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의 성패는 국민들이 얼마나 전자정부 서비스를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인터넷상에 대민 서비스 창구를 개설하는 것만으로는 전자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모든 서비스 제공 채널을 통합, 보다 편리하고 쉬운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
전자정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인터넷으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부의 의사결정과 대민간 행정서비스 관련업무 처리과정을 통째로 개편하고 온라인 행정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한다.
호주 전자정부도 온라인 행정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일관성 있게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고 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여러 기관에 산재된 정보를 한 곳으로 통합한다는 전략이다. 호주 정부가 자랑하는 BEP(Business Entry Point) 서비스도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든 온라인 행정서비스를 통합해 중소기업을 위한 단일 접점을 구현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호주·미국 등 전자정부 선진국들은 오히려 연방정부와 의회, 주·지방정부 등이 서로 독립적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전자정부 구현정책을 일관성 있게 진행하기 힘든 환경이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들은 분명한 비전과 강력한 리더십을 기초로 “부처간 벽을 뛰어 넘는 전자정부(GWoB:Government Without Boundaries)”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미 지난 90년대부터 범정부 차원의 IT 아키텍처를 개발·유지함으로써 정보시스템간 상호 운용성 및 통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의 전사적 아키텍처(FEA:Federal Enterprise Architecture)는 각 부·처의 정보기술 투자를 추적, 분석하고 제어한다. 또 수직적, 수평적 협업과 상호연계도 가능케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공식 발표한 전자정부 로드맵을 통해 24시간 온라인 행정서비스의 활용도 제고와 관청 방문횟수 대폭 감축, 그리고 모든 행정업무의 전자화 및 공유를 통한 정보자원 통합·관리 등을 참여정부 전자정부 사업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또 G4C시스템 확충을 위한 선행사업(BPR/ISP)을 통해서는 온라인 민원서비스의 개선과 고도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발전계획(로드맵)이 마련된다. G4C, 시군구시스템, G4B, G2B 등 각급 행정기관의 분야별 포털·민원서비스간 연계 방안과 행정기관 내부 민원처리시스템, 인터넷 민원처리공개시스템, 전자결재시스템 등 각종 정보시스템간 단계별 연계·표준화 방안도 수립될 예정이다.
정보화 투자 및 관리에 대한 법적 권한과 책임을 구체화하고 정보화사업을 효율적·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공정보기술관리혁신법(가칭)’ 제정도 추진중이다. 기존 정보화촉진기본법만으로는 다양한 정보기술 관리 전략과 방법·기준 등을 담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지난 96년에 정보기술관리개혁법을 제정해 정보기술 아키텍처(ITA) 정보를 기반으로 한 IT 투자에 대해서만 예산지출을 승인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같은 법안이 마련되면 공공부문 IT 투자도 성과관리 중심으로 전환돼 정부혁신의 핵심 인프라인 전자정부 구현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신문, 한국전산원, LG CNS 공동 기획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기고-전자정부의 문제와 발전 방향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전자정부의 범위를 온라인 행정서비스로 한정한다면 기술적인 문제는 거의 성숙 단계에 와있다. 그러나 전자정부의 범위를 정책 결정과 정치과정을 개혁하는 이른바 전자 민주주의로 확장할 경우, 디지털 네트워크와 정보기술에 의해 탄생할 새로운 제도 및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전자정부는 부처나 기능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부처통합형 서비스 형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간 정보 공유 제도(정부지식공유법의 제정 등) 도입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 현재의 부처, 기관 중심의 정보시스템 아키텍처를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구현을 위한 아키텍처로 변화시키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을 채용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행정기관 스스로가 통치(govern)가 아닌 서비스(service)하는 조직으로 변신해야 한다. 즉 ‘e거번먼트’가 아닌 ‘e서비스먼트’라는 인식만 가진다면 부처간 정보 공유를 통해 행정서비스를 통합하는 작업도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전자정부는 웹사이트를 통한 정보 전달 및 민원 처리 등 이른바 ‘사이버공간’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제 공간에서 공공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환경 보호와 범죄 및 재해 예방, 복지·보건, 교통 서비스 등 실세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능형 로봇과 같은 신산업 창출 효과도 관심있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자정부의 지능과 지식 능력을 높이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돈세탁 경로의 자동 추적, 규제 관리 및 적용, 범죄자 탐색, 우수 정책 사례 배포 시스템 등 정부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지능형 기술과 시스템도 개발돼야 한다.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에서 정보기술은 법·제도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같은 사회적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 전자정부다. 따라서 창의적인 제도를 설계하고 이를 구현할 기술을 탐색·개발하는 정책적 노력들이야 말로 민주적이고 국민에 봉사하며 효율적인 전자정부를 구현하는 지름길이다.
◆한국전자정부 `外剛內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2년도 국가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전체 49개 조사 대상 국가들 가운데 27위였다. 특히 국가 경쟁력 평가 4개 부문 가운데 행정 효율성 부문에서는 전년에 비해 6단계나 상승한 25위를 기록했다.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의 행정 효율성은 꼴찌에 가까운 42위였다.
한국의 행정 효율성이 이처럼 급상승한 원인 중의 하나는 전자정부 인프라 구축을 통한 정부운영의 효율화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향상에 전자정부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이 보유한 정보통신 인프라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행정정보의 디지털화나 부처별·단위업무별 정보화 수준도 이미 고도화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과 함께 우리나라도 전자거래와 전자지불이 가능한 전자정부 선도 국가중의 하나다.
그러나 한국의 전자정부는 외형에 비해 내실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개별 업무 또는 기능 중심의 정보화로 인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는 실질적인 이용률과 체감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특히 일하는 방식 개선과 전면적 업무 재설계 없이 정보화가 추진돼 행정 체계 개선 효과 역시 기대 이하다.
또 전자정부 사업 대부분이 중앙부처 중심의 ‘푸시(push)형’으로 진행되다 보니 자치단체별 특성에 맞는 시스템 개발도 크게 부족하다. 부처간 협조 미흡과 집단 이기주의의 팽배는 국가 정보 공유체계를 흐트리고 있다.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과 정보 오남용의 가능성 등을 내세운 시민단체의 반발도 풀어야할 과제다.
결국 전자정부 성숙도나 진화단계 모델 등을 종합해 봐도 한국의 전자정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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