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별기획-전자정부 성공키워드]호주는 `전자정부` 어떻게 성공했나

 ‘느리지만 착실하게(slow but steady)’

 평소 속도전에 익숙한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호주의 전자정부 정책은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호주는 국토가 넓고 인구가 적어 기반시설을 확충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돼 아직도 인터넷 사용은 주로 모뎀을 통해 이뤄진다. 최소한 IT인프라 측면에서는 전국 1400여 읍·면·동까지 초고속통신망이 구축된 한국의 상황과는 비교 조차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호주는 인터넷 이용자의 80% 이상이 전자정부 서비스를 이용하고 만족도 역시 50%선을 넘고 있다. 실제로 호주 정부의 전자정부 편익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85% 가량이 행정기간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24시간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등 전자정부를 통해 유무형의 편익을 제공받고 있다고 답했다. 호주 국민의 45%가 전자정부 서비스를 통해 비용을 줄였고 70% 이상이 행정 처리절차가 투명해졌다고 느끼고 있다.

 인터넷 대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전자정부 서비스가 개통 이후 줄곧 이용자는 감소하고 있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국제연합(UN)이 OECD 1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정부 수준평가(e-Gov Index)에서도 호주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한데 반해 한국은 15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기반시설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가 전자정부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장기적인 비전아래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전자정부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 국가정보경제위원회(NOIE)의 존 라로 온라인접근전략 담당자는 “호주 정부는 새로운 전자정부 서비스를 개발하기에 앞서 그 서비스를 어떤 채널과 형태로 제공받기 원하는 지를 실제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본다”고 강조한다. 모든 전자정부 서비스의 개발은 수요 분석(demand planning)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 존 라로의 설명이다.

 NOIE(National Office for the Information Economy)는 국가 차원에서 전자정부 마스터 플랜을 수립, 총괄하고 이의 실행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호주의 전자정부 전담 기구. 실제로 NOIE 산하에는 정부기관간 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OC(online council)과 MCIE(ministerial council for the information economy), 그리고 감독기구인 IMSC(Information Management Strategy Committee)가 설치돼 있다. 전자정부 계획 수립시 NOIE는 사전에 충분히 이해 당사자들간에 자율적인 조정을 유도하되,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조정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호주의 132개 모든 중앙행정기관은 자체 수립한 전자정부 추진계획을 반드시 제출토록 의무화돼 있으며 NOIE는 각 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한 후 실제 목표한 사업 계획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구체적인 목표치를 두고 전자정부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와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다.

 NOIE의 잭키 백비 전략 분석 담당자도 “결국 전자정부서비스의 성공 여부도 국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사회적 편익을 제공하느냐에 달렸다. 따라서 호주 정부는 전자정부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별도의 성과분석연구(benefits study)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긴밀한 협조체제 아래 전자정부 사업이 추진되는 점도 호주의 또다른 성공 요인 중의 하나다. 호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정부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일관성있고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장기 목표(framework) 아래 개별 환경에 맞는 구체적인 온라인 액션 플랜(action plan)을 수립한다. 독립적인 연방정부 기관인 NOIE는 전정부 추진을 위한 자금을 관리하고 개별 사업을 조정(coordination)하는 역할을 맡는다.

 NOIE의 토니 저지 비즈니스전략 담당자는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공동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한 후 세계 표준에 맞는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기술적·제도적 통합을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호주의 통합연금시스템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설명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국민과 기업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온라인 행정서비스가 무엇인 지를 철저히 고민하고 충분히 협의함으로써 지역·부처간 벽을 뛰어넘어 시민 중심적(citizen-centered) 온라인 행정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 호주 전자정부의 성공 키워드인 셈이다.

 <호주 캔버라=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기업을 위한 온라인 공간(BEP:Business Entry Point)

 ‘정부와 비즈니스가 만나는 곳(Where business and government meet)’

 호주 산업관광자원부가 운영하는 BEP(http://www.business.gov.au)사이트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정부대기업(G4B)용 단일접점 서비스다.

 호주 기업들은 BEP를 통해 각종 민원 서류를 온라인으로 제공받고 정부와 관련된 다양한 행정 업무도 직접 처리할 수 있다. 호주 연방·주·지방정부가 보유한 3만여 기업 관련 법령 정보와 각종 민원 신청서류는 물론 인터넷 거래를 위한 4500여개 링크서비스가 BEP를 통해 제공된다.

 정보는 공공정보와 개인정보로 나뉘며 공공정보는 BEP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나 비밀 보호가 필요한 개인정보의 경우 부가적인 서비스 차원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한다.

 호주 산업관광자원부의 카렌 포웰 e비즈니스 담당자는 “제조업체는 물론 식당, 미장원 등 일반 가게들도 BEP를 통해 기업 설립이나 세금 납부, 무역 등 회사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실제로 호주내 전체 개인사업자(ABN) 등록의 70% 이상이 BEP를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BEP는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산업별 맞춤형(content syndication)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 세무소, 산업협회, 건설회사, 유명 검색 엔진 등 기업들이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들과 곧바로 링크돼 해당 업무에 관한 정보와 처리 상황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또 전자서명, 전자계산서 발급, 인증 등 실제 B2G 거래를 위한 다양한 도구(transaction management tool)도 제공된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BEP를 통해 각종 세금 계산을 일괄적으로 처리하고 그 결과를 1년에 한번만 세무서에 신고하면 그만이다.

 BEP서비스의 주요 대상은 호주내 120만여개 중소기업들. 호주 전체 노동인구의 약 5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GDP의 약 30%를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호주 전체 산업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호주 산업관광자원부의 카렌 포웰 e비즈니스 담당자는 “BEP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도 기업활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필요한 모든 정보를 인터넷 제공하고 행정 업무 처리에 대한 부담(overheads)을 줄임으로써 중소기업들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