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정당` 방향 잃고 표류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정치개혁을 목표로 정치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디지털 정당’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을 계기로 부풀려진,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는 한편 정치구조 개혁도 한걸음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에서 각각 e파티(전자정당) 분과와 디지털정당추진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정당을 추진해온 허운나 의원과 김형오 의원이 각각 통합신당으로 진로를 돌리거나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아울러 통합신당도 창당자금 등 현실적인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정당 정보화가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디지털 정당에 대해 ‘홈페이지 개선과 인터넷 여론 끌어들이기’ 차원에서 접근한 당 지도부와 ‘당구조와 인력 혁신’ 차원에서 접근한 김형오 디지털정당 추진위원장간 내홍을 빚은 끝에 김 위원장이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보통 기업이 들이는 인프라 구축 투자비의 10분의 1도 투자하지 않고 여론몰이와 홍보성 이벤트에만 치중하는 것은 얕은 상술에 불과한 것”이라며 디지털 마인드를 갖추지 못한 당 지도부를 성토했다.

 CRM(고객관계관리) 기법의 당원관리 추진을 검토하는 등 정보화에 관심을 기울여온 민주당도 e파티 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운나 의원이 통합신당에 마음을 두면서 논의가 완전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으로 인터넷 여론이 실제 표와 연결된다는 확신을 얻었지만 실제 디지털 정당 구축은 구축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 현실 정치구조와 충돌을 빚는 점,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선택이 묘연하다는 점 등의 장애물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정치에 관심이 높은 통합신당 의원들의 디지털 마인드는 수준이상이나 내년 4월 총선까지 남은 기간이 짧아 장기간의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 정치에 큰 공을 기울일 수 없는 처지다.

 윤성이 경상대 정치행정학부 교수(미래전략연구원 정보화연구위원)는 “디지털 정당이라는 이미지 만들기 차원에 머물뿐 정치 개혁과 연결되지 않는 것은 권력이동과 구조개편을 원치 않는 기득권 정치인들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선거운동 활성화 차원에서 정당의 국고보조금 중 일부를 의원들의 홈페이지 구축 등 사이버 활동에 쓰도록 하는 등 기초적인 투자부터 시작해 장기간에 걸친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