도입되는 데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각종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중소기업지원 대책=중소기업의 인건비 증가를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중소기업 종합 지원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정부는 중소기업의 인력 신규채용시 1인당 월 60만원을 6개월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주5일근무제를 조기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신규채용 인건비를 최고 50%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실시한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지원, 신용대출 등 금융지원, 판로나 물류지원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근로기준법 개정과 함께 제정된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에 따라 작업환경 개선, 국민주택 우선분양, 복지시설 설치지원, 공동 직업훈련실시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인적자원개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훈련 컨소시엄 구성을 지원하고 소기업의 훈련비 지원 한도도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공휴일 축소=주5일근무제 도입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휴일수는 136∼146일로 늘어나 일본과 비교하면 외형적으로 1주일 가량, 평균 근속연수 기준으로는 1∼2일 정도 많다. 공휴일을 2∼3일 줄이면 다른 나라의 연간 공휴일 수와 균형이 맞다는 계산 아래 정부는 2∼3일의 공유일 축소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생산적 여가활용 유도=노동부는 종전에 비해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근로자가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능력개발을 적극 지원한다. 근로자의 자율적인 직업능력 개발 촉진 차원에서 수강 지원금 대상이 현행 50세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서 40세 이상, 150명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1인당 100만원 한도로 지원된다.

 ◇일자리 나누기 효과활용=재경부는 주5일제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효과가 발생, 6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데다 문화, 관광, 레저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돼 신규 고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 문제를 이 같은 추세와 연관해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취업알선 체계를 내실있게 개편하기 위한 세부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