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바이에서 개최된 G-7 재무 장관 회담 결과가 세계 금융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선진 재무장관들은 ’환율은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일명 ‘유연한 환율 정책’으로 알려진 이번 합의는 미국 정부가 달러화 약세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절상을 통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회복을 꾀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G-7의 이같은 합의 사항은 과연 관철 가능한 것일까.
한화증권은 23일 발표한 ‘제2 플라자 합의, 그 영향은’이란 보고서를 통해 G-7의 이같은 의도가 몇가지 걸림돌에 봉착할 가능성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평가 절상 문제에 대해 종전의 PEG(달러 연동 고정환율) 제도를 유지할 계획임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한화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G-7 회담의 결과와 상관 없이 내년 상반기 중에 복수통화 바스켓 환율 제도로 이행하고 수입 시장을 점차 개방함으로서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G-7 합의 사항의 두번째 걸림돌은 미국과 세계 경제의 성장률 격차 문제다. 일본 엔화 강세가 미국 수출 상품의 경쟁력 강화 및 무역 수지 개선으로 이어져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지만 일본을 비롯한 환율 평가절상 국가들은 무역수지의 악화와 설비의 해외 이전 촉진 등 요인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달러 약세의 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초를 고비로 미국과 기타 선진국간 성장률 격차가 확대될 전망이다. 결국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달러 가치의 지속적 하락을 유도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펀더멘털도 이번 합의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은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달러화 약세를 피하기는 어렵지만 펀더멘탈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무한정 지속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올해말을 고비로 평가절상 추세는 진정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